- 11월 12일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 개막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 포스터. 제공 해븐프로덕션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 포스터. 제공 해븐프로덕션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2017년 국내 초연 당시 "이토록 낯설고도 강렬한 연극을 한국에서 만나게 될 줄 몰랐다"는 평가와 함께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이 8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1648년 타지마할 공개를 앞둔 새벽. 성벽을 등지고 선 두 근위병은 "말하지 않는다.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명령 속에서 침묵을 견뎌야 한다. 이 간결한 설정은 곧 체제와 권력, 아름다움과 폭력, 우정과 배신이 교차하는 이야기의 문을 연다.

 

서열과 규율을 중시하는 휴마윤과 발명과 상상을 즐기는 바불의 대화는 가벼운 농담에서 시작되지만, 권력의 명령이 두 사람의 삶을 가르며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빠져든다. 두 인물의 차이와 우정은 결국 체제와 양심 사이의 갈등을 드러내며, 관객을 불편한 질문 앞에 세운다.

 

라지브 조셉은 어린 시절 여러 차례 타지마할을 방문하며 들었던 전설과 신화에서 이 작품의 모티브를 얻었다. 초기에는 다수의 인물이 등장하는 군상극 형태였으나, 결국 두 근위병만을 남기며 질문을 더욱 예리하게 다듬었다. 그는 오리지널 캐스트였던 아리안 모야드, 오마 메트왈리와 함께 직접 타지마할을 답사하며 대본을 개작했고, 그 과정에서 “찬란한 아름다움의 기념비가 실은 잔혹한 대가 위에 세워진 것은 아닌가”라는 근본적 물음을 놓치지 않았다.

 

'타지마할의 근위병'은 두 배우의 호흡에 의존하는 작품이다. 대사의 리듬, 침묵의 간격, 시선의 흔들림 하나하나가 곧 서사가 된다. 국내 초연 당시에도 배우들의 정교한 호흡이 만들어내는 긴장이 '관객을 끝까지 붙잡는 힘'으로 호평받았다. 이번 재연 역시 두 사람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긴장과 균열이 무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초연 이후 8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은 2017년 관객들의 기억 속에 남은 강렬한 질문 '아름다움의 대가는 무엇인가', '우정과 양심은 체제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는가'를 오늘의 시점에서 다시 던진다.

 

이번 연출은 연극 '그을린 사랑'으로 백상연극상, '와이프'와 '녹천에는 똥이 많다'로 동아연극상을 수상한 신유청이 맡는다. 인물 간 관계의 밀도를 세밀하게 조율하는 그의 연출은 이번 작품에서도 섬세한 감각과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 프로필 이미지(김동원, 최재림, 이승주, 박은석). 제공 해븐프로덕션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 프로필 이미지(김동원, 최재림, 이승주, 박은석). 제공 해븐프로덕션

캐스팅은 초연과 재연을 잇는 무게감을 더한다. 규율을 신념처럼 붙드는 휴마윤 역에는 8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최재림과 드라마 '스토브리그', '유괴의 날' 등으로 묵직한 내공을 보여준 김동원이 함께한다. 별과 발명 이야기로 밤을 지새우는 바불 역에는 연극 '헤다 가블러', '햄릿' 등에서 강렬한 무대를 선보인 이승주와 무대와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박은석이 캐스팅되어 극의 밀도를 완성한다.

 

타지마할은 황제 샤자한이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세운 기념비다. 하지만 연극은 그 기념비 뒤편에 감춰진 폭력과 희생을 바라본다. 아름다움은 경외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대가를 요구하며, 사랑의 기념비는 권력의 상징으로 변모한다. 평범한 두 근위병의 눈을 통해 관객은 찬란한 아름다움 뒤편의 균열을 목격하게 된다.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은 11월 12일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막을 올린다. 예매는 예스24와 LG아트센터 서울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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