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갤러리 나우(대표 이순심)는 2025년 12월 4일부터 27일까지 한준호 작가의 개인전 ‘녹색 사유, 다시 숲(Green Thought, The Forest Again)’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도시의 회색빛 속에서 잊혀진 ‘초록의 기억’을 되살리며, 인간과 자연, 내면과 외부의 경계를 다시 사유하는 작가의 회화 여정을 조명한다.

그린핑거5, 65.1x65.1cm(25S), Mixed media(Scratched) on canvas, 2022-사진제공 갤러리 나우
그린핑거5, 65.1x65.1cm(25S), Mixed media(Scratched) on canvas, 2022-사진제공 갤러리 나우

 

뉴비기닝 2501, 116.8x91cm(50F), Mixed media(Scratched) on canvas, 2025-사진제공 갤러리 나우
뉴비기닝 2501, 116.8x91cm(50F), Mixed media(Scratched) on canvas, 2025-사진제공 갤러리 나우

어둠을 긁어내 빛을 드러내다
한준호의 회화는 덧칠이 아니라 ‘긁어냄’으로 완성된다. 오일파스텔로 색을 입히고, 블랙 락카로 덮은 뒤 칼끝으로 어둠을 긁어내며 빛을 찾아내는 과정은 단순한 기법을 넘어 수행적 시간의 기록이다. 수만 번의 선은 상처가 아니라 생명의 리듬으로, 화면 속에서 진동하며 빛을 품는다. 작가에게 이 과정은 어둠 속에서 자신을 정화하는 일종의 영적 행위다.

그의 숲은 현실의 풍경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기억의 정원’이다. 도심의 회색을 벗어나 마음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 간섭 없는 안식의 자리로서의 자연을 표현한다. 관객은 그의 숲을 바라보며 마치 잃어버린 초록의 기억을 되찾듯 마음의 평온을 느낀다.

뉴비기닝-정돈된 수풀 2508, 60.6x90.9cm(30M), Mixed media(Scratched) on canvas, 2025-사진제공 갤러리 나우
뉴비기닝-정돈된 수풀 2508, 60.6x90.9cm(30M), Mixed media(Scratched) on canvas, 2025-사진제공 갤러리 나우
도시정원 2509-2, 60.6x90.9cm(30M), Mixed media(Scratched) on canvas, 2025-사진제공 갤러리 나우
도시정원 2509-2, 60.6x90.9cm(30M), Mixed media(Scratched) on canvas, 2025-사진제공 갤러리 나우

회복의 미학, 초록의 철학
비평가 김윤섭(예술나눔 공익재단 아이프칠드런 이사장)은 “한준호의 회화는 색을 입히는 행위가 아니라, 어둠을 덜어내며 빛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평한다. 그는 한준호의 작업을 ‘회복의 미학’으로 정의하며, 도시의 피로 속에서도 자연을 향한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시각화한다고 분석했다.

작가의 ‘녹색’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 심리적 풍경이다. 그린 톤의 미묘한 층위는 안정과 치유의 에너지를 내뿜으며, 관객으로 하여금 화면을 천천히 ‘산책’하도록 유도한다. 이 ‘산책의 미학’은 한준호 예술의 본질이다 — 감상자가 그림 속을 거닐며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조용한 사유의 공간.

도시정원2507, 72.7x116.8cm(50M), Mixed media(Scratched) on canvas, 2025-사진제공 갤러리 나우
도시정원2507, 72.7x116.8cm(50M), Mixed media(Scratched) on canvas, 2025-사진제공 갤러리 나우
따뜻한 겨울 2508 -2, 45.5x27.3cm(8M), Mixed media(Scratched) on canvas, 2025-사진제공 갤러리 나우
따뜻한 겨울 2508 -2, 45.5x27.3cm(8M), Mixed media(Scratched) on canvas, 2025-사진제공 갤러리 나우

자연으로의 회귀, 존재의 울림
〈Querencia〉, 〈New Beginning〉,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로 이어지는 그의 연작들은 ‘존재의 순환’과 ‘연결의 의미’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한준호에게 자연은 관계이며, 모든 생명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다. 이번 전시의 신작들은 기존의 정원 시리즈를 확장한 형태로, ‘그리는 행위’ 자체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작가는 빛을 더하는 대신 어둠을 걷어내며 ‘보이지 않는 연결’을 드러낸다. 도시의 어둠 속에서도 그는 오늘도 칼끝으로 빛을 긋는다. 그 빛은 단지 시각적 현상이 아니라, 존재의 회복을 상징하는 내면의 언어다.

모든것은 하나로 ..2504, 53.0x80.3cm(25M), Mixed media(Scratched) on canvas, 2025-사진제공 갤러리 나우
모든것은 하나로 ..2504, 53.0x80.3cm(25M), Mixed media(Scratched) on canvas, 2025-사진제공 갤러리 나우
한걸음더높이3, 130.3x130.3cm(100M), Mixed media(Scratched) on canvas, 2022-사진제공 갤러리 나우
한걸음더높이3, 130.3x130.3cm(100M), Mixed media(Scratched) on canvas, 2022-사진제공 갤러리 나우

“모든 생명은 서로를 닮아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준호는 예술이란 결국 ‘빛과 생명의 기록’임을 말한다. 그의 숲은 침묵 속에서 속삭인다. “모든 생명은 서로를 닮아 있다.”

그 조용한 진실이, 한준호의 화면을 통해 다시 우리의 마음 속 초록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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