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사성보박물관, 2025년 11월 25일 특별 공개

[아트코리아방송 = 지유영 기자]천 년을 품어온 고려 불교문화의 정수가 마침내 현대의 눈앞에 또렷이 드러난다. 국보 월정사팔각구층석탑 상륜부 금속장엄물이 장기간의 보존처리를 마치고, 2025년 11월 25일부터 월정사 성보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최초로 완전한 형태로 공개된다.

월정사팔각구층석탑 상륜부 및 금속장엄물 복원전시 모습-사진제공 월정사박물관
월정사팔각구층석탑 상륜부 및 금속장엄물 복원전시 모습-사진제공 월정사박물관
월정사팔각구층석탑 상륜부 및 금속장엄물 복원전시  명칭-사진제공 월정사박물관
월정사팔각구층석탑 상륜부 및 금속장엄물 복원전시  명칭-사진제공 월정사박물관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은 조선 선비들조차 인간의 솜씨를 넘어선 ‘하늘의 탑’으로 기록할 만큼 성스러운 존재로 전해져왔다. 고려 후기 정추가 “천 년 동안 새조차 날지 못한다”고 읊었고, 17세기 정시한은 이 석탑을 “하늘이 만든 듯한 탑”이라 기록했다. 김창흡은 『오대산기』에서 탑 위의 금경과 풍경을 자세히 묘사하며 당시 금속장엄물의 화려한 위용을 생생히 남겼다.

이번에 복원·공개되는 금속장엄물은 바로 그 기록 속 장식과 구조를 이루는 실물이다.

월정사팔각구층석탑 금속장엄물 간주쇠-사진제공 월정사박물관
월정사팔각구층석탑 금속장엄물 간주쇠-사진제공 월정사박물관
월정사팔각구층석탑 금속장엄물 상부 연꽃장식-사진제공 월정사박물관
월정사팔각구층석탑 금속장엄물 상부 연꽃장식-사진제공 월정사박물관

2019년부터 진행된 해체·보수 과정에서 장엄물은 심각한 부식이 확인되며 별도 보존조치가 이뤄졌다. 본래 탑에 설치되었던 금속장엄물은 모두 분리되어 서진문화유산에서 오랜 기간 보존처리가 진행됐고, 탑에는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이 고려 전통기법으로 제작한 복원품이 새롭게 설치되었다.

월정사팔각구층석탑 금속장엄물 선단부-사진제공 월정사박물관
월정사팔각구층석탑 금속장엄물 선단부-사진제공 월정사박물관
월정사팔각구층석탑 금속장엄물 수연-사진제공 월정사박물관
월정사팔각구층석탑 금속장엄물 수연-사진제공 월정사박물관

이번 전시에서는 상륜부 전체 구조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 노반·복발·앙화·보륜은 석재
· 보개·수연·용차·보주·찰주는 금속으로 구성
수연에 표현된 구름·연기 형태는 부처의 지혜가 세계로 퍼지는 모습을 상징하며, 상륜부 전체는 중생계와 초월계를 잇는 불교적 구조적 의미를 지닌다.

특히 고려 금속공예의 핵심 기술인 단조, 타출, 조각, 주물, 아말감 도금이 총망라된 작품들이며, 보개와 수연에 새겨진 어자문·여의두무늬·산과 구름의 정교한 조각은 당시 장인들이 완성한 최고 수준의 공예미를 보여준다.

월정사팔각구층석탑 금속장엄물 하부 연꽃장식-사진제공 월정사박물관
월정사팔각구층석탑 금속장엄물 하부 연꽃장식-사진제공 월정사박물관
월정사팔각구층석탑 보륜 간주쇠-사진제공 월정사박물관
월정사팔각구층석탑 보륜 간주쇠-사진제공 월정사박물관

보존처리 또한 고고학적·역사적 의미를 품고 있다. 고려시대 수리 흔적, 1970년대 보수 당시 덧댄 황동판, 제작 과정에서 남겨진 조형의 미세한 흔적까지 모두 드러나며 금속장엄물이 지나온 천 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9층 옥개석에서 상륜부로 이어지는 체감비례는 하늘로 비상하는 듯한 율동감을 이루며,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이 지닌 성스러운 조형미를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월정사팔각구층석탑 상륜부 및 금속장엄물 보개 세부문양-사진제공 월정사박물관
월정사팔각구층석탑 상륜부 및 금속장엄물 보개 세부문양-사진제공 월정사박물관
팔각구층석탑 금속장엄물 세부 문양명칭 및 조각기법-사진제공 월정사박물관
팔각구층석탑 금속장엄물 세부 문양명칭 및 조각기법-사진제공 월정사박물관
월정사팔각구층석탑 상륜부 및 금속장엄물 보개-사진제공 월정사박물관
월정사팔각구층석탑 상륜부 및 금속장엄물 보개-사진제공 월정사박물관

월정사 주지 퇴우 정념 스님은 “고려 금속공예의 절정을 보여주는 유물이 대중에게 다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어 깊은 감사를 느낀다”고 밝혔다.

월정사팔각구층석탑 금속장엄물 공개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다.
이는 천 년 전 장인이 남긴 손끝의 숨결, 고려 불교미술의 정신, 그리고 오대산 문수성지의 신앙적 전통이 오늘의 대중에게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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