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후- 은하수 한가운데 황도 십이궁 지나 수억 광년 달려온다생명과 죽음의 남두육성(南斗六星)사수자리 별지기는대지의 나무들 사이로 들어선다남쪽의 성운이하늘을 검게 덮어주고비밀한 숲에 비를 뿌릴 때말발굽 소리에 뛰어가는 소녀샘은 달고신들의 산정(山頂)에서미풍에 흔들리는 잎들 사랑에 물들던기억에 떨어지는 눈물방울반인반마(半人半馬)는 소녀를 잔등에 태운다이별 없는 세상으로 가자고불사(不死)의 몸이 되어 아, 사랑아 칼라브리아 지방에만 쓰였던 이탈리아라는 명칭에는 헤라클레스 신화가 깃들어 있다초기에 분열된 왕국에서 로마제국으로 교황과 황제
-하늘로 가는 기차- 3代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는고산 봉우리알프스 산맥의 북벽수 천년 빙하가 물로 넘치는기슭 오르는 산악기차도풍경으로 흐른다세상 속 전쟁은 끝나지 않아도전통악기 호른 속에 평화롭게숨어 자는 요정들조난한 영혼 구름 되어 떠도는철로 끊긴 저편으로기차는 달려간다누군가는 별이 되었나얼음층에 빛나는 별빛 보며은하수를 가른다 *오랫동안 민주주의를 유지해 오고 공업과 은행업 등 고급시계 등으로 유명한 스위스를 간다.다민족 국가로 언어도 4개 국어를 사용하는데 지방정부가 결집하여 연방국가를 형성하고 있다.사회복지제도가 잘 돼있
-작은 배- 흰색 천 길게 펼쳐놓은 듯산호모래 고운 섬잎 푸른 야자나무 아래 배가 있었네푸른 물살이는 곳언제부터 그곳에 있었을까가축무리 이끌고 벼를 심던 사람들발등에 부서지는 서러운 햇살 보려고그물망 위에 앉아가는 이상한 돛배를 만들었을까바람의 방향 수직이 되어 돛폭 부풀어 오르면파도를 뛰어넘어고독한 군도(群島)를 한 바퀴 도는작은 배가 있었네 인권침해로 전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닐라 공항에서 3,11 검거된 지 며칠 후 우연히 보라카이로 출국,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는 필리핀은 아름다운 휴양지 보라카이섬이 어려운 경제를 살리고 있다.
-스핑크스 사랑의 길- 먼 고대국가 테베라 불린 도시낮은 산기슭에사뿐히 내려앉는 스핑크스인간도 동물도 아닌 몸짓으로과보(果報)를 받는왕의 비극을 서사(敍事)한다행복을 수호하는 신의 명령대로맞출 수 없는 수수께끼로인간을 해한 그녀는 총총히 땋은 머리를아침햇살과 노을 속에 무심히 늘인다오이디푸스를 연모한 고독감어느 날 약속처럼절벽에 몸을 던지고노천극장 무너진 돌의 향기그리스 비극 초연되는 밤그녀가 다시 온다순하게 둥글린 발톱마디마디 맺힌천년의 한(恨)고운 날개로 달빛 끌고 행여 옛 연인을 만날까 가슴 뛰면서 *관광업에 의존하는 그리스는
-춤추는 꽃-어린 줄기 햇살 향해몸을 돌리니꽃머리 감싼 잎들 춤춘다하늘 별자리땅의 나무들 사이비껴가는 태양신의 마차그녀는 넓은 꽃잎오므려 세워서 듣고 있는가실연(失戀)으로 자란 상처의 씨앗새들이 물고 날고사무친 마음 뿌리내린 토양아폴론이 떠난 눈물조차 마른자리에는해바라기아, 꽃의 춤 두 번째로 방문한 그리스, 첫 여행에서 떠나올 때 남겨둔 기원전 6세기 경의 태양신 아폴론 신전이 있는 델포이를 간다. 터를 지키던 거대한 왕뱀을 퇴치하고 옴파로스 지구의 배꼽을 만든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곳으로 향한다.기괴한 암석들의 파르나소스 산기슭
그 광장에서 목숨 같은 황금누운 제단스물여덟 개 종이 우는세비야 대성당 지나 광장에 이른다가등에 출렁이는수로의 불빛 따라다리아래 말이 끄는 마차,어디선가 옛 정원에 오렌지 몇 개홀로 떨어지는 밤무희들은 춤을 추려고 모여든다촛대 닮은 나무 둘레로,늙은 마부의 입가에는 식은 한 모금 커피채찍질 무심한 가운데말굽에 묻어나는 슬픔반원형 스페인 광장을 에워싸고마차가 달린다 스페인 이사벨여왕의 신뢰와 사랑을 한없이 받았던 콜럼버스 그는 원래 이탈리아 사람이었고 세비야 대성당에 잠들어 있다.네 번의 거듭된 항해의 실패는 막대한 부를 주었던 명성
-하렘의 여인- 여인아검고 슬픈 눈그대가 가꾼 장미정원은신의 암소 건너간바닷길로 이어지고모자이크 장식 화려한 궁(宮)까지 찾아드는 바다의 고독수백 개 쇠창살 너머금남의 집에서긴 머리칼 가린 천 자락빛바래어 갈 때그대가 사랑한 술탄(君主)푸른 밤 푸른 달의 모스크를 두고서영원한 순례 떠나네꽃이 지네 *비행기로 장시간 그리고 시내의 트램을 타고 도착한 터키 이스탄불, 핑크빛 분수 물줄기 타고 빛나는 자미의 돔을 본다노인들은 노천카페에서 물담배를 피우고 아폴론 신전에서 가져온 승전기념탑이 보인다.세계 최강대국의 명성을 얻었던 톱카프 궁전
-붉은 길- 호숫가를 지나는 긴 횡단철도군부대 야영지가 만든 세상의 도시에서마지막 눈자작나뭇가지 끝에 작별한다붉은 벽돌건물 사이로 질주하는 지프차량들시베리아 유형을 마치고 귀환한귀족의 저택 근방인가추시계와 풍금소리 들리네황제에 저항한 목숨봉기(蜂起)는 예술문화 꽃봉오리 터뜨리고참혹한 유형의 시간에 동조한시인은 가고 없지만옛 농가 창가에 웅크린 고양이 한 마리침묵의 시인처럼 밖을 주시한다낯선 이방인을 경계하며무명용사 추모 불꽃 빗속에도 꺼지지 않고빗방울은 강의 기착지 지나바이칼호수로 가는 날 *최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해 목
-회전목마의 꿈- 몽마르트르 언덕아래 하얀 목마멀리 성당 종루에 이를 듯 뛰어오른다거리 예술가를 기리는 석판을 읽으려고발돋움하며명랑한 하프소리붉은 풍차 포스터 무희들과 조우하네화려한 깃발 지붕 덮개에 쌓이는황금 낙엽들빙글빙글 도는 막대 기둥사이로목마 탄 아이들 돌아들면회전목마는 고삐를 풀고 달려간다 화가가 사랑한 사이프러스 나무가 되려고밀밭으로, 밀밭으로발굽 편자 박으며 고흐의 별 뜨네 *프랑스혁명 100주년 기념 에펠탑 근처 파리의 공원기원전 8세기 로마시절 여인의 이름 같은 '갈리아'라고 불렸던 프랑스, 그곳에서 만난 화려한 회
박정해作 푸른 기억의 상점가 -푸른 기억의 상점가- 아마도 지빠귀가 날아오기 시작할 즈음궁전 북쪽마을 지구옛 안달루시아 집시의 노래 들리는상점가에서였다쇠퇴한 양식희미한 나뭇잎 무늬 천 늘어뜨린 가게들 이슬람의 마지막 빛알람브라 궁전 가는 길실연도 기타의 선율로 흐르고그때도 타레가의 옷자락을상인들은 붙잡았을까종유석 장식 고운 천정의 방에서비극적 최후를 맞은 남자들회반죽 별 문양은 천국으로 불리었다는데정시에 물 뿜는 사자의 물시계 눈물 넘치는성채를 찾아간다구부러진 길 끝에 집 창가에 걸어놓은 화분들흔들리는 꽃들이 지고 있었지 *콜럼버스
폐허의 노래 (에렉티온 신전) 주름진 고운 옷자락 여섯 소녀상 기둥들열주를 세운 군주가 죽은 뒤에야완공된 신전에서신적 논쟁에 패배한 바다의 신샘은 마르고 성소는 황폐해 간다적의 침공에 불탄 자리에서도아테나여신이 심은키 자란 나무와 새들아크로폴리스 북쪽 끝신전 기둥사이 날아들며 머리를 부딪는다어느 소설가의 고향 페루로 가지 않네적국과 내통한 소녀상 유래는 먼 훗날 조각가가 다시 부조로 빚어내니형벌조차 아름다워라 '폐허의 노래' 작품을 갤러리 개관 초대전에 출품하며 먼 기억 속 옛집의 돌담 위 돌멩이들 구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19
-알혼섬에서- 산란을 위해 회귀하는 고기떼우리도 언젠가 그 기슭으로 돌아가리라십일월이면 이른 얼음의 노래얼어붙는 수면의균열진 틈새로 달그림자 일렁이고자유주의를 꿈꾼 혁명가초원의 용사 함성 들릴 듯한데잊은 듯 물의 아이들어린 물범 손잡고 나들이 가네먼 북극해 건너와 갇혀버린 포유류침엽수림을 일궈 살아낸 사람들과 행복했을까최후의 보루를 아는지인간보다 정령을 의지한 슬라브신화 닮아가는 그곳 유영하는 알혼섬 *3000만 년 전의 역사를 간직한 러시아 시베리아 남동부의 오래된 바이칼 호수에서 큰 섬 알혼섬을 간다.알혼은 부랴트어로 작은 숲을
-아이누족-가죽옷 매듭 느슨히 풀고물고기를 낚는눈매 선하고 키 작은 소수민족그들의 방언은 서서히 잊혀갔다먼 고대 북시베리아에서 왔을까오현금을 퉁기며입가에는 사랑의 문신흰 늑대의 신화 서린 움집에 무문 토기와 춤사위에 빛나던 여인들막부(幕府)의 칼날에힘없는 역사는 멸족한다공예품을 깎는 일상 붉은 눈물, 붉은 달 속에이지러지다 눈 부릅뜨고 일어나는아아 늑대 한 마리 12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88올림픽을 일본 TV로 시청하며 환호하던 때가 엊그제같다. 다다미방에서 추위에 떨며 석유곤로에 불을 붙여 커피 물을 끓이곤 했는데서양화 기초를 마
-6월의 찬가 백설공주님 - 드높은 첨탑 꼭대기 우물가에서 노래하는눈처럼 희고 붉은 꽃 같은 아이,강과 강이 만나는 협곡 위의 성(城)왕비는 디즈니의 짧은 영상처럼 길지 않은 생애백설공주를 두고 떠났네저 먼 나라 포로 로마노 언덕을 배회하던늑대의 비통함같이,저주스러운 면경(面鏡)에서 헤어난 아이는서른다섯 개 산을 넘어 이제 혹독한 겨울나고 봄을 기다린 사랑과 해후를 하네더운 꽃줄기 비 그리운 날축복으로 마주 서는 왕자와 공주여! 머물던 스페인 게스트하우스2016 * 그간 눈수술 후 글도 못쓰고 지붕에 머무는 태양신과도 이제는 조금씩
-비밀의 城- 그곳에는 가위손의 이야기도 숨어 있을 것 같았다푸른 에게해의 고성에 해가 기울어 붉은 눈물 떨어지면 무수한 사연들이 돌계단을 딛고 내려온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동화처럼 신비로운 행복감에 젖어 잠드는 아이들은무서운 해적이 용맹을 떨쳐 높은 신분에 올라 견고한 성채를 지켜낸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고성을 안다날카로운 돌기 잎들이 하늘을 찌를 듯 뻗어 나는 정원수와 햇빛에부서지듯 출렁이는 물결은 가끔 떼 지어 다니는 고양이 무리 잔상을 새겨놓는다성벽의 뚫린 돌 틈으로 검은 돛배가 보이고 포성의 연기와 함께 시간도 사라진다는 것을
-길- 첫눈은 아직 오지않고비만 내린다춤추듯 잎이 떨어지고태양의 주위를 도는 지구별나도 네 주위를 맴돌았다내 눈물로 난 길은 적도(赤道)그 사이 계절은 스물네절기로 나뉘어젊은 날 나이 숫자같이 빛났다과거형 언어보다현재 화법구사를 좋아했던나는 견고한 성(城)이고 싶었을까연인을 쫒아가는저 렌슬렛 기사를 사랑한 여인 샬롯갈대 엮은 배는 그녀와 함께 부서졌지만나는 훼손되지않는 데드마스크어쩔 수 없는 너는멸(滅)하지 않는 내 아득한 풍경우리 서로 포개져 누워성벽을 에워싸는 들풀로아예 길도 없어지고 잊혀졌으면 길, 길들은 어디로 이어져 가는가
-로빈새의 정원- 가시나무 영혼 노래하는 숲붉은 열매 내 치마폭에 떨구어라시인의 새여밤과 낮을 짜는 여신의 베틀가에실타래 물고 나는 새여한여름밤의 꿈처럼인생은 짧고저무는 노을 속으로 날아가 버리면너는 내 어깨 위의 적갈색 상처시인은 외로워라에밀리 디킨슨의 탄식으로 열리는오래된 고대의 정원에서차라리 바람에게 묻는 말너 날아간 곳 몰라라그리운 날갯짓 너를 기다리네 *아테네의 국회의사당 오른쪽에 있는 국립정원은 고대정원을 재정비해 만든 왕궁의 정원이었다 500종류의 식물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데신타그마역에서 가깝다신타그마 광장은 1843
-라팽아질의 노래- 고흐가 밀밭 길로 돌아갈 때청색시대 피카소파리 뒷골목에서 사랑을 찾았네날쌘 토끼 냄비에서 뛰쳐나오는 주점 간판 라팽아질가등이 켜지고에디뜨 피아프가 부르는 장밋빛 인생의 노래모퉁이 길을 백색으로 점유한위트릴로의 독주는 탁자에 넘쳐흐르네다리 위의 시인도 옷 벗는 모델도어릿광대와 함께 밤은 빛나라높지도 낮지도 않은 중간 음역대몽마르트르 언덕에서사랑하고 이별하고문득 라팽아질 출입구에는 모딜리아니 술잔에 눈물의 별 뜨는 날 1860년대 만들어진 파리의 카바레 라팽아질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위트릴로의 작품 속에서 였다.20
-폐허의 노래, 신전의 민들레- 수 천년의 발자국을 담아내던신전(神殿) 아래노란 민들레 꽃홀씨는 날아들어 옛 왕국 자리에서 자란다문화를 꽃피운 고대 페르가몬아크로폴리스 언덕에 펼쳐지는 호수비탈진 노천극장에 정착했던술의 신은푸른 물굽이 따라 돌아오지 않고로마 오현제의 트라야누스 황제는 이교도를 존중해 단테의 천국에서 유유자적(悠遊自適)무너진 기둥 사이 바람의 길을바라보고 있는가거대한 장서(藏書)와 대제단돋을새김 조각들 그를 의지했던 시민과 공화정위용을 떨치던 로마군단을 생각할까민들레 꽃줄기는이른 봄 다시 피어나는데어느 먼 곳에선가 퇴
-마지막 왕자 迷宮에서- 오랜 옛날 문명은에게해 푸른빛으로 열렸을까바다의 신이 한 사람을 왕좌에 앉힐 때무화과나무는 숲을 이루고황소머리 술잔과곡식을 담는 흙항아리 문양 고왔어라천 개가 넘는 침실 크노소스 궁전은깃털 달린 모자마지막 백합왕자 뛰어놀던 곳약속을 깨뜨린 왕과신의 저주로 태어난 미노타우로스(半人半牛),영웅에게 죽임을 당한 미궁이었네 복수는 여기서 끝났어야 했다궁을 만든 匠人조차 아들과 가두어태양 가까이 간 밀랍날개 녹아 추락하고 만이카루스의 날개여가끔 인간의 삶도 迷宮에 갇힌 듯영웅을 구한 저 공주의 실타래를 찾아미로를 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