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길-
호숫가를 지나는 긴 횡단철도
군부대 야영지가 만든 세상의 도시에서
마지막 눈
자작나뭇가지 끝에 작별한다
붉은 벽돌건물 사이로 질주하는 지프차량들
시베리아 유형을 마치고 귀환한
귀족의 저택 근방인가
추시계와 풍금소리 들리네
황제에 저항한 목숨
봉기(蜂起)는 예술문화 꽃봉오리 터뜨리고
참혹한 유형의 시간에 동조한
시인은 가고 없지만
옛 농가 창가에 웅크린 고양이 한 마리
침묵의 시인처럼 밖을 주시한다
낯선 이방인을 경계하며
무명용사 추모 불꽃 빗속에도 꺼지지 않고
빗방울은 강의 기착지 지나
바이칼호수로 가는 날
*최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해 목숨을 잃고 있는 북한 병사들, 전쟁으로 러시아 자유여행이 까다로워졌다고 하니 바이칼을 가기 위한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친러 노선을 걷는 동유럽 국가들은 눈치를 보고 무기와 석유를 맞바꾸며 경제를 한몫하는 나라도 있으니 이 불합리한 전쟁은 종결되어야 한다.
혹한에도 앙카라강은 얼지 않고 호수로 흘러가고 1825년 젊은 청년장교들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일으킨 내란은 실패해 강제노동과 유배생활로 그 후 예술의 도시로 이르쿠츠크를 꽃피운다.
수년 전 게세르신화를 밤새 읽고 떠난 여행길, 신들도 어쩌면 싸움에 필요해 인간을 용병으로 만들었을까? 내가 걸었던 거리, 찢어진 벽보들과 오래된 붉은 건물들 사이로 붉은 해 떨어지던 그 혁명의 길 위에서 입국심사 공항에서의 마약견 순한 눈동자를 떠올린다.
시인화가 박정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