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섬을 잇는 두 소녀의 서사
11월 15일, Thomas VanDyke Gallery 개막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뉴욕 브루클린의 토마스 반다이크 갤러리에서 김재이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 ‘평화의 섬’이 오는 11월 15일 개막한다.
지난해 첫 번째 뉴욕 개인전에서 전 작품이 매진되며 화제를 모은 이후, 김재이는 다시 뉴욕 무대에 서게 되었다. 이번 전시는 뉴욕의 토마스 반다이크 갤러리와 제주도 ‘갤러리 제주’의 협업으로 기획되어, 도시와 섬이라는 서로 다른 공간적 감성을 연결하며 작가 특유의 정서를 확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로 다른 두 소녀, 하나의 감정으로 이어지다
전시 ‘평화의 섬’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소녀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낸다.
첫 번째 소녀는 도시의 속도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애썼던 ‘피에로 소녀’. 작가는 이 소녀에 대해 “나의 어린 시절 자화상”이라고 말한다.
내성적이고 연약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강한 생존의 열망을 지닌 인물이다.
두 번째 소녀는 제주 바다에서 물질을 해 어린 동생들을 돌봐야 했던 어린 해녀다.
김재이는 제주로 이주한 이후 만난 연로한 해녀들을 통해 그들의 어린 시절을 상상하며 작품에 담아냈다.
두 소녀는 서로 다른 시대와 환경에서 살아갔지만,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던 삶의 의지로 연결된다.
작가는 자신의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피에로 소녀는 얼룩말이 되고 싶어 했고, 어린 해녀는 존재하지 않는 호랑이를 찾고 싶어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결코 가질 수 없어도, 만나지 못해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그것은 지금의 삶을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격정과 고요, 두 감성이 교차하는 조형적 언어
김재이의 작업은 두 주제 사이의 극명한 대비에서 출발한다.
피에로 소녀 연작에서는 도시의 긴장과 감정의 굴곡을 반영하듯 과감한 색채와 강렬한 붓질이 등장한다.
반면 어린 해녀를 다룬 작품에서는 절제된 색채와 여백의 고요함이 두드러진다.
이 감각의 차이는
서울에서의 청춘,
제주에서의 정착과 성찰
이라는 작가의 삶의 궤적에서 비롯되었다.
김재이의 화면은 격정과 서정을 넘나들며 마치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내적 움직임을 보여준다.
두 시리즈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꺼지지 않았던 희망이 존재한다.
순수미술가로의 ‘다시 태어남’… 그 질문은 지금도 계속된다
김재이 작가가 미국으로 건너간 것은 2017년.
그는 여러 좌절을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끝내 뉴욕에서 순수 미술화가로 데뷔했다.
그 과정에서 던져진 질문,
“어린 시절의 꿈은 무엇이었는가?”
라는 물음은 지금도 그의 작품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작가의 그림 앞에 선 관람자는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의 꿈을 떠올리고, 잊었던 순수함을 되찾게 된다.
그의 작품이 공감과 희망을 일으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작은 두 소녀가 건네는 큰 용기
토마스 반다이크 갤러리는 이번 전시를 소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1950년대의 어린 해녀와 1980년대의 피에로 소녀의 이야기가 2025년 뉴욕에서 만납니다.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작지만 강인한 두 소녀를 관람객에게 소개합니다.”
전시 공간: 토마스 반다이크 갤러리
2022년 뉴욕 브루클린에 설립된 토마스 반다이크 갤러리는 혁신적 전시를 선보이는 현대미술 전문 갤러리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창작자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예술가의 실험적 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젊은 갤러리답게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평화의 섬’ 전시는 도시와 섬, 과거와 현재, 상처와 희망이라는 이중 구조 속에서 ‘포기하지 않는 마음의 힘’을 진하게 보여준다.
뉴욕이라는 거대한 도시의 심장에서 울리는 두 소녀의 조용한 이야기.
김재이 작가는 그 여정을 통해 자신의 삶뿐 아니라 관람자 각자의 기억과 감정까지도 조용히 불러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