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화랑, 개인전 ‘The Return’ 개최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조현화랑은 2025년 11월 6일부터 2026년 1월 4일까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프리츠의 개인전 ‘The Return’을 개최한다. 2023년 개인전에 이어 2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신작 24점을 중심으로 프리츠가 40여 년간 탐구해온 회화의 본질과 그 지속 가능성을 다시 짚어보는 자리다.

프리츠는 현대 회화에서 가장 독창적 실험을 이어온 작가로 평가된다. 그는 회화를 감정의 표출이나 자아의 증명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 ‘규칙과 우연’이라는 최소한의 틀을 사용해, 붓질·도구·물감의 물성 등 회화를 이루는 기본 기술들을 반복하며 화면을 구성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한 색의 혼합, 충돌, 스며듦이 바로 그의 작품이 지닌 고유한 생명력이다.

2025-Tempera and lacquer on glass, 40 x 35 cm-사진제공 조현화랑
2025-Tempera and lacquer on glass, 40 x 35 cm-사진제공 조현화랑
2025-Tempera and lacquer on glass-40 x 35 cm-사진제공 조현화랑
2025-Tempera and lacquer on glass-40 x 35 cm-사진제공 조현화랑

회화를 ‘행위’로 되돌리다
1949년 프랑스 생망데에서 태어난 프리츠는 1970년대 사회적 변혁 속에서 한때 회화를 중단했다. 이후 회화를 다시 시작하면서 그는 기존의 회화적 관습을 완전히 벗어난 방법을 택했다. 작가의 감정을 지우고, 일정한 규칙만을 남긴 채 반복되는 움직임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것을 ‘선택하지 않는 태도’라고 설명한다. 창조자의 의지를 앞세우지 않고, 물질이 스스로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대로 허용하는 것. 바로 그 틈에서 회화는 반복이 아닌 ‘발생’이라는 사건으로 다시 태어난다.

Bakeit, 2025-Acrylic and resin on canvas. 122 x 122 cm-사진제공 조현화랑
Bakeit, 2025-Acrylic and resin on canvas. 122 x 122 cm-사진제공 조현화랑
Loca, 2025-Acrylic and resin on canvas. 190 x 160 cm-사진제공 조현화랑
Loca, 2025-Acrylic and resin on canvas. 190 x 160 cm-사진제공 조현화랑

신작 24점, 회화의 구조를 다시 여는 실험
이번 전시에서는 캔버스 회화, 유리 기반 템페라 작업 등 다양한 방법론이 함께 소개된다.

대형 신작 4점인 Lutes, Loca, Kaire, Goita는 수직·수평의 붓질과 제한된 규칙 속에서 색의 층위가 스며들며 구조를 형성하는 대표적 회화다.
120×120cm 크기의 연작 12점은 동일한 규칙을 끝까지 밀어붙이며 규칙이 ‘소진’되는 지점을 탐색한다.

유리와 템페라를 사용한 8점의 연작은 선이 교차하고 색이 겹치며 발생하는 물질적 간섭을 그대로 드러내, 회화가 생성되는 과정 자체를 시각화한 실험 작업이다.

프리츠에게 중요한 것은 ‘완성된 그림’이 아니라, 행위가 남긴 윤리적 흔적이다. 한 번 지나간 붓질은 수정 없이 그대로 둔다. 이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회화의 도리이자, 자본주의적 효율성과 결과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난 예술 행위의 본질이다.

Shelt, 2025-Acrylic and resin on canvas. 122 x 122 cm-사진제공 조현화랑
Shelt, 2025-Acrylic and resin on canvas. 122 x 122 cm-사진제공 조현화랑
Traga, 2025-Acrylic and resin on canvas. 122 x 122 cm-사진제공 조현화랑
Traga, 2025-Acrylic and resin on canvas. 122 x 122 cm-사진제공 조현화랑
Bernard Frize Artist Profile ImageCourtesy of the artist-사진제공 조현화랑
Bernard Frize Artist Profile ImageCourtesy of the artist-사진제공 조현화랑

‘The Return’, 작가의 귀환이자 회화의 귀환
전시 제목 ‘The Return’은 11년 만에 조현화랑으로 돌아온 작가 자신의 상황을 가리키는 동시에, 회화가 반복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과정 그 자체를 은유한다. 회화는 매번 같은 자리에서 출발하지만, 그 결과는 언제나 다르다. 그 변화와 변주의 축적이 프리츠가 구축한 현재형 추상회화의 언어다.

프리츠의 작품은 테이트 갤러리, 파리 퐁피두 센터,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 LA MOCA 등 세계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프랑스 작가로 초청될 만큼 국제적 인정을 받아왔다.

이번 전시는 회화가 여전히 유효한가를 묻는 시대에서, 그 질문에 가장 근본적이고도 날카로운 방식으로 응답하는 실험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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