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의 경계를 허무는 조형적 사유의 현장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아셀아트컴퍼니와 갤러리 쓰리에서는 2025년 11월 21일부터 2026년 1월 17일까지 김마저 개인전 THE INFINITESIMAL 무한소가 열린다. 작가는 회화와 조형, 가구 디자인에 이르는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오랫동안 형식의 해체와 구조의 재구성을 탐구해 왔다. 이번 전시는 그가 수년간 전개해 온 무각형 철학을 중심축으로, 약 20여 점의 신작과 주요 작업을 소개하는 자리다.
김마저의 작업은 사각형의 경계에서 출발해 결국 그 경계를 지우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정형과 비정형 사이의 관계를 끊임없이 왕복하면서 형태와 비형태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의 핵심적인 태도다. 작가는 형태가 고정되는 순간보다 변화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긴장과 균형에 집중하며, 그 미세한 전환의 순간들을 조형적 언어로 포착한다.
이번 전시는 무각섬, 이로운 사각, 무한소 세 작품을 중심 축으로 구성된다. 세 작품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무각형을 시각화하며, 정지와 움직임, 구조와 자유, 형태와 비형태가 공존하는 조형 세계를 제시한다. 관람자는 작품 앞에서 단순한 시각적 감상을 넘어, 자신만의 감각으로 의미를 탐색하도록 유도된다.
특히 바닥 설치작품 사자는 사자정원에 없다 The Lion Is Not in the Lions Garden 는 관람자가 직접 작품 위를 걸으며 작품과 물리적으로 관계를 맺는 경험을 제시한다. 전시는 시각에 국한된 예술을 넘어, 감각과 호흡의 흐름 속에서 예술이 살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김마저는 자유를 틀을 벗어나는 행위가 아니라 스스로의 움직임을 깨닫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그의 회화적 실험인 리프티드 캔버스 lifted canvas 는 캔버스를 팔레트 구조로 확장하여 내면의 긴장과 형태의 미세한 움직임을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다. 회화와 조형을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이러한 방식은 그의 무각형 개념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홍익대학교 동양화과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쳤다. 2003년 노암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송은갤러리 기획초대전 변주화 서울 2005, 망각의 식물원 프랑스 2017, 쉐이프트 캔버스 서울 2022, 무각섬 서울 2024, 이로운 사각 서울 2025 등 다양한 개인전을 이어왔다. 한국 미술의 풍경 2017, Aging 시카고 2023, 예술공생 전주 2024 등 다수의 그룹전에도 참여했다. 출판 활동과 레지던시 활동 또한 활발히 이어오며 예술적 탐구의 범위를 넓혀왔다.
2018년부터는 메맙가구를 운영하며 예술과 생활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을 지속하고 있으며, 그의 조형적 감각은 오브제와 공간 디자인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무형과 유형, 틀과 자유, 시각과 신체 감각 사이를 오가며 예술의 본질을 다시 묻는 자리다. 무한소라는 제목처럼 아주 작은 움직임 속에 존재하는 변화의 힘을 드러내며, 관람자에게 각자의 감각으로 작품을 읽어낼 수 있는 넓은 여백을 남긴다. 김마저가 구축한 조형 세계는 단순한 실험을 넘어 삶의 구조와 감정의 흐름까지 사유하게 하는 예술적 경험으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