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해作 해후
 박정해作 해후

                                               

 

-해후-

 

은하수 한가운데 황도 십이궁 지나 

수억 광년 달려온다

생명과 죽음의 남두육성(南斗六星)

사수자리 별지기는

대지의 나무들 사이로 들어선다

남쪽의 성운이

하늘을 검게 덮어주고

비밀한 숲에 비를 뿌릴 때

말발굽 소리에 뛰어가는 소녀

샘은 달고

신들의 산정(山頂)에서

미풍에 흔들리는 잎들 사랑에 물들던

기억에 떨어지는 눈물방울

반인반마(半人半馬)는 

소녀를 잔등에 태운다

이별 없는 세상으로 가자고

불사(不死)의 몸이 되어 아, 사랑아 

 

      포로 로마노 2011

                   

칼라브리아 지방에만 쓰였던 이탈리아라는 명칭에는 헤라클레스 신화가 깃들어 있다초기에 분열된 왕국에서 로마제국으로 교황과 황제의 세력갈등을 겪으며 또 전쟁을 치르고 공산주의도 물러 나는데 많은 예술가를 후원한 메디치가문 피렌체를 방문한 게 엊그제 같다.

피렌체는 르네상스 건축기술의 걸작이 된 성당과 더불어 유럽 최고의 도시가 된다.
요즈음 극우성향의 이탈리아 총리가 이스라엘 가자지구 공격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외면하고 있어 안타깝다.

가자지구에 어느 한 때 꽃피었던 그리스 로마신화, 여신에 반한 왕과의 사랑으로 태어난 반인반마 켄타우로스는 사후에 하늘의 별자리가 되는데 사랑한 소녀, 아내가 되어 함께 했던 날들을 그리워한다.

멘델스존의 교향곡 4번 이탈리아를 들으며 서정적이고 힘찬 악장에서 켄타우로스가 달려오고 있다.

타란텔라 무곡의 빠른 몸놀림으로 다시는 떨어지지 않을 듯 소녀의 두 손을 잡는다.

시인화가박정해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