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여정,오이디푸스를 찾아서

 박정해作 스핑크스 사랑의 길
 박정해作 스핑크스 사랑의 길

                                 

-스핑크스 사랑의 길-

 

먼 고대국가 테베라 불린 도시

낮은 산기슭에

사뿐히 내려앉는 스핑크스

인간도 동물도 아닌 몸짓으로

과보(果報)를 받는

왕의 비극을 서사(敍事)한다

행복을 수호하는 신의 명령대로

맞출 수 없는 수수께끼로

인간을 해한  

그녀는 총총히 땋은 머리를

아침햇살과 노을 속에 무심히 늘인다

오이디푸스를 연모한 고독감

어느 날 약속처럼

절벽에 몸을 던지고

노천극장 무너진 돌의 향기

그리스 비극 초연되는 밤

그녀가 다시 온다

순하게 둥글린 발톱마디마디 맺힌

천년의 한(恨)

고운 날개로 달빛 끌고 

행여 옛 연인을 만날까 가슴 뛰면서

 

 

     2013 아테네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
     2013 아테네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

                                               

*관광업에 의존하는 그리스는 아테네 올림픽이 파산에 도움을 준 듯 부채가 많은 나라였고 수년 전 그리스를 다녀왔을 때 시민시위가 시작되며 신전도 급기야 문을 닫는 사태에 이르렀었다.

정권교체로 경제회복을 가져오기 시작했는데 디오니소스극장과 헤로데스 아티쿠스음악당을 보며 16세기 유럽으로 퍼져나간 이탈리아 오페라가 지금도 이곳에서 공연되고 있다니 놀랍다.

아테네는 서구문명의 입구였고 예술의 꽃이 핀 장소다.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에 대한 애착으로 아내로 삼은 오이디푸스가 죄책감에 장님을 자처하고 진실 앞에 마주 선다는 소포클레스의  비극작품도 상연됐다고 한다.

2주 전까지 살아계셨던 어머니께 들려드렸던 이 모든 이야기를 나는 이제 밤이면 홀로 중얼거린다 목소리는 이내 방에 갇혀버린다 .

시인화가 박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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