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해作 춤추는 꽃

                                           

-춤추는 꽃-

어린 줄기 햇살 향해

몸을 돌리니

꽃머리 감싼 잎들 춤춘다

하늘 별자리

땅의 나무들 사이

비껴가는 태양신의 마차

그녀는 넓은 꽃잎

오므려 세워서 듣고 있는가

실연(失戀)으로 자란 상처의 씨앗

새들이 물고 날고

사무친 마음 뿌리내린 토양

아폴론이 떠난 

눈물조차 마른자리에는

해바라기

아, 꽃의 춤

 

그리스 델포이 아폴론 신전2022

                                 

두 번째로 방문한 그리스, 첫 여행에서 떠나올 때 남겨둔 기원전 6세기 경의 태양신 아폴론 신전이 있는 델포이를 간다. 터를 지키던 거대한 왕뱀을 퇴치하고 옴파로스 지구의 배꼽을 만든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곳으로 향한다.

기괴한 암석들의 파르나소스 산기슭의 바람 부는 방향을 따라 문을 닫기 전 서둘러 호텔에 짐을 맡기고 뛴다. 아폴론은 예언, 궁술, 음악, 시등 모든 것에 뛰어났지만  사랑의 신 에로스 운명의 장난인지 사랑은 고통으로 점철되고 태양마차를 몰고 추락한 자식으로 인해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신탁은 정치와 사회적으로 끼친 영향으로 그리스의 중심을 이루었는데  전쟁으로 불타 쇠락해 간 후 무너진 신전은 기둥과 벽면에 그를 위해 바쳐진 찬가의 악보만 남긴다.

온몸에 갈색 뿌리 돋으며 해바라기가 되어간 여인의 사랑을 외면한 아폴론 그가 참회라도 하는가?
기우는 오후의 햇살 한 줌이 눈부시게 풀들을 뜨겁게 감싼다

시인화가박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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