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해作 마지막 족장(아이누족)

                                       

-아이누족-

가죽옷 매듭 느슨히 풀고
물고기를 낚는
눈매 선하고 키 작은 소수민족
그들의 방언은 서서히 잊혀갔다

먼 고대 북시베리아에서 왔을까
오현금을 퉁기며
입가에는 사랑의 문신
흰 늑대의 신화 서린 움집에 
무문 토기와 춤사위에 빛나던 여인들

막부(幕府)의 칼날에
힘없는 역사는 멸족한다
공예품을 깎는 일상 
붉은 눈물, 붉은 달 속에
이지러지다 눈 부릅뜨고 일어나는
아아 늑대 한 마리

 

전통춤을 추는 아이누족1994

                                       

북해도에서1994
북해도에서1994

12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88올림픽을  일본 TV로 시청하며 환호하던 때가 
엊그제같다.                                                                     
다다미방에서 추위에 떨며 석유곤로에 불을 붙여 커피 물을 끓이곤 했는데서양화 기초를 마치고 옐로 오커를 선호한 나는 비싼 홀베인 물감을 아껴가며 써야 했다 어느 공모전의 주제가 계기가 되어 일본 원주민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그들의 가슴 아픈 역사에 더 이끌리고 만다.

아이누족의 오랜 터전이었던 북해도는 자연자원이 풍부하다.
설국을 보기엔 여름날의 여행이고 보니 무덥던 신치토세 공항과 삿포로거리가 떠오른다.
북해도 남서부에 있는 노보리베쓰 가는 길 시라오이의 아이누족 문화를 만난다.
정부는 2019년에야 그들을 원주민으로 인정하는 법률을 제정했다고 하는데 원을 돌며 전통춤을 추던 여인들, 박물관에서 공예품을 만드는 아이누족 노인께 가리개를 한 장 사서 작업실 창가에 걸어두었었다.

오랜 시간 천조각은 삭아 없어지고 귀국해 마지막 족장을 그린 인물화도 
중국 자선전에 참여했다가 분실하고 만다 .
생자필멸(生者必滅)인가...... 그 푸르렀던 젊은 날
사무라이의 명검은 아이누족을 그리고 시간을...... 가차 없이 베어버렸다.

시인화가박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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