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혼섬에서-
산란을 위해 회귀하는 고기떼
우리도 언젠가 그 기슭으로 돌아가리라
십일월이면 이른 얼음의 노래
얼어붙는 수면의
균열진 틈새로 달그림자 일렁이고
자유주의를 꿈꾼 혁명가
초원의 용사 함성 들릴 듯한데
잊은 듯 물의 아이들
어린 물범 손잡고 나들이 가네
먼 북극해 건너와 갇혀버린 포유류
침엽수림을 일궈 살아낸 사람들과 행복했을까
최후의 보루를 아는지
인간보다 정령을 의지한 슬라브신화 닮아가는
그곳 유영하는 알혼섬
*3000만 년 전의 역사를 간직한 러시아 시베리아 남동부의 오래된 바이칼 호수에서 큰 섬 알혼섬을 간다.
알혼은 부랴트어로 작은 숲을 말하는데 고대부터 몽골인이 살았고 분산된 부족을 통일시키고 영토를 확장시킨 군대가 강력했던 칭기즈칸이 태어난 곳이라고 한다.
이르쿠츠크에서 러시아 군용 차량을 개조한 지프를 타고 수시간을 달려온 바이칼, 다시 배로 도착한 후지르마을은 물사정이 안 좋아 겨우 통나무 숙소에서 세수만 한다.
한민족의 발원지 부르한바위에서 펼쳐지는 거대한 바다 같은 호수 이 호수에만 서식하는 물범이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개체수가 줄고 있어 남획을 금지하고 있다는데 안내인이 모닥불을 지펴 오물이라는 생선국을 끓여줘 먹는다.
약한 체력에 병이 났던 나는 기운을 차려 마을 산책길에 작은 교회를 발견하는데 끔찍이 물범을 좋아한 아이 때문이었을까?
무엇엔가 이끌려 모금함에 약간의 루블화를 넣는다. 거칠게 나부끼는 샤먼의 나무 천조각을 바라보다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적어 걸어놓고 행복을 빌면서......
끝없이 광활한 호수가 얼음길이 되고 밤은 차가운 섬 새벽녘 쏟아질듯한 별무리 중 별똥별 하나가 떨어진다 .
누군가 천국으로 들어가는 걸까?
시인화가 박정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