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제작발표회(스탠리 코왈스키 역 이세창, 강은탁). 2025.09.1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제작발표회(스탠리 코왈스키 역 이세창, 강은탁). 2025.09.1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길거리 캐스팅으로 시작해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카레이싱을 넘나들며 활약해온 배우 이세창이 무대 위에서 다시 한 번 연기의 초심을 되찾을 도전에 나선다.

 

10월 9일부터 10일 양일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대표작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스탠리 역으로 관객들과 만나는 이세창은 "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우연히 맡아온 배역들이 제 인생을 바꾸었듯, 이번 작품도 저를 한 발 더 나아가게 하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어요"라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갈아 넣어 무대에 임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더샵갤러리에서 진행된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세창은 '블랑쉬는 더 이상 연기를 할 수 없어'라는 대사를 언급하며, 자신의 삶과 겹쳐진 감정을 토로했다. 그는 "사실 우리 인생은 연기의 연속 같아요. 화가 나도 웃어야 하고, 슬퍼도 괜찮은 척해야 하는 순간이 많죠. 그래서 대사 하나에도 무게가 크게 다가옵니다"라며 연기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세창의 연기 인생은 독특하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시작해 드라마 '딸부잣집'과 야인시대 시바루 역으로 대중의 기억 속에 남았다. "어떤 배우분이 도중 교체돼서 오늘 캐스팅되고 다음날 오전 6시 촬영하게 된게 야인시대 시바루였습니다". 이후 예상치 못한 카레이서 활동으로 15년을 보낸 그는 "연극을 전공하지 않은 채 대중 앞에 섰던 지난날은 가장 큰 후회였다"라며 자책을 숨기지 않았다.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노출되며 받았던 수많은 혹평들, 제 인생을 거꾸러뜨린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작품은 30년 배우 생활의 모든 것을 녹여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대학교 3~4학년 때처럼 치열했던 그 시절로 되돌아간 마음으로 무대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제작발표회(스탠리 코왈스키 역 이세창, 강은탁). 2025.09.1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제작발표회(스탠리 코왈스키 역 이세창, 강은탁). 2025.09.1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그의 이 고백은 단순한 출연 소감이 아니라, 배우로서의 존재 이유와 마지막 열정을 담은 선언처럼 들린다. "이번  작품도 토요일날 대본 받고 일요일 미팅하고 합류한 케이스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아마 무서웠을거에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제 인생의 마지막 변곡점일 것 같아요". 국립극장 무대에서 이세창이 만들어낼 스탠리는 단지 폭력적이고 육체적인 인물이 아니라, 배우의 삶이 겹쳐진 '자기 고백적 캐릭터'로 탄생할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20세기 사실주의 희곡의 정수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1947년 초연 당시 퓰리처상과 뉴욕극비평가협회상을 휩쓴 이 작품은, 이후 영화화되어 비비안 리와 마론 브란도의 명연기를 통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며 세계적 명성을 굳혔다. 이번 한국 무대는 단순한 고전 재현을 넘어, 한국 사회의 오늘과 공명하는 인간 욕망의 본질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작품은 몰락한 남부 귀족 출신의 블랑쉬가 동생 스텔라 부부의 집에 머물며 겪는 긴장과 갈등을 다룬다. 그녀와 매형 스탠리의 대립은 개인적 감정싸움을 넘어, 귀족적 전통과 노동계급의 현실, 환상과 진실이라는 거대한 축의 충돌로 확장된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단순히 고전 희곡의 재현이 아니다. 이는 욕망과 환상의 붕괴, 몰락과 재생이라는 인류 보편의 주제를 시대마다 새롭게 환기하는 무대다.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펼쳐질 이번 공연은 고전을 통해 오늘의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 될 것이다. 공연은 10월 9일과 10일 단 이틀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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