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현장] 첫 연극 무대 도전 한다감, "블랑쉬는 저에게 큰 숙제이자 선물 같은 존재"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미국 현대극의 거장 테네시 윌리엄스의 대표작이자, 연극사에 길이 남은 걸작으로 꼽히는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10월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1947년 초연과 동시에 퓰리처상과 뉴욕극비평가협회상을 휩쓸며 사실주의 희곡의 정점으로 자리 잡았다. 영화화 이후 비비안 리, 마론 브란도의 명연기와 함께 대중적 인지도도 널리 확보하며 세대를 넘어 사랑받아온 고전이다.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제작발표회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더샵갤러리에서 진행됐다. 제작발표회에는 연출 조금희 및 배우 방은희, 한다감, 이세창, 강은탁, 박형준, 서지유, 김세람이 참여했다. 

이번 무대의 가장 큰 화제는 배우 한다감의 첫 연극 도전이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이미 꾸준히 존재감을 입증해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몰락한 귀족 출신 여성 블랑쉬 역을 맡아 새로운 연기 세계에 발을 내딛는다.

"연극은 감히 꿈꾸지 못한 무대였습니다"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한다감은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솔직한 소감을 전했다. 한다감은 "제가 영화와 드라마만 하다가 사실 연극 무대가 처음입니다. 너무 어려운 매체라고 생각했고 쉽게 도전할 수 없는 무대라고 여겼어요. 그런데 저에게 축복처럼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10월 9일, 10일 공연은 제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날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연습 과정에서 느낀 부담감도 숨기지 않았다. "다른 베테랑 배우님들보다 몇 배로 연습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매일같이 몰두하고 있습니다. 관객분들께 감동과 여운을 남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다감의 목소리에는 긴장 속에서도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망이 진하게 묻어났다. 한다감은 2000년대 초반 데뷔 이후 드라마와 영화에서 꾸준히 활동해왔다.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 '신데렐라맨', '여우누이뎐', '리턴', '국가대표 와이프', '아씨두리안' 등에서 안정적인 연기력과 단아한 이미지로 주목을 받았다.

스크린에서도 그의 도전은 이어졌다. 영화 '세상 끝의 사랑'에서는 멜로 로맨스 연기를 통해 캐릭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이처럼 TV와 영화에서 쌓아온 필모그래피는 한다감에게 안정된 대중적 기반을 마련해주었지만, 동시에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로서의 도전은 여전히 남아 있던 과제였다. 그는 "연극은 너무 어렵고 감히 다가갈 수 없는 장르라고 여겼다"고 고백하며, 이번 블랑쉬 역이 자신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테네시 윌리엄스가 그려낸 블랑쉬는 단순한 인물이 아니다. 몰락한 귀족 출신으로 현실과 욕망의 벽 앞에서 무너져가는 그녀는 환상과 진실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인간 내면의 불안정성과 파국을 대변한다.

한다감은 이 역할을 두고 "많은 배우들이 이미 연기한 블랑쉬지만, 제가 했을 때는 또 다른 색깔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진심과 목소리로 저만의 블랑쉬를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재현이 아닌,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캐릭터를 새롭게 구축하겠다는 다짐으로 읽힌다.

연극 무대의 특성상 카메라의 도움 없이 오롯이 관객과 마주하는 생생한 호흡은 한다감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성실한 태도와 진심 어린 접근은 블랑쉬라는 복잡한 인물을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 가능성을 높인다.

이번 공연은 캐스팅 면에서도 주목을 받는다. 스탠리 역에는 이세창과 강은탁, 같은 배역에 방은희, 미치 역에 박형준, 스텔라역에 서지유와 김세람이 함께 한다. 스크린과 방송, 무대를 아우르는 멀티플레이어들의 조합은 기존 연극 팬층을 넘어 대중적인 관심을 끌어내려는 전략적 캐스팅으로 평가된다. 

한다감의 연극 도전은 기대와 함께 우려도 동시에 존재한다. 카메라 연기에 익숙한 배우가 현장성과 즉흥성이 강한 연극 무대에서 어떻게 적응할지, 블랑쉬라는 상징적인 캐릭터를 어떻게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낼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꾸준함과 성실함, 그리고 장르를 넘나드는 도전 정신은 이번 연극 무대를 통해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한다감은 "블랑쉬는 저에게 큰 숙제이자 선물 같은 존재"라며 "이번 무대를 통해 제 연기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오는 10월 9일과 1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단 이틀간의 무대지만, 한다감의 첫 연극 무대 도전은 그의 배우 인생에서 긴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