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21년 7월 첫 무대를 올린 이래 꾸준히 대학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연극 비누향기가 어느덧 7차 캐스팅에 돌입했다. 장기간 이어진 오픈런 공연의 흔한 피로감이나 반복적 패턴이 드러나기보다, 작품은 오히려 새로운 변주를 통해 확장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7차 캐스팅이 특별히 주목되는 이유는 젠더프리 캐스팅과 관객 참여형 결말 구조라는 두 가지 실험적 장치 덕분이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주인공 성훈 역에 젠더프리 캐스팅을 도입한 점이다. 박정윤과 이유리 두 배우 모두 과거 은진 역을 맡았던 경험이 있기에, 배역의 양면적 관계를 이미 체득한 상태에서 성별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해석을 보여줄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캐스팅의 변주가 아니라, 관객으로 하여금 인물의 서사와 감정의 본질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장치다. 성별 고정적 시각에서 벗어나, 캐릭터가 가진 상처와 기억, 그리고 치유의 과정이 더욱 보편적인 경험으로 다가온다.
비누향기는 과거에서 걸려오는 전화라는 다소 판타지적인 설정으로 시작해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한다. 이는 대학로 무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순 코미디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7차 캐스팅에서는 특히 은진 역을 맡은 윤효비와 김도하의 합류가 눈에 띈다. 두 배우는 장르적 폭과 감정의 스펙트럼을 넓게 가져가는 연기를 선보여,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동일 역의 유형욱은 안정적인 발성과 전달력으로 작품에 묵직한 무게감을 부여한다. 또한 한규혁과 한대한이 번갈아 맡는 멀티 역은 극의 리듬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축이다. 다채로운 캐릭터를 유연하게 소화하는 두 배우의 에너지는 작품이 가진 코미디적 완성도를 보장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비누향기가 힐링 코미디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처럼 조연들의 탄탄한 호흡이 있다.
이번 7차 무대가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이유는 관객 투표로 결정되는 결말에 있다. 관객 참여형 장치가 공연 예술에 종종 시도되어 왔지만, 코미디 연극에서 결말 구조 자체를 개방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는 무대와 객석을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장으로 확장시키는 실험이다. 매회 다른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관객은 단순한 수용자가 아닌 공연의 공동 창작자로서 경험하게 되며, 이는 대학로 공연계에 새로운 흐름을 제시할 수 있다.
21년 첫 무대 이후 지속적인 회차를 거듭하며 관객층을 확보한 비누향기는 이제 단순한 흥행작을 넘어, 대학로 오픈런 시스템의 긍정적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장기간 공연은 종종 창작의 피로와 매너리즘에 부딪히기 마련이지만, 이번 7차 캐스팅에서 보듯 새로운 배우, 젠더프리 시도, 관객 참여형 구조는 작품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비누향기는 단순히 '힐링 코미디'라는 수식어로 규정되기에는 그 이상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웃음으로 관객을 이완시키면서도 잃어버린 기억과 과거라는 무거운 주제를 유연하게 다루며 관객 각자의 삶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한다. 이번 7차 캐스팅은 바로 그 본질을 더욱 확장시키는 시도다. 젠더프리 캐스팅과 열린 결말은 관객이 스스로 서사에 참여하도록 만들며, 작품이 던지는 위로를 더욱 개인적인 차원으로 끌어온다.
다가오는 10월 1일, 대학로 서연아트홀에서 다시 막을 올릴 비누향기는 새로운 배우들과 함께 또 다른 서사를 써 내려갈 준비를 마쳤다. 연극 '비누향기'는 NOL티켓, 네이버 등의 예매처에서 예매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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