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27일 (토)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연극 '나의 아저씨'가 드라마의 깊은 울림을 무대 위에서 새롭게 이어가며 호평받고 있다.
2018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방송 당시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성취'라는 호평을 받으며 세대를 초월한 공감을 이끌어냈다. 일상의 무게를 묵묵히 견디는 중년 남성과 상처 입은 청년의 관계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지탱할 수 있는지를 성찰하게 한 작품이었다. 방영 직후 시청자들로부터 '인생 드라마'라는 찬사를 얻었으며, 아시아를 넘어 해외에서도 리메이크가 추진될 만큼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단순히 '로맨스'로 읽히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해와 연민, 그리고 삶을 지탱하는 조용한 연대를 담아낸 서사라는 점에서 지금도 재방송과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이런 '나의 아저씨'가 연극 무대로 다시 태어났다. 9월 27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공연되는 연극 '나의 아저씨'는 김재엽 연출이 이끈다. 이번 연극에서는 드라마의 여운을 품은 채, 공연만의 밀도와 감정을 지닌 무대를 선보인 그가 드라마가 담았던 삶의 무게와 인간적 연민을 기반으로 무대 특유의 긴 호흡과 밀도 있는 감정 표현을 통해 또 다른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연극 '나의 아저씨'는 드라마의 감성과 서사를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무대만의 여백과 생생한 현장성을 더했다. 드라마가 장면과 인물들의 시간을 풍부하게 담았다면, 연극은 불필요한 장치를 덜어내고 '인물의 감정과 호흡'에 집중한다. 배우가 무대 위에서 실시간으로 쌓아가는 감정,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특유의 긴장감은 영상 매체에서 느낄 수 없는 생생함을 전달한다.
김재엽 연출은 2024년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보여준 것처럼, 인물의 서사를 사실적으로 구축하면서도 무대적 리듬을 놓치지 않는 연출가다. 그는 이번 연극에서도 '드라마의 여운을 지닌 무대'를 목표로 삶을 견디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층 더 밀도 있게 풀어낸다. 특히 이번 무대가 가지는 의의는 원작 드라마를 기반으로 한 스핀오프 연극 '정희'까지 준비된다는 점이다. 하나의 드라마를 기점으로 두 개의 연극이 제작되는 것은 이례적인 시도다. 이는 '나의 아저씨'라는 이야기가 얼마나 강력한 서사적 힘과 확장 가능성을 지니는지를 증명한다.
지난 5일 관람했던 '나의 아저씨'에는 박동훈 역에 박은석, 이지안 역에 김현수, 도준영 역에 윤선우, 강윤희 역에 장희진, 이광일 역에 허영손, 정정희 역에 진소연, 박기훈 역에 변진수 배우가 열연했다.
박동훈은 세상에 휘둘리지 않는 듯 묵묵히 버티는 인물로 박은석은 내면의 균열과 날카로운 직관을 통해 인물의 양면성을 드러냈다. 절망과 불신 속에서 뜻밖의 온기를 만나는 스물한 살 청춘 이지안을 김현수는 내면의 부서짐과 회복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권력과 계산으로 관계를 규정하는 냉정한 인물 도준영을 윤선우는 겉과 속이 엇갈린 인물의 복잡성을 강조한다. 장희진은 차가운 이성과 흔들리는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 강윤희를 절제된 우아함 속 흔들림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허영손은 이지안을 괴롭히며 폭력으로 자신을 무장하지만, 그 안에 깊은 외로움과 공허함을 품은 남자 이광일을 인물의 불안정함과 내면의 슬픔을 잘 표현해 냈다. 거친 말투 속 따뜻함을 품은 오래된 언니 같은 존재 정정희를 진소연은 작품의 무게 속에서 휴머니즘을 환기하는 동시에, 작은 위로가 어떻게 사람을 살리는지를 보여줬다. 박동훈의 동생 박기훈은 버려진 꿈을 안고 살아가는 따뜻한 인물로 웃음 속의 쓸쓸함, 현실적인 유머와 감정의 온도가 교차하는 캐릭터를 작품 속에서 '삶의 불완전함'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줬다. 이처럼 각각의 캐릭터는 단순한 인물 묘사를 넘어 삶을 버티는 다양한 인간형의 집합체로 기능한다.
'나의 아저씨'는 원작 드라마를 봤던 보지 않았던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낼 매력이 충분하다. 기본적으로 드라마의 정서를 잘 간직하면서도 무대만의 집중력 있는 감정 전달이 더 깊은 울림을 준다. 무대도 특별한 장치없이 한눈에 볼 수 있는 단촐한 무대지만 직장, 이지안의 집, 박동훈의 집, 단골 술집 등으로 표현된다. 인물 간의 관계와 감정이 한 무대안에서 관객들의 몰입감을 높여 주며, 연극이 지닌 긴 호흡과 생생한 에너지가 서사의 보편성을 강화해 준다. 물론 드라마의 긴 서사를 150분으로 압축하다보니 몇몇 서사는 압축될 수 밖에 없는 아쉬움은 있겠지만 이는 연극이라는 장르 특성상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연극 '나의 아저씨'는 단순한 드라마 무대화 작업을 넘어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어떻게 삶의 무게를 견디고 서로에게 버팀목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진다. 관객들은 드라마의 울림을 기억하는 동시에, 무대가 주는 긴 호흡과 즉시적인 감정 전달을 통해 또 다른 공감을 경험하게 된다.
'견딘다'라는 키워드로 요약되는 드라마의 메시지가 무대 위에서 다시금 확장되며, 관객들은 영상이 아닌 무대의 현장에서 인물들의 삶과 감정을 직접 마주하게 된다. 특히 이번 공연은 드라마 방영 당시 큰 공감을 얻었던 '세대 간 연대'와 '삶을 버텨내는 힘'이라는 주제를 다시 상기시키며, 관객들에게는 '내 이야기'라는 깊은 자기 투영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드라마 팬들에게는 익숙한 인물을 새로운 무대 해석으로 만나는 신선함을 연극 관객들에게는 대중 서사가 가진 힘을 예술적 밀도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현실의 무게에 지친 관객들에게 위로와 공감의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연극은 단순한 리메이크가 아니라 '공연 예술을 통한 사회적 치유와 위로'라는 의의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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