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17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이 14일부터 창작공연 6편을 추가로 선보이고 있다. 2월 중순 개막작들은 인공지능(A.I.), 기후위기, 환경파괴 등 SF적 요소와 현대 물리학 등 과학적 소재를 접목하고, 고전 희극과 해방 직후의 시대 상황을 모티브 삼은 신선한 소재의 신작들로 포진해 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술가의 집에서 '17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 4차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먼저 SF적 요소를 오페라에 결합시킨 창작오페라 3편의 무대가 연이어 올라갔다. 창작오페라 '윙키'는 인공지능(A.I.)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한 가족의 비극적 사건을 통해 인간성과 기술의 불완전성을 조명한 작품이다. 5개월 아기의 돌연사 이후 가정용 A.I. 로봇에 살해 의혹을 제기하며 전개되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중심으로, 인간과 로봇 사이의 윤리적 경계와 책임의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양수연 연출가는 "처음엔 흥미로운 미래 소재 기술에 대한 두려움 정도로 접근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예상보다 훨씬 깊고 고통스러운 창작 과정이 다가왔고, 사실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윙키'가 가족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이 질문이 가장 치열하게 고민됐던 지점이었어요"라며 "결국 이 작품은 결핍에 대한 이야기로 보면 되구요. 처음 인생은 자신의 결핍을 채운 재료를 찾기 위해 세상을 관찰하다가 자신에게 없는 것 그래서 가족들을 학습시킵니다. 마치 AI 딥러닝 과정과 닮아있어요"라고 소개했다. 15일까지 강북문화예술회관 강북소나무홀에서 공연했다.
"로봇이 결핍에 집착하게 된다면 이 상상은 사실 미래에 인간에게 위협이 될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작품이 전개되면서 갑자기 뒤바뀌는 강렬한 반전이 있는데요. 모든 흥행작이 그렇듯 이런 반전은 매우 중요하죠. 처음부터 치밀하게 구성되어야 관객이 어떠한 원하는 방향으로 저희가 반전을 이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도영 작가는 알고리즘과 로봇 윙키의 분리라는 반전의 장치를 사용합니다. 저희 오페라에서도 이 반전의 장치가 필요했고, 그 고민은 저에게도 깊이 있었구요. 저는 베이스 바리톤 이준서를 캐스팅하는 것을 선택했고 이 선택이 적중하길 바라봅니다 "
창작오페라 '지구온난화 오페라 1.5도 C'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라는 현실적인 내용에 SF적인 요소를 더한 작품이다. 탄소가스 배출로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의 평균온도가 1.5도에 이르면 지구의 자정능력이 상실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해답을 찾지만, 결국엔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결과임을 깨닫고 무기력해지는 상황을 그려낸다. 2월 15일에는 세종예술의전당에서 공연했고, 22일에는 당진문예의전당에서 공연한다.
이용주 작곡가는 "이 작품은 1년 반 전 시작됐는데 그 당시 지구 평균 기온이 1.3도 어떤 지역은 1.5도까지 상승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가 이 작품에서 대본과 작곡을 했는데요.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전문가들을 만나 얘기하고 그 단체에 가입해서 활동하면서 환경운동가가 다 됐어요. '지구온난화 오페라 1.5도 C' 는 내용적인 것이 뭔가 우리가 예술적인 차원에서 굉장히 추상적으로 어떤 내용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고 그냥 우리가 느끼고 느껴지는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 환경의 재앙을 있는 그대로 그냥 표현하고 거기에서 내가 느끼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그대로 옮겼다고 보시면 됩니다"
창작오페라 '오페라 칼레아 부탈소로'는 범지구적인 환경파괴와 해수면 상승이 다가온 미래, 인류 최후의 보루인 플로팅 시티 ‘부탈소로’에 이민 오는 여러 민족의 모습을 신화적 관점으로 창작한 작품이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장대한 스케일의 SF 오페라로, 우리나라 고유의 판소리를 클래식 오페라에 접목해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한전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저희 오페라는 환경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그 접근을 신화적으로 해석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우리의 미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합니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거대한 바다 폭풍 칼레아로 인간과 지구가 멸망하는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사랑과 희망을 전달하고 있어요. 저희는 이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현대 한국 창작 오페라가 음악으로 전하는 새로운 세계 환경과 인간을 돌아보는 주제의식이 오페라 예술가들이 전하는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권리로서 오페라 '칼레아 부탈소로'가 초월 기점으로 영원하리라 생각합니다"
이어 현대 물리학과 고전 희극을 한국의 전통연희와 접목시켜 풀어낸 전통예술 무대도 펼쳐진다. 전통예술 '연희물리학 ver.1 '원''은 전통연희의 예술적 표현에 현대 물리학적 원리를 융합시킨 신개념 공연이다. 상모돌리기와 줄타기의 움직임, 연희자 신체와 진법의 작동방식, 악기와 장단의 구조, 사자탈의 상징성, 그리고 연희 에너지의 원동력인 '오금' 등을 물리학의 원리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움직임과 리듬, 에너지를 무대에서 형상화한다. 2월 14일부터 16일까지 구리아트홀 코스모스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임영호 연출은 "전통 인력에 현대 물류학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본질적인 공통점을 찾아내서 탐구한 작품으로 상체 줄광대가 가지고 있는 오금을 가지고 이줄광대가 오금의 여정을 떠나서 오금을 찾아가는 끝까지 '오금'에 중점을 맞춘 공연입니다"라고 말문을 연후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본질이 뭔가에서 시작된 질문에서 답은 '오금'이었습니다. 오금이란 저희가 수직으로 무릎을 움직여서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말하는데 그 에너지를 가지고 저희가 상모의 회전 운동을 풀어내는 겁니다. 본질적으로 물리학과 접목시켜 보면 어떨까 생각했고, 이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과 비슷해 창작하게 되었습니다"라며 작품의 기획 의도에 대해 설명했다.
전통예술 '우리소리 바라지 창극 '돈의 신:神''은 그리스 희극 '부(富)의 신'을 모티브 삼아 우리의 전통연희극 형식으로 풀어낸 창극이다. 가난과 부의 문제, 부의 불균형, 돈의 불공정성 등 인간의 난제를 패러독스적인 웃음과 한국 전통의 해학으로 유쾌하게 풀어낸다. 그리스 희극의 모티브를 우리 전통예술 형식으로 풀어내는 것은 신선한 시도로 신과 인간을 축원하고 아우르는 그리스 희극과 우리 전통 연희의 열린 연행성을 연관지어 본다면, 시공간을 넘어선 두 공연 장르의 결합은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 시대를 알 수 없는 남도의 한 마을, 가난 때문에 죽은 망자 박대출을 위한 다시래기가 치러지며 가난이 지긋 지긋한 마을 사람들은 하늘의 저주로 눈이 먼 맹인이 된 돈의 신을 불러내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조성재 대표는 "작품의 원작은 기원전 388년 전에 공연된 것으로 추정되는 그리스 극작가 아레스토파레스의 희극 '부의 신'입니다. 왜 착하게 사는 사람들은 가난해야 하고 독하고 악착같은 자들은 부자로 살아가는지 모두가 공평하게 부자로 잘 사는 세상은 불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묵직한 화두를 패러독스적인 웃음과 한국 전통의 해학과 풍조로 풀어냈습니다. 현대 사회 문제를 해학적이고 풍자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은 우리 전통적으로 전승해 온 연희 방식을 활용했어요"라며 "작품에서는 모든 공연자들이 배우가 되어 연기도 하고 악사가 되어 연주도 하며 소리꾼이 되어 소리도 하는 개방적인 멀티 형식의 공연입니다.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놀이의 문제를 최대한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대사와 노래 가사로 담아 봤습니다"라고 말했다. 15일까지 서울남산국악당에서 공연했다.
마지막으로 해방 직후의 시대 상황을 다룬 연극 작품이 공연된다. 연극 '동백당; 빵집의 사람들'은 1947년 군산의 작은 빵집 '동백당'을 배경으로, 해방 직후 자본주의가 태동하던 격동의 시대에 남겨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찾아가는 삶의 가치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일본인이 떠나고 직업을 잃은 조선인들, 늙고 병들어 버림받은 일본인 등 마을에 남은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글과 제빵 기술을 배우면서 살아갈 방법을 찾고 연대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진주 작가는 "제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15년입니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요. 한때는 이런 상황이 너무 낭만적인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여러 사태를 지켜보면서 연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고단한지 용감한 것인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동백당의 인물들은 자주 '그냥'이라고 말하면서 선의를 베풀고 받아들이고 나아가요. 그 '그냥'이라는 말뒤에 숨어있는 따뜻한 힘과 강렬한 용기를 묻고 싶네요"라면서"시대적으로 본다면 이후 한국전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안타깝겠지만 그래도 그 시간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모습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는 생각할 수 없어요. 이 과정을 통해 일어서는 법을 배웠고, 더 큰 역경이 와도 함께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이 이야기를 썼어요. 연기에 대한 경험, 배움 자체의 의미를 동백당이라는 희곡에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황세원, 박윤정 외 배우분들의 연기들도 기대 많이 해주세요"라며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23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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