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연극 '렛미인'은 2013년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이 제작해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등에서 찬사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2016년 1월 아시아 최초 초연했고, 이후 약 9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재연되기까지 9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기다림 또한 컸고 제작사 측에서도 새로운 인물들로 관객들의 기다림에 보답코자 했다. 그 결과 권슬아, 백승연, 안승균, 천우진, 조정근, 지현준 등 13명의 실력파 배우들이 합류해 공존할 수 없는 '불멸'의 뱀파이어와 '필멸'의 인간의 사랑을 담았다.
지난 8일 연극 '렛미인' 프레스콜이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진행됐다. 프레스콜에 는 이지영 국내협력 연출, 김준태 국내협력 무브먼트 디렉터와 배우 권슬아, 백승연, 안승균, 천우진, 조정근, 지현준이 참석했다.
'렛미인'에는 생존을 위해 흡협을 해야만 하는 매혹적인 뱀파이어 일라이와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외로운 소년 오스카 그리고 일라이를 사랑하며 그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하지만 결국 그 사랑을 잃고 마는 하칸이 등장한다.
이지영 국내협력 연출은 "이번에 정말 멋진 배우들과 함께 하게 되어 감격스럽습니다. 5년 전 코로나 팬데믹때문에 아깝게 공연을 올리지 못했지만 다시 무대에 서게 되어 행복합니다"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어 "일라이 역의 두 분을 봤을 때 극중 일라이가 100살을 살아온 시간을 멈춘 사람의 고유함과 또한 고독과 아이의 모습이지만 슬픔을 공유한 느낌을 살려야 했어요. 더해 신체를 잘써야 됐는데 두 분(권슬아, 백승연)을 보자마자 일라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라며 두 배우에 대한 믿음을 보냈다.
권슬아, 백승연는 일라이 역을 얻기 위해 무려 570:1의 경쟁을 이겨내야만 했다. 이런 경쟁을 이겨내고 매력적인 캐릭터 일라이를 연기하기 위해 두 배우가 집중했던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먼저 백승연은 "저는 16살에 예술의전당에서 '렛미인'을 봤어요. 그때 느꼈던 신선함과 충격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신기했고 나중에 저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을 꿨죠. 10년이 지나 오디션을 통해 일라이를 연기하게 됐습니다. 꿈 같은 이야기지만 관객분들께 꿈 같은 동화 이야기를 전달해 드리고 싶어요. 피가 많이 나오고 좀 잔인할 수 있지만 재미있고 아름다운 이야기라 많이 성원해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작품의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이어 그는 "이번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인간적이지 않은 움직임을 보여주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했어요. 인간은 척추를 가지고 있고 동물 중 척추를 가지고 있는 동물이 있는데 척추를 가진 동물들이 사냥감을 노릴 때 움직임을 오디션 때 잘 보여준 것이 좋게 보인 것 같습니다"라며 "일라이는 초현실적인 다른 세계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시면 작품을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인간이 아닌 어떠한 존재가 인간의 언어를 학습하려고 하거든요. 프리뷰도 끝났고 본 무대에서 이런 것들을 잘 표현해 보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권슬아는 "저는 5년 전에 캐스팅 됐지만 아쉽게 코로나 때문에 무대에 서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지금 열심히 그 회포를 풀고 있습니다"라며 작품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일라이라는 인물은 좀 어려웠어요. 동물도 아닌 것이 다른 세계에 있는 인물 같아서 좀 많이 낯선 느낌이 들었습니다. 뱀파이어가 저희가 만들어낸 환상 같은 존재이고 실제하지 않다보니 유니콘처럼 어쩌면 고귀하게 여겨질 수도 있고 하찮게 여겨질 수도 있는 존재죠. 되게 담을 것이 많은 존재라 생각되니 연민, 사랑스럽기도 하고 친해지더라고요. 저도 움직임이나 말투에 고민했습니다. 너무 인간 같으면 안되기에 오스카와 일라이가 서로 흥미가 되어 줄 수 있는 것들을 연구하면서 찾아갔습니다"
마찬가지로 310:1의 경쟁률을 뚫은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외로운 소년 오스카 역에 안승균·천우진이 캐스팅되었다.
2017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로 데뷔한 천우진. '렛미인' 역시 움직임이 많은 공연이기에 이것을 해내기 위한 어떤 과정을 만들어 왔는지 들어봤다.
"'렛미인'에서의 움직임은 인물들 간의 부재된 대화를 함축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배우와 무대를 매개시켜주는 도구입니다. '빌리'에서는 고강도 신체 훈련을 통해 춤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렛미인'에서는 섬세하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서정적인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이 도전 과제였습니다. 저희의 속삭임의 몸짓들이 관객들에게 어떤 떨림과 울림을 줄지 생각하며 떨리는 마음을 품고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2016년 초연 이후 올해 공연에 합류한 안승균. 올해 캐스트 중 유일하게 경력직인 만큼 오스카를 연기함에 어떤 점을 부각시키려 했는지 궁금했다.
"10년의 시간이 흘렀고 오스카가 새롭게 보이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10년 전 오스카를 돌아보면 화도 많고 속상함, 어두움이 많은 친구였다면 다시 만난 오스카의 세상은 참 사랑이 많구나 느꼈습니다.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 느낌도 들었고요. 이번 오스카는 사람들에게 사랑스러웠으면 좋겠다 싶어요. 저는 큰 무대 경험이 많지 않기에 몸의 언어, 소리나 톤이라든지 오스카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제 감정을 일라이에게 표현해 줘야 오스카에게 흥미를 느끼지 않을까 그런 부분들을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멈춰버린 사람을 평생 사랑했지만, 결국 그 사랑을 잃어버린 남자 하칸 역에는 조정근과 지현준이 캐스팅되었다.
조정근은 "'렛미인'은 결국 사랑이야기에요. 일라이와 오스카의 딱 그 나이에 어울리는 알콩달콩한 사랑같아요. 하칸에게도 40년 전에 그런 모습이 있었습니다. 10대에 느꼈던 사랑이 50대에도 느끼고 있지만 10대에 머물러 있는 상대(일라이)를 보며 거기서 오는 하칸의 혼란과 자괴감이 있죠. 오늘은 못 보여드렸지만 하칸의 아주 중요한 장면이 있습니다. 그 장면을 연습할 때 떠오르는 그림이 있는데 북유럽 피오르드 절벽 끝에 서서 한 발만 내딛으면 날라갈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는 어느 한 순간을 하칸이 맞는데 그 경계에서 고민하는 정말 그런 완벽한 남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현준은 "이 작품은 그냥 외로움에 대해서 얘기하는것 같아요. 하칸은 외로움을 견디지만 사랑을 갖고 있고 그래서 영생을 사는 일라이가 본인의 한 60년이 나한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생각하며 하고 있어요"라면서 "연출인 루크가 하칸은 좀 신비로운 존재다라고 했어요. 일라이도 신비로운데 서로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네요. 하칸이 갖고 있는 순수함과 어리숙함이 오스카와 비슷한 아이같은 모습이 굳었으면 좋겠다. 이걸 중점으로 잡고 계속 해보고 있는 중입니다"라며 연기의 방향성에 대해 얘기했다.
공존할 수 없는 '불멸'의 뱀파이어와 '필멸' 인간이 함께 영원을 꿈꾸며 서로의 삶에 파고드는 강렬함은 올여름 잔인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연극 '렛미인'은 8월 16일(토)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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