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9일(목)~10일(금)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극단 툇마루와 국립극장이 협업한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A Streetcar Named Desire)'가 10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이틀간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미국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대표작으로 1947년 초연 당시 퓰리처상과 뉴욕극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며 세계 연극사에 길이 남은 명작이다. 이후 영화화되어 비비안 리와 마론 브란도의 열연으로 아카데미 4관왕을 기록하며 대중적 인지도도 높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미국 남부 출신의 몰락한 귀족 여성 블랑쉬가 동생의 집에 머물면서 맞닥뜨리는 욕망, 현실, 좌절, 폭력 등의 감정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블랑쉬와 매형 스탠리 사이의 극렬한 갈등은 사회 계급, 성별, 인간의 본성을 둘러싼 치열한 충돌로 표현된다. 작품은 개인의 파멸과 광기를 통해 욕망의 파괴성과 인간 내면의 불안정성을 심도 있게 조명하는 동시에, 잔인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과 연대의 가능성을 희미하게 제시한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단순한 사실주의를 넘어 상징주의와 표현주의의 요소를 함께 결합한 깊이 있는 희곡이다. 이 작품은 단지 한 여성의 몰락이 아니라, 두 세계의 충돌을 통해 20세기 중반 미국 사회의 변화와 붕괴를 심도 있게 비추어낸다.
작품 속 블랑쉬(Blanche)와 스탠리(Stanley)는 단순한 인물 그 이상이다. 이들은 각각 정신적 가치와 물질적 현실, 전통과 현대, 환상과 진실의 상징으로서 대비되며, 희곡 전반에 걸쳐 시각적·언어적으로 치밀하게 대조된다. 이들의 대립은 단순히 개인 간의 갈등이 아니라, 시대의 전환기에서 벌어지는 가치관의 충돌이며 미국 남부 귀족문화의 쇠퇴와 도시 하층 노동계급의 부상이라는 역사적 맥락을 내포한다.
이 작품은 겉으로는 사실주의 희곡의 틀을 따르지만 무대 배경, 조명, 소리, 음악, 리듬 등에서 표현주의적 기법이 섬세하게 사용된다. 블랑쉬의 심리적 불안은 잿빛 조명이나 불안한 재즈 선율로 시각화·청각화되고, 스탠리의 등장 시에는 육중한 음향, 강한 색감의 조명이 사용되어 대비를 극대화함으로써 무대는 점점 압박되고 폐쇄된 느낌으로 좁혀지며 블랑쉬의 내면 붕괴를 시각화한다.
이번 작품은 희곡의 상징성과 인간 내면의 심리를 세밀하게 풀어낸 정통 심리극으로 무대·스크린·방송을 넘나드는 실력파 배우들의 참여가 더욱 주목된다. 희망과 욕망의 희생자 블랑쉬 역에는 연극과 드라마를 넘나드는 내공 있는 연기력으로 주목받는 배우 송선미가 출연해 몰락한 귀족 출신의 외로운 여인 블랑쉬를 섬세한 감정선과 깊이 있는 해석으로 표현한다. 본작을 통해 첫 연극 무대 도전하는 한다감은 블랑쉬의 불안정한 내면과 붕괴의 서사를 새로운 색채로 재해석할 전망이다.
이번 작품에서 육체적이고 직설적이며 본능적인 스탠리를 통해 폭력성과 시대 정신을 상징적으로 구현할 스탠리 역에는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곽도원이 맡았고, 현실과 가족 사이에서 갈등하는 스텔라의 내면을 섬세하게 풀어내며 극의 감정 균형을 잡을 스텔라 역에는 배우 오정연이 연기한다. 블랑쉬의 마지막 희망이자, 좌절을 안기는 존재인 미치 역은 배기성 (그룹 캔)이 맡아 음성과 감정 연기의 깊이를 더한다.
스크린·무대·방송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약해온 멀티플레이어들의 조합은 기존 연극팬뿐 아니라 대중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적 캐스팅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사라지는 세계와 떠오르는 현실의 충돌, 환상의 붕괴와 진실의 가혹함, 그리고 그 속에서 무너져가는 한 여성의 정신적 파국을 통해 인간 존재와 시대정신을 극적으로 포착한 작품인 것이다.
작품은 10월 9일(목)~10일(금) 양일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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