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 2024.11.2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 2024.11.2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 2024.11.2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 2024.11.2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우리가 몰랐던 위대한 독립작전 '냅코 프로젝트'.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모르고 지냈던 이 작전에 대한 무대화가 바로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이다. 

 

'냅코 프로젝트'는 일제 치하 1945년 대한민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OSS(미국 CIA 전신)가 비밀리에 준비한 작전으로 8월 18일 작전 시행을 목표로 애국심이 강한 한국인 19명을 선발해 훈련시켰다. 이 작전에 선발된 19명은 자신의 모든 인생과 신분을 버리고 알파벳 암호명으로 활동했으나 8월 15일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인해 작전 시행이 무산되었다. 작전은 일본 본토로 직접 침투해 일본의 주요 인사 19명을 제거하는 작전으로 사실상 살아돌아 올 수 없는 작전이었다. 이 작전은 한국인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전후 일본의 패망 이후 독립을 계획하는 중요한 작전이었으며, 유일한 박사는 이를 통해 자주독립이라는목표를 달성하려고 한 것이다.  여기 암호명 A로 불렸던 한 남자의 기록으로 뮤지컬 '스윙 데이지_암호명 A'는 시작된다.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 2024.11.2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 2024.11.2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암호명 A로 불렸던 분은 유한양행의 창업자이자 유한재단을 설립한 독립운동가 姑 유일한 박사를 지칭한 것이다. '냅코 프로젝트'에 참여한 19명은 이미 모두 세상을 떠났고 유일한 박사도 이 일을 죽을 때까지 비밀로 간직했다. 사후 오랜 시간이 흘러 1990년대가 되어서야 이 프로젝트가 세상에 알려졌다. 작품의 타이틀은 유일한 박사의 자서전 'When I was a boy in korea'에 삽입된 삽화 그네 타는 장면인 삽화 제목이 바로 'Swing Day'이다.

 

기업가로 성공 많은 돈을 벌었고 그 돈을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의약품 사업을 통해 국민을 위한 봉사를 하고 있었던 그가 굳이 혹독한 육체적 훈련을 받고 특수 요원이 되어 끝내는 목숨마저 바쳐야 하는 무장 작전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 작품의 시작점인 것이다.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은 지난달 26일 진행됐다. 전 배우들이 참여한(하도권 배우는 일신상 불참) 프레스콜에서는 약 70분간 하이라이트 시연 후 기자간담회를 진행했었다.  姑 유일한 박사의 역할은 극중 유일형으로 배우 유준상, 신성록, 민우혁이 연기한다.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 2024.11.2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 2024.11.2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유준상은 "유일형 박사님이 냅코 프로젝트를 50살에 시작하셨듯이 저도 50살까지 충분히 버티면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작품이 열 번째 대형 창작 뮤지컬 초연으로 그중 여섯 작품이 10년 째를 향해 갔네요. 앞으로 10년 후 '진짜 10년을 해냈네요 '하고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전한바 있다. 

 

민우혁은 "제가 영웅물의 역할을 많이 했었는데요. 이 작품은 제가 생각했을 때 어떻게 그런 일을 하셨지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단어가 바로 '사랑'입니다. 작품 마지막에 유일형 박사의 대사가 나오는데 '내 목숨을 다 바쳐서 내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겠습니다' 라고요. 이게 저를 설득시켰습니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 등 여러 형태의 사랑에 공감할 수 있었어요" 

 

신성록은 "저는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의 느낌은 약간의 위트가 허락되는 느낌이랄까요. 이야기가 진지할 수도, 느와르적일 수도 있겠지만 작품이 끝날 때는 많이 웃다가 우는 느낌일거에요.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고 그때 그 분들도 그러지 않았을까. 해야 할 일을 한 거지만 그냥 그 인생을 살아가신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데 그 이야기가 너무나 재미있습니다. 꼭 와서 확인해 주세요"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 2024.11.2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 2024.11.2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7일 관람한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캐스트에는 유일형 역에 신성록, 호메리 역 이지숙, 황만용 역 하도권, 야스오 역에 이창용, 베로니카 역에 이아름솔, 곤도 역에 장현성, 펄벅 역에 오진영, 노아 역에 이은상 외 앙상블들이 출연했다. 

 

이 작품의 배경은 일제 치하 태평양전쟁 막바지로 전황이 불리해진 일본이 마지막 발악으로 카미가제 공격을 획책한다. 그 방법으로 유일형 박사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의약품으로 전선에 나가는 어린 친구들에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으로 사용하게 된다. 유일형 박사는 전장에서 어린 친구들도 많아 의약품이 필요하다는 연인 호메리의 조언을 받아 의약품을 전달하게 된다. 그런 의로운 의도로 제공한 의약품이 사실은 자살 비행을 도우는 한 방편으로 이용된다는 사실에 유일형은 심한 자괴감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그 요구를 한 사람은 조선총독부 야스오 형사과장으로 어릴적 황만용과 같이 셋이 절친이었기에 그런 배신적 행위에 치를 떨 수 밖에 없었고 분노할 수 밖에 없었던 것. 유일형 역을 연기한 신성록은 넘버 '확신' '스윙 데이즈' '방법을 찾아' '괜찮을 거야' 내가 가야할 길' 등 극 전반적으로 위트감 넘치고 애절할 연기와 폭발력 넘치는 넘버 소화력까지 왜 그가 뮤지컬계에서 독보적인 배우임을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한편 이런 공격 사실을 유일형 박사는 미국에서 연인 호메리와 결혼을 위장해 들어가 OSS 펄벅에게 보고하게 되고 그 덕분에 일부 작전은 수포로 돌아가고 많은 이들의 자살 비행 공격을 막아내게 된다. 일말의 안도감도 잠시 총독 곤도의 지시로 야스오 형사과장은 스파이로 유일형 박사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검거하려 들지만 이때 황만용이 유일형이 OSS 스파이임을 알고 자신이 스파이라고 자백하며 유일형을 보호한다.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 2024.11.2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 2024.11.2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이 작품에서 황만용은 일형의 소꿉친구이자 사업 파트너로 나온다. 구수한 평양 사투리를 구사하는 덕분에 자칫 무거워 질수도 있는 극에서 입체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유일형과의 만담 티키타카도 있고 시기적절한 타임에 등장해 툭 던지는 대사 한 마디에 관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온다. 능청스러우면서 작품에서 결코 빠질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 역할을 하도권은 때론 능청스러우면서 무게감있는 연기와 넘버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만용에게 있어 일형은 어릴적 소꿉 친구 이상의 의미로 표현된다. 일형은 직원 200여 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기업의 리더이자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조선에서 조국 이상의 존재로 각인되었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일형을 대신해 자수했고 총독부의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결코 입을 열지 않는 우정 이상의 충정을 보여준 것이다.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 2024.11.2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 2024.11.2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일본인 장교 아버지와 조선의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야스오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느낀다. 조선총독부의 총독인 아버지 곤도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자 고군분투하며 자신과 다르게 온전히 조선인임에도 아버지로부터 더 인정받은 일형을 이기기 위해 우위에 서고자 한다. 독립운동가 베로니카를 처형하고 카미카제 공격에 일조하며 이 사실을 미국에 누설한 일형을 체포하려는 등의 행동으로 자신의 입지를 쇄신하려 하지만 결국 일형과의 우정을 회복하며 그를 살리고 죽음을 택한다. 이 역할은 이창용 배우가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 2024.11.2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 2024.11.2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베로니카는 일형의 선의를 오해하고 성급히 행동하다 야스오 형사과장에게 발각되며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이후 베로니카는 일형의 환상으로 등장하며 일형이 흔들릴 때마다 매순간 등장해 그를 자극하며 올바른 선택을 하게 도와준다. 이 과정을 연기한 이아름솔은 이미 입증된 탁월한 넘버 소화력과 풍부한 표현력으로 무대에서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나타낸다. 그가 부르는 넘버을 보면  '답할 수 없는 질문', 호메리와 함께 부르는 넘버 '꿈꿀 수 있게', 일형과의 듀엣 넘버 '할 수 있는가', 앙상블들과의 절묘한 합을 보여준 '스윙 댄스'까지 때론 폭발력 넘치다가도 분위기를 흥겹게 만들어주는 넘버까지 명불허전의 보컬 능력을 보여줘 감탄을 불러 일으켰다.

 

이 작품의 또 다른 볼거리는 무대 장치일 것이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주제이기에 화려한 컬러의 무대는 아니지만 각 넘버의 주제에 맞는 무대 전환과 조명으로 주제를 부각시키며 관객들이 무대 위 배우들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앙상블들의 군무 역시 돋보였다. 많은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과 일치감이 있어보였고, 극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스윙 댄스 씬도 중요한 장면과 어우러지는 넘버이기에 꽤 고민하고 짜여진 군무로 보였다. 

 

194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스윙재즈 음악과 춤을 사용하여 독립운동의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않는 인물들의 모습을 함께 표현했다. 이는 당시 유일한 박사가 미국에서 활동하던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동시에 한국 독립을 향한 열망과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 2024.11.2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 2024.11.2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이 작품은 인터미션 포함 165분이나 되는 긴 공연 시간임에도 결코 지루하거나 한 눈을 팔지 않게 하는 작품의 밸런스가 잘 맞는 작품이다. 그 중심에는 한국인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주제 일제강점기 주권을 빼앗긴 조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목숨 바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을 빼놓을 수 없기에 마음한 켠 숭고한 마음을 안고 무대 위 배우들의 대사 하나하나와 모든 넘버에 집중하며 웃고 울고 하는 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독립운동이라는 것이 결코 소수의 세력이 저항하고 희생하는 숭고한 아픈 이야기가 아닌 굉장히 쿨하고 섹시하며 유머스러움과 위트 넘치는 연기를 통해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모두가 독립운동가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정신나간 상황들을 보며 일국의 지도자들의 발언들이나 역사관을 본다면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는 윤리적인 기업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근간으로 지금 우리 시대에도 닿을 수 있는 '헌신'에 관한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작품을 보면서 과연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누구나 (독립운동을) 할 수 있었을까' 라고 자문해 본다면 결코 쉽게 '그렇다'라고 답을 수 없는 너무 어려운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정말 나의 생을 걸고 무엇을 희생하고 선택할 수있을까 라고 작품을 보면서 단 한 번만이라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 2024.11.2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 2024.11.26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는 연출 김태형, 프로듀서 김희재·정경진, 작가 김희재, 작곡/편곡 제이슨 하울랜드, 각색/작사 박해림, 음악감독 김문정 , 안무감독 이현정 등과 유준상, 신성록, 민우혁, 고훈정, 이창용, 김건우, 정상훈, 하도권, 김승용, 김려원, 전나영,이아름솔, 장현성, 성기윤, 최현주,이지숙, 유보영, 오진영, 이은상 외 앙상블들까지 국내 최고의 창작진들과 세계적인 작곡가, 빈틈이 없는 캐스트들이 의기투합하여 3년여 간의 프리 프로덕션 작업을 통해 선보이는 만큼 동시대의 모두가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완벽한 무대를 선사한다. 작품은 2025년 2월 9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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