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오차드뮤지컬컴퍼니의 2025년 창작 신작 뮤지컬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가 지난 10일(금) 극장 온에서 초연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 포스터. 제공 오차드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 포스터. 제공 오차드뮤지컬컴퍼니

한국전쟁과 4·19 혁명이라는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개인의 기억과 국가의 진실을 교차시키며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지난 2월 (주)자유문화발전소가 주최하고 오차드뮤지컬컴퍼니가 주관한 '무대를 빌려드립니다' 리딩 쇼케이스에서 첫선을 보였다. 당시 "기억과 인간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추가 개발 과정을 거쳐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뮤지컬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는 1961년 4월 19일, 거리로 나선 대학생 우현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전쟁 중 흔적도 없이 사라진 큰형 희택을 찾기 위해 나선 그는 그 과정에서 감춰져 있던 가족의 비밀과 마주하게 되고, 국가와 사회가 지워버린 진실을 하나씩 밝혀간다. 또 다른 인물인 인경, 양민 학살 유족회 청년 학생 위원장은 '왜 이들의 죽음은 기록되지 않는가'라는 물음을 집요하게 던지며, 집단의 침묵 속에서 잊혀진 이름들을 무대 위로 불러낸다.

 

작품은 이를 통해 전쟁과 권력이 남긴 상처, 그리고 그것을 견뎌온 사람들의 삶을 조심스럽게 드러내며 ‘역사는 기록된 사실만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뮤지컬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 캐스트 합본. 제공 오차드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 캐스트 합본. 제공 오차드뮤지컬컴퍼니

'잊고 살아야 하는가, 끝까지 기억해야 하는가'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재현하는 작품이 아니다. 국가 폭력 속에서 침묵을 강요받은 개인들의 상처와 망각의 고통을 세밀하게 포착하고, 그 기억이 세대를 넘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탐구한다. 무대 위에서는 배우들의 육성과 합창, 그리고 절제된 음악이 억눌린 목소리들을 하나씩 되살린다. 관객은 단순한 방관자가 아니라, 기억의 여정을 함께 짊어지는 당사자로 초대된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잊고 살아야 하는가, 아니면 끝까지 기억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관객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섬세한 서사와 깊이 있는 음악의 조화 

이번 작품은 제9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작품상(400석 미만 부문)을 수상한 배시현 작가가 대본과 연출을 맡았다. 인간 내면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필력으로 정평이 난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개인의 기억을 통해 국가의 기억을 재구성한다'는 서사적 실험을 시도한다. 음악은 신예 강철 작곡가가 맡았다. 그는 클래식한 선율 위에 현대적 화성을 더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서사의 정서를 음악적으로 구현했다. 두 창작자의 협업은 따뜻하면서도 예리한 드라마와 섬세한 음악적 감정선으로 이어지며, 관객에게 강렬한 감정적 울림을 선사한다.

 

오차드뮤지컬컴퍼니 관계자는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는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작품이 아니라, '기억'이라는 행위가 오늘의 우리에게 어떤 책임을 요구하는가를 묻는 작품"이라며 "기억하지 않으면 다시 반복된다는 진실을,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통해 관객과 나누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외면해 온 목소리들을 무대 위로 올려놓고, 그것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이 작품이 관객에게 위로와 성찰의 시간을 선물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는 12월 28일(일)까지 대학로 극장 온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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