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리 퀴리' 프레스콜(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 역 박혜나) 2025.08.0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마리 퀴리' 프레스콜(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 역 박혜나) 2025.08.0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마리 퀴리' 프레스콜(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 역 박혜나) 2025.08.0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마리 퀴리' 프레스콜(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 역 박혜나) 2025.08.0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뮤지컬 '마리 퀴리'가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지난 7월 25일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막을 올린 이번 시즌은 더 큰 무대 규모와 정교해진 연출, 그리고 캐스트들의 다층적인 해석이 어우러져 작품의 깊이를 한층 확장시켰다. 단순히 위대한 과학자의 삶을 무대 위로 옮겨오는 데 그치지 않고, 과학과 윤리, 책임과 용기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금 관객에게 던지며 뜨거운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이번 시즌 무대는 라듐의 빛을 다양한 조명과 영상으로 형상화하여 발견의 환희와 죽음의 그림자를 동시에 체감하게 한다. 라듐이 발하는 초록빛은 아름답고 신비롭게 빛나지만, 동시에 서서히 침식해 들어오는 어둠의 전조로 작용한다. 마리와 안느가 각자의 길에서 마주하는 절정의 순간들은 무대 위에서 장치와 조명의 교차로 표현되며, 관객은 눈앞에서 과학적 성취와 윤리적 고뇌가 동시에 빚어내는 긴장감을 경험한다. 특히 라듐 공장 직공들의 죽음이 연속적으로 암시되는 장면은 빛과 어둠의 대비 속에서 더욱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마리 퀴리'의 중심은 당연히 과학자 마리 퀴리이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그녀의 내면과 주변 인물들의 서사가 더 촘촘히 맞물려 한 편의 거대한 직조물처럼 완성된다.

 

뮤지컬 '마리 퀴리' 프레스콜(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 역 김려원, 안느 코발스카 역의 강혜인) 2025.08.0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마리 퀴리' 프레스콜(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 역 김려원, 안느 코발스카 역의 강혜인) 2025.08.0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마리 퀴리' 프레스콜(루벤 뒤퐁 역의 강태을) 2025.08.0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마리 퀴리' 프레스콜(루벤 뒤퐁 역의 강태을) 2025.08.0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지난달 29일 관람했던 캐스트의 마리 퀴리 역의 김려원은 서늘한 지성 속에 감정의 파동을 실어내며 과학자와 인간 사이의 간극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고 안정감 높은 폭발적 성량으로 마리 퀴리의 고뇌와 기쁨, 절규와 희망을 밸런스 있게 연기했다. 라듐에 노출되어 병들어가면서도 진실을 밝히려는 용기 있는 직공으로 등장하는 안느 코발스카 역의 강혜인 역시 절제된 연기 안에 분노와 결단을 담아내며 극의 긴장감을 높여 눈길을 끌었다. 안정적인 고음의 성량으로 훌륭한 넘버를소화해 냈다. 

 

학문적 동반자로서 마리의 남편으로 함께 빛을 쫓는 인물 피에르 역은 차윤해가 연기해 사회적 편견과 과학적 위험성 앞에 인간적인 한계를 드러냄과 동시에 마리를 위한 헌신적인 희생 정신을 보이며 감동을 전했다. 작품의 빌런 루벤 뒤퐁 역의 박시원은 기업가로서 자본의 힘과 권력을 대변하며, 라듐의 빛을 이용해 이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비극을 은폐하는 세력의 주축으로 기업의 이익만을 쫓는 비열함을 적나라하게 선보였다. 

 

뮤지컬 '마리 퀴리' 프레스콜(안느 코발스카 역의 이봄소리) 2025.08.0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마리 퀴리' 프레스콜(안느 코발스카 역의 이봄소리) 2025.08.0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마리 퀴리' 프레스콜(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 역 김소향, 피에르 역 테이) 2025.08.0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마리 퀴리' 프레스콜(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 역 김소향, 피에르 역 테이) 2025.08.0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마리 퀴리'의 음악은 극의 정서를 단순히 수놓는 차원을 넘어,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으로 작동한다. 라듐을 발견한 순간을 묘사하는 합창 넘버는 발견의 환희를 극대화하며 '빛'의 메타포를 관객의 귀와 가슴에 각인시킨다. 그러나 이 빛은 곧 노동자들의 죽음을 암시하는 서늘한 선율로 이어져, 성취와 비극이 동시에 존재하는 작품의 본질을 음악적으로 구현한다. 마리의 솔로 넘버들은 그녀의 내면 고뇌를 정밀하게 드러내며 관객이 한 인간으로서의 마리와 깊이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반면 안느의 넘버는 집단적 목소리를 담아내며 권력에 맞서는 저항의 울림을 강하게 전달한다. 이러한 대위법적 구성이 작품의 주제와 정서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어낸다.

 

'마리 퀴리'는 단순히 한 과학자의 전기를 무대화한 작품이 아니다. 라듐이라는 발견이 인류에게는 의학적 가능성을 열어주었지만, 동시에 노동자들에게는 치명적인 죽음을 안겼다는 사실은 '과학의 성취는 어디까지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하는가?',  '개인의 영광과 사회적 피해가 충돌할 때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라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물론 작품은 이러한 물음에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각 인물들의 갈등과 선택을 통해 관객이 스스로 성찰하게 만든다. 마리 퀴리는 자신의 성취가 불러온 비극 앞에서 인간적인 좌절을 겪지만, 결국 책임을 자각하고 결단을 내리는 인물로 그려진다. 안느는 자신의 몸이 무너져가는 상황 속에서도 진실을 밝히려 목숨을 건다. 이들의 모습은 시대적 배경을 넘어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가치인 과학의 윤리와 인간의 존엄, 그리고 책임과 용기를 떠올리게 한다. 

 

뮤지컬 '마리 퀴리' 프레스콜(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 역 박혜나, 피에르 역 차윤해) 2025.08.0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마리 퀴리' 프레스콜(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 역 박혜나, 피에르 역 차윤해) 2025.08.0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마리 퀴리' 프레스콜(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 역 김소향, 안나 코발스키 역 이봄소리) 2025.08.0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마리 퀴리' 프레스콜(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 역 김소향, 안나 코발스키 역 이봄소리) 2025.08.0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마리 퀴리' 네 번째 시즌은 전기적 재현을 넘어선 무대예술의 성취로 평가할 만하다. 과학사에 빛나는 이름 뒤에 가려진 '인간 마리'의 삶과 고민을 깊이 들여다본다. 라듐의 발견이 가져온 찬란한 영광과 동시에 그 그림자 속에서 희생된 수많은 노동자의 목소리를 병치하며 작품은 과학의 진보가 언제나 윤리적 책임과 함께해야 한다는 질문을 던진다.

 

무대 위의 마리는 위대한 과학자가 아니라 한 여성, 한 어머니, 한 동료로서 갈등하고 흔들리지만 결국 끝내 책임을 마주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관객은 그녀의 영광만이 아니라 고통, 고독, 그리고 끝내 선택한 진실 앞의 용기를 함께 목격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마리 퀴리'는 단순히 한 과학자의 전기를 무대화한 작품을 넘어 관객에게 과학과 인간, 진보와 책임 사이의 균형을 스스로 성찰하게 만드는 강렬한 울림을 던지는 휴먼 드라마다.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