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뮤지컬 '그해 여름' 커튼콜(사진 왼쪽부터 김지훈-안지환-홍나현-김석환-이유경). 2025.1.3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창작뮤지컬 '그해 여름' 커튼콜(사진 왼쪽부터 김지훈-안지환-홍나현-김석환-이유경). 2025.1.3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따뜻하게 녹여줄 눈부시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2006년 상영한 이병헌, 수애 주연의 영화 '그해 여름'을 바탕으로 각색해 창작된 뮤지컬 '그해 여름'은 풋풋한 청춘의 이루지 못한 아련하지만 아픔을 간직한 러브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의 배경은 1969년 대학생을 주축으로 일어난 삼선개헌 반대 운동과 그 당시 시대상을 통해 격동하는 시대가 사람과 사랑을 어떻게 헤집었는지 노래하며, 작품 속 극적인 시대와  시간을 통해 사랑의 애틋함과 성숙함을 선사한다. 

 

한국대 법학과 재학생 윤석영은 오랜 친구이자 학생운동 선봉대에 서 있는 강재호와 함께 전기도 들어오지 않은 수내리 마을로 농활을가게 된다. 국민계몽에 이바지했다며 표창까지 받은 도서관이 있는 마을. 하지만 마을이장 만중은 이들이 도서관에 가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무료한 시골 생활을 참을 수 없던 윤석영은 마을을 배회하던 중 풍경소리를 따라 도서관에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의 사서 서정인을 만나게 된다. 매일 한 뻠씩 커지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던 두 사람.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숨겨온 정인의 정체가 밝혀지며 두 사람의 사랑은 앞을 알 수 없는 안개 속으로 휘쌓이고 만다.

 

뮤지컬 '그해 여름' 캐스트. 2025.01.3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그해 여름' 캐스트. 2025.01.3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그해 여름'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살펴보면 비밀을 간직한 수내리 도서관 사서 서정인(허혜진, 홍나현), 일생일대의 운명을 만난 한국대 법대 2년생 윤석영(홍승안, 안지환), 석영의 가장 친한 형이자 한국대 학생회장 강재호(김석환, 이강혁), 정인을 감시하는 수내리 마을 이장 김만중(김지훈, 조훈), 자신을 '엘레나'라 불러달라는 수내리 마을 주민 이복자(이유경, 이선주)가 참한다. 1월 31일 공연 캐스트로는 서정인 역에 홍나현, 윤석영 역에 안지환, 강재호 역에 김석환, 김만중 역에 김지훈, 이복자 역에 이유경이 열연했다. 

 

"그거 알아요? 풍경소리에는 그리운 이를 부르는 힘있대요"

'그해 여름'은 깊이 있는 탄탄한 텍스트와 스토리텔링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흡입하는 힘이 있다. 소박한 시골 마을의 도서관 사서와 서울의 명문대 법학생과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는 보는 이들의 옛 추억을 소환할 만한 충분한 아련함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연출의 힘 또한 관객들이 이 작품을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 처음에는 본인의 신분(연좌제)때문에 외부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경계하던 정인은 꾸밈없고 순수한 석영과의 만남에 마음 속 깊이 쌓아뒀던 경계의 문을 열고 조금씩 석영에게 다가가게 된다. 둘 만의 애정하는 마음이 점점 커져가고 행복한 내일을 꿈꾸었을 정인과 석영은 연좌제라는 운명적 불행한 고리에 걸리며 원치않는 이별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다. 

 

남들과 같은 온전한 삶을 살 수 없었던 정인이와 검사장 아버지를 둔 석영은 닮아있는 것 같으면서도 참 많이 다른 캐릭터이다. 그 다름의 차이가 두 사람에게 서로가 기대어 줄 힘이 되어줄 사람으로 각인되며 이 둘의 사랑을 아름답고 순수했고, 따뜻함과 애틋함이 느껴지기에 이들의 가슴 아픈 이별은 보는 이들의 가슴에 먹먹함을 던져준다.

 

창작뮤지컬 '그해 여름' 커튼콜(안지환-홍나현). 2025.1.3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창작뮤지컬 '그해 여름' 커튼콜(안지환-홍나현). 2025.1.3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그해 여름'은 영화 '그해 여름'과 연출적 흐름을 같이 한다. 영화 속 실없이 건넸던 농담과 두 사람이 보여줬던 풋풋하고 순수한 사랑의 감정은 뮤지컬 속에서 넘버로 더 강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넘버 자체는 화려하거나 특별한 기교보다는 감정 전달에 충실하고 상황을 넘어서고픈 사랑 이야기를 전하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고자 했다. 60,70년대를 대표하는 발라드, 스윙재즈 같은 장르를 뮤지컬 리듬으로 작업해 선보였고 그에 따른 안무 역시 소박하지만 경쾌함이 묻어났다. 특히 정인과 석영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부른 듀엣 넘버는 보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흐뭇함을 배가 시켰다. 

 

또한 '그해 여름'은 영화 같은 새드 엔딩을 따른다. 어쩔 수 없는 각자의 선택에 따른 이별이지만 사랑의 여운을 남기며 그들의 선택이 무엇이 됐고 같이 있지는 못할지라도 진실함을 품은 애틋함이기에 관객들에게 울림을 전하며 아쉬움을 전달한다. 

 

60,70년대 소박한 산골 마을에서 이룬 소박한 사랑 이야기는 작품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순한 사랑이 군사정권의 정치적 혼동의 소용돌이 속에 산산히 깨지며 아픈 이별을 해야 하는 서사적 구조는 2025년 현 시점에서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보는 관객들의 몫이다. 뮤지컬 '그해 여름'은 설령 사랑의 끝이 해피엔딩이 아니라 할지라도 사랑을 한 기억과 받은 기억이 끝끝내 사람을 어떻게든 살아가게 한다. 그렇게 사랑을 통해 삶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새로운 감성을 전달한다. 

 

"당신은 어떻게 지내나요, 잘지내나요?" 

마지막 장면에서 석영과 정인은 서로 다른 장소지만 서로를 애정하는 마음을 간직하며 사랑했던 행복한 기억만 간직하며 서로가 평안하기를 비는 모습을 보이며 작품은 슬픈 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뮤지컬 '그해 여름'은 3월  2일까지 인터파크 서경스퀘어 스콘 2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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