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붉은 낙엽' (김강우, 김원정) 2025.01.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붉은 낙엽' (김강우, 김원정) 2025.01.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어느 한적하고 평화로운 미국 웨슬리의 작은 마을에서 적막한 평화를 깨는 아동 실종 사건이 발생하며 이 연극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평화로운 가을을 보내고 있는 에릭의 가족에게 이웃집 카렌의 어린 딸 에이미 실종 소식이 전해진다. 실종 전날 밤까지 카렌의 집에서 에이미를 돌보았던 에릭의 아들 지미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며 평화롭던 한 가정의 평화에 먹구름이 드리운다.

 

믿음과 의심의 줄다리기 속 에릭의 집안을 물들어가는 붉은 낙엽의 흉흉한 적조 . 과연범인은 누구일까? 

 

평범한 가족이 점차 파멸해가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미국 추리소설의 대가인 토머스 H.쿡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각색되었다. 실종된 소녀 에이미의 실종 사건에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아들 지미 무어 역에는 이유진, 장석환, 최정우가 참여한다. 지미 무어의 엄마이자 에릭 무어의 아내인 바네사 무어 역에는 김원정이 출연하며, 에릭의 친형인 워렌 무어 역에는 권태건이, 에릭의 친아버지 빅터 무어와 대학교수 한스 역에는 선종남이 맡아 작품의 깊이를 더합니다. 또한, 에이미의 엄마인 카렌 브론디 역에는 하지은이 출연하며, 사건을 맡은 형사 피크 역은 구도균, 변호사 레오 역은 박기덕과 이호철이 맡는다. 바네사 무어의 직장동료인 고든 역에는 이의령, 실종된 소녀 에이미는 장승연이 연기하며 작품의 몰입감을 더하고 있다.

 

연극 '붉은 낙엽' (장승연, 김강우) 2025.01.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붉은 낙엽' (장승연, 김강우) 2025.01.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은 어느 한 집에서 주인인 듯한 남자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내가 이 집을 살 때 ..."라는 대사를 통해 과거를 떠올리며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쓸쓸함을 표현한다. 집안은 우중충한 붉은 낙엽이 쌓여 있는 모습에서 어느덧 화목한 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버지 지미 무어, 어머니 바네사 무어, 아들 지미 무어에 친형 워렌 무어까지. 지미가 내성적이면서 친구가 없는 외톨이라는 점을 빼면 문제가 없는 한 가정이었다. 

 

하지만 사건 발단은 아들 지미 무어가 이웃집 카렌 브론디의 8살 딸 에이미를 봐주러 가면서 시작된다. 가끔씩 지미가 에이미를 돌봐준 것은 이들의 대화에서 알 수 있었고, 그날도 여느 때처럼 지미는 에이미를 봐주다가 다음날 자정이 넘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 모습을 아버지 에릭 무어는 지켜봤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문제는 다음날 카렌의 전화 한통에서 '에이미가 없어졌어요' 라는 말에 붉은 낙엽의 사건이 제기된다.

 

유력 용의자는 에이미를 돌봐줬던 지미. 형사 피크는 에릭 무어의 집에 찾아와 형사로서 취조를 하게되고, 에이미의 어머니 카렌은 지미를 의심하며 에릭과 바네사에게 직접 만날 수 있게 해달라며 압박한다. 아들을 보호하기 위한 에릭과 바네사의 거절로 직접적으로 지미와 만날 수 없게 되자 의심은 더욱 짙어지고 그 의심은 결국 파국을 이끌고 만다. 

 

연극 '붉은 낙엽' (하지은, 장승연  2025.01.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붉은 낙엽' (하지은, 장승연 2025.01.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형사 피크의 끈질긴 조사로 하나씩 사건 당일의 행적들이 밝혀지지만 결정적으로 에이미의 행방을 밝힐 만한 결정적 증거는 나오지 않으면서 반목은 계속된다. 아들인 지미를 굳게 믿던 에릭과 바네사도 지미의 컴퓨터에서 이상한 사진들이 나오자 믿음이 의심으로 변하고 아들을 추궁하며 자괴감에 빠지고 급기야 아내 바네사의 불륜까지 의심하는 등 한 가정이 그야말로 의심과 반목 끝에 균열로 무너져간다. 의심의 나비효과는 점점 커지고 그 파멸의 대가는 컸지만 그 과정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관객들은 몰입하게된다. 절묘한 추리극과 심리극의 공존하는 경험을 올곳이 경험할 수 있다.

 

연극 '붉은 낙엽'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무대 배경이 수려하다. 무대에는 여러 나무들이 서 있고 자택 안까지 줄기가 뚫고 들어와 붉은 잎사귀들이 집안 안팎을 휘감으며 고풍스러운 느낌을 준다. 공연 중간에 붉은 낙엽들이 우수수 떨어지며 에릭 일가의 불길한 잠재적 비극을 시사하기도 하고 바닥에 쌓인 낙엽들은 스산하고 불길한 느낌을 주며 암울한 결말을 암시한다.

 

결국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믿음에서 의심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있다. 아들을 의심하는 아버지 에릭 무어, 아버지가 자신을 믿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불안해하는 아들 지미, 여기에 부부간의 다툼, 형제간의 갈등 그리고 에릭 무어가 자신의 아버지와 과거에 겪었던 사건들까지 얽히면서 이야기의 긴장감과 몰입감은 절정에 이르게 한다. 

 

연극 '붉은 낙엽'. 2025.01.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붉은 낙엽'. 2025.01.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관람했던 날의 캐스트를 보면 에릭 무어 역에 김강우, 바네사 무어 역에 김원정, 카렌 브론디 역에 하지은, 피크역에 구도균, 에이미 역에 장승연, 지미 무어 역에 최정우, 워렌무어 역에 권태건, 아버지 빅터 무어/한스 역에 선종남, 레오 역에 박기덕, 고든 역에 이의령 배우가 열연했다. 

 

한편 연극 '햄릿 – 더플레이' 이후 8년 만에 무대로 돌아와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킨 김강우는 아들 지미 무어가 에이미 실종과 관련해 유력 용의자로 지목받게 되기 시작하자 겪는 혼란과 고뇌를 실감 나게 연기했다. 실종 사건을 둘러싸고 가정에 피어오르는 의심과 내면의 균열 역시 섬세하게 표현하며 관객들이 작품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호소력 짙은 열연으로 복합적인 감정을 구현해 내며 극 전반에 걸쳐 이야기를 이끌어 냈다.

 

11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 '붉은 낙엽'의 결말은 암울하고 안타깝다. 카렌의 끊없는의심은 결국 확신으로 변했고 잘못된 판단 끝에 지미를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고 만다. 그리고 실종됐던 에이미는 실제 납치범인 피자 배달원의 자백으로 돌아오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에이미가 홀로 집에 남아 있는 에릭과 재회하며 연극은 막을 내린다. 연극 '붉은 낙엽'은 3월 1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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