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이 작품을 대체 뭘로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 X나 재밌는데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이 연극의 정체성을 설명할 수 있는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110분 동안 쏟아지는 예상을 뛰어 넘는 재치 넘치는 욕설과 여섯 명의 환자들이 자신들의 병을 스스로 치유할려는 의지와 함께 이 소란법석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8일 관람한 연극 '톡톡'의 캐스트는 뚜렛증후군인 프레드 역에 서현철, 계산벽이 있는 뱅상 역의 민성욱, 질병공포증이 있는 블랑슈 역의 김유진, 확인강박증의 마리 역의 김아영,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동어반복증 릴리 역의 루나, 대칭집착증이 있는 밥 역의 임진섭까지 어느 누구 빠지지 않는 연기력과 찰떡 같은 케미를 무대에서 보여줬다.
연극 '톡톡'은 여섯 명의 환자들이 강박증(Troubles Obsessionnels Compulsifs, TOC) 치료의 최고 권위자인 스텐 박사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모이면서 벌어지는 해프닝들을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작품은 본질적으로 블랙코미디를 표방하지만 그 내면에는 강력한 웃음과 따스한 치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욕설 등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움직임과 소리를 반복적으로 보이는 뚜렛증후군, 무엇이든 숫자로 계산해야 하는 계산벽,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조차 견디지 못하는 질병공포증, 모든 것이 걱정되고 불안해 반복해서 확인을 해야 하는 확인강박증, 모든 말을 두 번 반복해야 하는 동어반복증, 대칭을 맞춰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대칭집착증처럼 과도한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게 되는 강박증을 소재로 하여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 과정을 무대 위 배역을 맡은 배우들은 정말 끈금없이 나오는 욕설에 웃음, 그리고 이 욕설을 맞받아 치는 티키타카식 대사의 연결에 또 한번 박장대소하게 된다. 잘 웃지 않는 필자도 적어도 10번 가까이 웃었던 것 같다. 정말 자연스러운 연기에 부합되는 웃음 그 자체였다.
개성 넘치는 여섯 인물들이 모여 한 순간도 평화로울 수 없는 대기실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는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동시에 마음의 병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용기, 함께하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힐링 메시지를 전하며 일상에 지친 모두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그런 과정을 이끄는 캐릭터는 바로 뚜렛증후군을 가진 프레드이다. 극중 프레드는 의도와 상관없이 욕이 튀어나오는 뚜렛증후군 환자로 13세 때부터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욕설때문에 60세가 넘는 나이까지 사람들과 쉽게 어울릴 수 없어 홀로 지내고 있는 인물이다. 그저 증상이 호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스텐박사를 찾아온 것.
단체 치유 프로그램을 싫어하던 프레드를 변화하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모노폴리 게임이었다. 여섯 명의 강박증 환자들은 비행기 연착으로 늦어지는 스텐 박사를 기다리다 밥의 제안으로 모노폴리 게임을 하게 된다.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만큼 이동하며 맞이하는 상황을 풀어나가며 프레드, 뱅상, 블랑슈, 마리, 릴리, 밥은 닫혀있던 마음이 조금씩 풀어지고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급기야 이들 여섯 명은 오지 않는 스텐박사를 대신해 각자 스스로 도와주며 치유를 해보자는 단계로 넘어간다. 이들은 각자의 강박증을 3분 동안 참아보는 것으로 자신의 한계를 깨기 위한 첫 시도를 하게 된다. 이러한 용기는 대기실에 모였던 여섯 명이 스스로 마음을 열고 치유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서로에게 공감되어 나타난 감동 그 자체였다. 대기실에 가장 먼저 온 인물이자 가장 연장자인 프레드부터 시작해 뱅상, 블랑슈, 마리, 릴리, 밥까지 차례대로 3분의 벽을 깨기위한 시도를 하지만 결과적으로 본다면 다 실패였다. 결국 처음부터 무모한 도전이었다고 스스로 자책하며 그들은 포기하려는 순간을 맞이한다.
하지만 정말 이 도전이 실패였을까? 실패라고 낙담하며 돌아가려는 순간, 3분 어느 한 순간 그 벽을 깨고 만 사연들이 하나씩 밝혀지며 그들은 희망을 엿볼 수 있게 된다. 치유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프레드를 제외한 다섯 명은 병원 대기실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남은 프레드의 마지막 전화를 통해 반전의 재미가 더해진다. 바로 프레드가 스텐박사였던 것. 그는 다 계획이 있었던 거였다. 결코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상황을 자신의 병원 대기실에서 일어나게 만들고 그들 스스로 문을 열 수 있게끔 연기이자 치유를 한 것이다. 그리곤 말한다. "그 어느 때 보다 희망적이었다고"
이 작품은 극본의 탄탄함을 바탕으로 한다. 원작의 작가 로랑 바피는 실제로 극에서 나오는 여섯 가지 강박증을 모두 않았던 것을 스스로 밝혔다. 그는 반복적인 스트레스 장애로 인해 줄을 밟지 못했고, 문장을 반복해야 하는 고통도 겪었다고 한다. 그중 가장 괴롭혔던 것은 급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 로랑 바피는 강박은 보편적인 증상으로 우리 모두 어느 정도 강박증, 편집증, 공포증, 미신 등을 가지고 있어 극중 캐릭터에 어느 정도 공감하며 애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시즌의 표상아 연출은 작품 '톡톡'은 스페인어로 강박증을 나타내며, 문을 두드릴 때 나는 소리 '똑똑'을 표현한 것으로 제목 그 자체가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노크라는 행위가 다른 사람의 공간 , 즉 닫힌 문을 가운데 두고 안쪽으로 들어가도 되겠냐는 신호를 의미하기에 절대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았던 환자들이 결국 서로의 문을 열고 자신의 공간으로 조금씩 상대방을 들여놓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탄탄한 극본, 상황적 스토리, 연출적 시도를 배우들이 올곳이 연기로 표현해 내지 못한다면 그 재미와 감동은 반감되고 말 것이다. 끈금없이 찰지게 욕을 해대는 서현철, 이를 받아주며 모든 것을 숫자로 계산해 내는 민성욱, 세균과 질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세균으로 보이는 질병공포증을 정말 감찰나게 연기한 김유진, '전기, 수도, 열쇠…'라는 얘기만 들어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확인강박증 마리 역을 연기한 김아영, 아버지 임종 직전 '사랑해요'라는 말을 하지 못해 결국 모든 말을 두 번씩 반복해야 하는 동어반복증을 가지게 된 루나, 바닥에 그려진 선 때문에 진료실에 들어오는 것조차 쉽지 않은 선공포증, 무엇이든 대칭을 맞춰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대칭집착증의 임진섭까지 이 여섯 배우들의 헌신적인 연기가 없었다면 이 연극의 재미가 과연 보장될 수 있었을까?
현대 사회는 무한 경쟁과 그 경쟁 속에 낙오된 사람들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저마다의 핸디캡 즉, 강박증을 가지게 되는 상황을 맏닥뜨린다. 개인의 사생활과 욕구를 최대한 존중하는 사회로의 변화가 때론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꺼리게 되는 핵개인화 사회로 고착되어 가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 이런 강박증을 가진 사람들은 늘어날 수 밖에 없게 된다. 연극 '톡톡'은 이런 상황들로 굳게 닫힌 누군가의 마음에 노크를 하며 조심스럽지만 조금씩 그 사이로 따뜻한 시선과 관심 그리고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기적을 보여주게 된다.
이런 이유로 2025년 새해를 맞이하며 갇힌 세상 속에서 다시 세상을 향한 기지개를 피려는 사람들에게 '톡톡'이라는 노크는 기적을 만들어 낼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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