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연극 '스타크로스드' 공연 사진. 제공 (주)엠피앤컴퍼니
2024 연극 '스타크로스드' 공연 사진. 제공 (주)엠피앤컴퍼니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단 한 번의 키스 ... 그리고 앙숙 같았던 사이가 어느새 연인의 관계로 변모한다. 그 끝은 과연 해피엔딩일까. 

 

연극 '스타크로스드'의 제목이기도 한 'STAR-CROSSED'라는 단어는 '엇갈려 떨어지는 별을 함께 본 연인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난다'는 의미가 담긴 '불운함'을 뜻하며,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서문에 사용하며 알려졌다.

 

'스타크로스드'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초기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재치 넘치게 스핀오프한 작품이다. 작가 레이첼 가넷(Rachel Garnet)이 쓴 '로미오와 줄리엣' 속 진짜 불운한 사람은 티볼트와 머큐소가 아닐까 라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2024 연극 '스타크로스드' 공연 사진. 제공 (주)엠피앤컴퍼니
2024 연극 '스타크로스드' 공연 사진. 제공 (주)엠피앤컴퍼니

비극적 사랑이야기는 고대 그리스부터 현재까지 대중적인 인기를 끌어오는 단골 소재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역시 타의에 의해 사랑이 이뤄지지 못한 연인들을 빗댈 만큼 불운한 연인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유명한데 '스타크로스드'에서는 결국 불운한 이들은 티볼트와 머큐소가 되고 만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결코 이루지 못한 사랑을 티볼트와 머큐소도 결국 이루지 못한다는 점이 이 연극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원작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불운함의 원인이 된 이들이 되려 불운함의 주인공이 되는 매우 신선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인 것이다

 

줄리엣의 사촌인 캐퓰렛 가문의 티볼트와 베로나 영주의 친척이자 몬테규 가문 로미오의 친구 머큐소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원작의 전개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티볼트와 머큐소의 예상 못한 애정 로맨스를 중심으로 극의 전개가 펼쳐진다. 

 

2024 연극 '스타크로스드' 공연 사진. 제공 (주)엠피앤컴퍼니
2024 연극 '스타크로스드' 공연 사진. 제공 (주)엠피앤컴퍼니

작품의 배경은 이탈리아 베로나 공국. 두 가문 몬테규와 캐플렛은 서로 반목 중이다. 두 원수 집안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담장 넘어 운명적 사랑을 속삭이던 그날. 담장 아래 밀회를 지켜보던 또 다른 두 사람이 있었다. 바로 머큐소와 티볼트. 머큐소는 로미오를 쫓고 있던 티볼트의 주의를 돌리고자 그에게 키스를 한다. 그날의 강렬했던 이 한 순간이 결국 두 남자의 운명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 계기가 되고 만다.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극 초반 잠깐 등장하지만 이후론 티볼트와 머큐소의 이야기가 이 작품의 주된 이야기 거리이다. 티볼트와 머큐소의 이야기가 새롭게 창작 구성되어 확장되어진다. 티볼트는 캐플렛 가문의 충실한 오른팔이자 자신이 누군인지 치열하게 고민한다. 아버지로부터 어릴 적 버림받은 트라우마를 가슴 깊숙이 묻어두며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바로 캐플렛 가문이라고 되새기며 충실한 충복을 자처한다. 그는 스스로 부끄럽다고 느끼는 감정들을 인정하지 못하며, 평범한 삶을 꿈꾸고 싶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자신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머큐소는 그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즐거움을 사랑하며 진지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지금 당장 행복을 원하며 그 결과가 무엇일지 내일은 어떤 일이 생기게 될지 생각하지 않는것. 이런 그의 사상은 바로 자유로운 행동으로 이어지며 티볼트의 변화를 촉진하게 된다. 

 

2024 연극 '스타크로스드' 공연. 2024.12.2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2024 연극 '스타크로스드' 공연. 2024.12.2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관람한 날 캐스트를 보면 티볼트 역에 양지원, 머큐소 역에 김찬호 ,멀티캐스트인 플레이어 역에 정상윤 배우가 열연했다. 플레이어 역은 이 극에서 로미오, 줄리엣, 파리스, 캐플렛 등 상황에 따라 여러 인물들을 넘나들며 주연인듯 조연인 듯한 역할로 극의 재미를 더해준다. 즉 혼자서 드라마, 로맨스, 코미디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매력적인 연기를 더하며 극 전체를 이끌어 가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사랑, 그것도 불현듯 다가온 사랑 이성이 아닌 동성에게 느끼는 사랑이야 말로 함부로 남에게 내보이지 못할 감정이기에 티볼트는 자신의 내일에 불확실성을 드리울 수 있기에 두려워 한다. 하지만 점점 머큐소를 향한 그의 마음은 걷잡을 수 있게 되고 현재를 더 중시하는 머큐소는 티볼트에 비해 안정적인 사회적 지위를 가지며 도시 내에서도 상당한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머큐소는 끌리는 마음을 누르며 불안해 하는 티볼트에게 오늘의 사랑에 충실해도 된다고 설득한다. 

 

2024 연극 '스타크로스드' 공연 사진. 제공 (주)엠피앤컴퍼니
2024 연극 '스타크로스드' 공연 사진. 제공 (주)엠피앤컴퍼니

몇 차례 밀회를 즐긴 티볼트와 머큐소. 그런 티볼트가 가문의 후계자로 인정받으며 내일을 확신받자 그에게도 변화의 순간이 찾아온다. 자신의 처한 상황 탓에 두려워 했던 티볼트는 이제 사랑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머큐소에게 다가간다. 반대로 현실의 행복에 충실했던 머큐소는 티볼트와의 내일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희망적인 사랑을 얘기했지만 둘 앞에 놓인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었기 때문. 점진적으로 현실의 벽을 느끼며 둘 간의 사랑은 시시각각 온도 차를 달리하며 순탄치 않은 고난의 길을 걷는다. 

 

정극인 것 같지만 극 전반에 흐르는 코믹극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한 연극 '스타크로스드'는 셰익스피어 원작에 바탕을 둔 만큼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결국 파국이었듯 티볼트와 머큐소의 사랑 역시 그 길을 따른다. 티볼트와 머큐소의 본질적인 이야기는 바로 LGBT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요즘 시대에도 동성애에 대한 곱지 않은 편견이 가득한 사회적 통념상 당대 시대에서는 절대 허용될 수 없는 사랑이었음은 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볼트와 머큐소는 그들만의 사랑을 이어가기 위한 고도의 연기를 수행한다. 원래 앙숙이었던 가문이었던 만큼 그들은 광장에서 사람들의 눈을 속이기 위한 보여주기식 결투를 벌이게 된다. 하지만 이 결투에 계획되지 않은 변수가 등장하며 이 둘의 계획은 틀어지고 결투의 결말은 비극이다.

 

2024 연극 '스타크로스드' 공연 사진. 제공 (주)엠피앤컴퍼니
2024 연극 '스타크로스드' 공연 사진. 제공 (주)엠피앤컴퍼니

순리를 거스르는 사랑의 말로는 비극이 될 수 밖에 없는 어떤 세상의 규칙을 증명하듯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가문의 벽에 막혔듯 티볼트와 머큐소의 사랑 역시 결국 가문의 벽을 실감해야 했고 여기에 동성애라는 넘지 못할 벽 하나가 더 가로막아 선 것. 동성애는 현대에서도 몇몇 나라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차별과 혐오, 그리고 배척의 대상이 되고 있다.

 

 "500년 후에는 우리가 느끼는 공포로부터 더 자유롭기를" 이라는 극중 티볼트의 기도는 여전히 신의 가호를 받지 못한 체 진행 중이다. 

 

연극 '스타크로스드'는 3월 2일까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하며, 티볼트 역에는 정동화, 박정복, 양지원이, 머큐쇼 역에는 김경수, 김찬호, 신주협이 캐스팅됐다. 또한 로미오, 줄리엣, 캐퓰렛, 파리스 등의 멀티 역할을 맡은 정상윤과 조성윤이 중요한 장면을 이끌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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