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제17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이 신작 무대 6편을 시작으로 2025년 새해 포문을 연다. 6편에는 여성국극과 인형극, 역사고전을 비튼 창작뮤지컬, 사회문제를 다룬 무용까지 신성한 형식을 다룬다.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 '제17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규린 대표, 백주희 안무가, 박새봄 작가, 이지형 연출, 박수빈 대표, 배해률 작가가 참석했다.
신작 6편을 살펴보면 우선 역사와 고전을 모티브로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창작뮤지컬 2편이 공연된다. 뮤지컬 '무명호걸'은 조선을 구하려는 무명호걸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무협 판타지극이다. 임진왜란당시 가토 기요마사의 한양성 함락, 신립장군의 충주성 패배 등 실제역사와 가상의 이야기를 결합했다. 1월 3일부터 12일까지 인터파크 서경스퀘어 스콘 2관에서 공연 후 2월 4일부터 19일까지는 CKL스테이지로 장소를 옮겨 추가 공연한다.
이규린 대표는 "저희는 무술을 굉장히 많이 사용하는 극이고 특징적으로 판타지를 다루고 있어 영상 맵핑도 사용하고 다양한 방식의 새로운 장르의 창작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내용을 간략히 보면 1592년 일본 2번대 대장 가토 기요마사가 조선의 왕을 죽인데서 시작해요. 역사적으로는 기요마사가 21일 만에 한양성에 도달한 사건을 모티브로 픽션을 가미해 창작했어요"라며 "실제 역사에서는 다르지만 우리는 조선의 왕의 목이 베었던 설정에서 출발해서 저희 주인공이 시공을 초월해서 과거로 돌아가 역사를 바꾸고 조선을 지켜내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무명의 영웅들이 난세에 시민들과 뭔가 지켜낸 것처럼 모두의 힘이 합쳐서 나라는지키는데 일조했다는 이야기를 담았어요"라고 소개했다.
뮤지컬 '오셀로의 재심'은 셰익스피어의 고전 '오셀로'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데스데모나를 죽인 오셀로가 신화 속 복수의 여신들이 주관하는 '에리니에스 특별 법정'에서 재심을 받는 독창적인 설정이 추가되었다. 작품은 1월 8일부터 26일까지 대학로 SA HALL에서 공연한다.
박새봄 작가는 "'오셀로의 재심'은 '에리니에스 특별법정'에서 생긴 일입니다. 에리니에스라는 복수의 여신은 우리가 다른 그리스 신들을 기억 못하듯 기억되지는 않아요. 신격을 부여 받지 못하고 문명이 발달하면서 잊혀진 야만의 신인 거죠. 저는 복수의 여신들이 야만의 힘을 잃고 어딘가 지하 법정에서 자기네들이 원래 하던 어떤 복수들, 어떤 재판들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오셀로 장군이 끌려 왔다라고 하는 신화적이고 연극적인 공간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오셀로라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이런 얘기를 하는 작품이다 하는거 말고 실제로 그 세계 그 이야기 안에 오셀로의 비극이 이토록 낭만적으로 불쌍하게 여겨져도 된다 라는 문제의식을 뮤지컬로 각색해 본겁니다. 또 하나는 희생자로 그냥 죽기만 한 아내 데스데모나한테 발언권을 주고 하고 싶은 말이 하고 한번 해결을 해봐라 라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오셀로 작품 원전에 대한 해석 그리고 작품 자체에 대한 해석도 있고 혹 이제까지 전통적으로 주로 남성들에 의해서 해석되어 온 오셀로라고 하는 작품에 대해 그거 말고 이제 피해자의 얘기도 들어볼까요? 라는 새로운 논쟁거리를 툭 하고 던져준 겁니다"
"저희 작가님이 이 작품을 쓰면서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뭘 남기냐'. 우리가 죽고 나서 100년, 200년이 지난 뒤에 뭐가 남을까 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우리가 살면서 어떤 사람들은 굉장히 유명하게 이름을 남기기도 하고 책, 또는 여러 가지를 남기는데 그런 것들이 남지 않는다고 해서 과연 그 삶이 의미가 없는 것인가? 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어요. 이 작품은 그런 이름을 남기지 않아도 다 각자마다 삶의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다 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사회문제를 춤과 움직임으로 풀어낸 무용 작품도 선보인다. '당신을 배송합니다'는 새벽 배송 노동자로 일했던 안무가 백주희의 경험을 모티브로 배송 노동자가 '빠른 배송'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치열한 하루를그녀낸 작품으로 1월 4일, 5일 대학로예술의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백주희 안무가는 "빠른 배송 시스템에는 수많은 노동자가 필요하고 그중 고객과 직접 만나는 노동자는 바로 배송 노동자입니다. 물건을 안전하게 고객의 요청 사항에 맞게 배송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지만 때론 요구 사항이 배송 노동자한테는 불합리적이고 황당한 요구일 수 있어요. 이 작품은 여러 배송 노동자의 경험과 에피소드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중심으로 해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라며 "에피소드와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연관이 있어요. 우리가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려면 그 누군가에 의해 직간접적인 경험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배송 노동자의 치열한 삶을 소개하고 그들이 우리 속에서 그리고 사회 공동체 안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가에 대해 같이 고민해 보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람으로서의 가치를 존중해 주는 것 그것이 우리 작품이 주는 메시지입니다"라고 말했다.
인형극, 여성국극 등 다양한 연극적 형식을 통해 시대를 바라본 연극 3편도 잇달아 공연한다. 연극 '기존의 인형들 : 인형의 텍스트'는 퍼펫 디자이너인 인형작업자 이지형이 만든 인형을 중심으로 그 인형을 활용하는 작업을 세 명의 희곡 자가가 자기만의 시선으로 서술한 세편의 단막극이다. 각각의극 속에서 인형은 작다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인물로 표현되고, 세편의 단마극 연출은 인형작업자 이지형이 맡았다. 오는 1월 10일부터 19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
이지형 연출은 "기존의 인형들은 인형작업자가 제안하는 인간 중심에서 벗어난 인형 중심의 공연입니다. 기존 인형들은 인형의 한계에서 출발된 공연이었으며 연출가의 직문이나 극작가의 글에서 시작된다면 본 공연은 공연의 시작 전 인형을 던져 놓음으로써 공연을 출발하게 되요. 그동안 제가 섭외했던 창작자분들은 인형에 대한 아무런 정보없는 상태에서 제가 제안하는 개선된 인형과 매뉴얼에 따라서 장면을 구상하고 상상하게 되구요"
이어 그는 "개선된 인형은 지속적으로 선보였고요. 절대 일부러 어렵게 할 생각은 아니고 어쨌든 한계가 있는 인형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까 그런 것들이 조금 눈에 드러나는 것 같고, 그동안은 조금 실험적인 성격이 강했던 작업을 한 것 같습니다"라며 "인형은 인간과 달리 근육도 없고 구강 구조도 없기 때문에 스스로 움직일 수 없고 스스로 발화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연기적으로 억지로 움직이기 위한 시도는 하지 않을 것인데 글 속 기록된 이념들이 어떻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발할 수 있능 것인에 대해서 배우분들과 함께 열심히 찾아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드라마 '정년이'를 통해 대중들의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여성국극의 공연은 참 반가운 일이다. '벼개가 된 사나히'는 남역 배우를 꿈꾸며 여성국단에 입단한 소년의 여정을 통해 여성국극의 전통적인 젠더 수행을 교란하고 전복시킨다. 오는 1월 11일부터 19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박수빈 대표는 "여성국극이 뭐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고 아직까지 살아있어 라고 묻는 분들도 많은 시점에서 창작산실을 신청하게 됐어요. 의미가 깊은 게 50년 만에 연극계 창작자들과 협업을 통해서 여성 국부계 다양한 요소 중에 연극적인 요소를 가장 전면에 내세우는 작품을 새롭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어요. 어떻게 보면 여성국극은 뮤지컬이라고도 말할 수 있고 오페라라고도 말할 수 있는 부분인데요. 그중에서도 서사적인 구조 그리고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적 부분들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면서 배우들의 연기와 여성국극만의 어떤 연극적 요소들을 최대한 집중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라며 작품의 방향성에 대해 설명했다.
2023 창작산실 대본공모 선정작인 연극 '목련풍선'은 화학극장 인근마을의 가장 외딴집을 배경으로 도처에 흐르는 수많은 죽음을 기억하며 끈질기게 애도하려는 의지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오는 1월 18일부터 2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배해률 작가는 "'목련풍선'은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서 열어둔 대문과 그 문안에서 가짜의 방식으로 누군가 혹은 누군가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당연히 기억할 수 있는 것, 기억해야만 하는 것들을 잊어버린 순간들을 반추하면서 이야기를 짓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라며 "'목련풍선'은 그 목련 꽃잎에 바람을 불어넣는 그 행위가 먼저 떠난 사람들을 되살려내는 일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 행위를 지켜보는 일 그리고 목련 꽃잎을 불어보는 그 일이 어쩐지 위로가 되어서 좋았어요. 애도와 위로의 순간을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나누고 싶은 바람으로 잘 준비해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인공 분옥은 항상 자신의 대문을 열어놓고 살고 그걸 세계와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와 자신이 맺고 있는 가장 중요한 관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환대의 의지가 어떠한 방식으로 오염이 되기도 하고 꺾이게 되기도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다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을 살펴보시면서 '목련풍선'의 세계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매도당하는 공동의 죽음들과 그 죽음들 위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관계를 떠올리고 생각하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목련풍선'의 이야기가 오늘날의 관객분들에게 잘 와닿기를 바랍니다"라며 관심을 독려했다.
이 작품에서는 죽은자를 위한 행위와 그에 수반한 음악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그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도 궁금했다. 이에대해 배해률 작가는 "극의 배경이 어느 화학 공장 인근 마을이라 그 마을에서는 매일 마을 주민들이 상여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어요. 그래서 극중 상여 소리가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그 상여 소리를 아홉 명의 팀이 맡아주었고, 기존 상여 소리가 아니라 목련풍선에서만의 상여 소리인지라 꼭 오셔서 확인해 주셨으면 합니다"라며 궁금증을 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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