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지난해 한국창작무용 초연 당시 이례적으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4회 공연 중 객석점유율 75%를 상회하는 기록을 세운 서울시무용단 '일무'가 새롭게 단장해 5월 관객들을 맞이한다.
새로운 '일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구호 연출 아래 안무·음악 김재덕, 안무 김성훈 그리고 정혜진 서울시무용단장이 합심해 초연 3막에서 완성도를 높인 4막으로 구성됐다.
'일무'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종묘제례악에서 출발했다. 종묘제례악은 조선 시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종묘에서 거행되는 제례의식에 사용되는 기악과 노래, 춤을 말한다. 그 가운데 제례무를 '일무'(佾舞)라 하는데 하나로 열을 맞추어 춤을 춘다는 뜻이다. 다만 서울시무용단의 '일무'는 종묘 제례무를 모티브로 하지만 원형의 재현이 아닌 새롭게 창작된 춤이다. 총 55명 무용수가 열을 맞춰 대형군무를 선보이는 '일무'는 한국 전통무용의 형태와 구성을 살리면서 현대적 응용으로 새로운 계승을 지향한다.
5월 세중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일무'는 초연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수정보완해 완성도를 높였다. 기존 3막이었던 작품은 1막 '일무연구', 2막 '궁중무연구', 3막 '죽무', 4막 '신일무'로 재편성된다. 초연에 비해 2막 '궁중무연무'에서 '춘앵무'만 남기고 '가인전목단'을 과감히 삭제했다. '신일무'로 가는 과정에서 3막인 '죽무'를 추가해 4막 '신일무'에서 강하게 발산하도록 했다. '죽무'는 큰 장대를 들고 추는 남성들의 춤으로 강렬한 힘을 느낄 수 있는 창작 무용이다. 템포가 빠르지는 않지만 길이 7m가량의 장대 30~40개가 서로 부딪힘 없이 춰야하는 안무로 난이도가 굉징히 높아 무대 집중도를 높일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4월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일무' 연습 장면 공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혜진 서울시무용단장은 "새롭게 추가된 '죽무'가 고난도라 연습 과정에서 남성 무용수가 근육 파열이 와 하차했다"라며 "지루할 수 있는 내용을 긴장감 넘치는 새로운 이미지로 보여주는데 있어 서울시무용단이 최고의 무용을 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협소한 장소때문에 '죽무' 시연은 보이지 못했지만 이날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보인 '일무'는 전체적으로 한국 전통무용의 형태와 구성을 살리되, 현대적 응용으로 우리 춤의 새로운 발전과 계승을 엿볼 수 있었다. 1막의 '일무연구' 의상 중 '전폐희문지무'의 진한 남색의상은 흰색으로, '정대업지무'의 암적색의상은 주황색으로 변화를 주어 간결하고 깔끔한 느낌으로 표현하였다. 또한 선과 색감을 이용한 무대장치와 영상을 통해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정구호만의 미장센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시연 된 '춘앵무'는 기존 일인무에서 여성무용수 24인이 추는 대형 군무로 확장됐다. 전통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오른쪽 다리를 들어 올리거나 몸을 비틀고 어깨춤을 추는 등 현대적인 움직임이 가미되었다. 이에 대해 정구호 연출은 "각도를 틀어보고 시선을 다른 쪽으로 끌어보았다. 움직임을 확장해 만들어 보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정구호 연출은 5월에 새롭게 선보이는 '일무'에 대해 "관객들이 전통에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는 변화하지 않고 반복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번 '일무'는 그동안 보여줬던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통의 이미지를 보여드리고자 했다. 그런 변화와 여러 가지 기술적 요소들보다 중요한 건 서울시무용단이 보여준 최고의 노력이 아닌가 싶다"라며 무용단의 노고에 찬사를 보냈다.
이어 그는 "'일무'는 가장 단순해 보이는 작품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하나가 돼 하나의 동작을 보여줘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엄청난 연습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새로운 '일무'를 보여주고자 하는 서울시무용단과 단장님의 노력이 시너지를 내 지루하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도 지루하지 않게, 긴장감을 넘치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초연에 이어 5월 선보이는 '일무'에서도 안무와 음악을 맡은 김재덕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현대적인 느낌에 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최대한 미니멀하게 하면서 서양음악의 저음에 속하는 콘트라베이스와 첼로를 이용해 약간 아쟁 같은 소리를 표현했고, 하이브리드를 위해 신디사이저를 모호하게 깔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종묘제례악의 음악은 전통을 베이스로 한 음악에 일렉사운드를 접목해 새로움을 더했다. 1막의 음악은 총 15개 악기 (축, 박, 절고, 노래, 대금, 장구, 좌고, 아쟁, 어, 피리, 해금, 방향, 편경, 편종)가 사용되며, 여기에 콘트라베이스를 추가했다. 막이 진행될수록 음악은 전통에서 현대로, 시간을 관통하며 재구성되었다. 태평소와 같은 전통악기를 일부 제외하여 좀 더 단순하고 흡입력 있게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 내었고, 리듬도 갈수록 빈틈없이 촘촘하고 빠르게 진행되어 관객들의 집중을 이끌어 낼 예정이다.
안무를 담당한 김성훈 안무가는 "처음 작품을 접했을 때 전통이라는 게 쉽지는 않았다. 저희도 '일무'를 배웠음에도 전통을 가지고 창작을 한다는게 무척 어려웠다. 기존 틀에서 생각을 좀 달리 해 각도도 틀어보고 상체로 시선을 끌기도 하면서 움직임을 확장시켜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전했다.
"5월의 '일무'는 전통 그대로의 '일무'가 아닙니다. 연희에 사용되던 '일무'는 초점을 두고 줄을 지어 춤을 춘다는 의미입니다. 이 시대에 왜 '일무'가 필여한가에 대해 의논을 많이 했습니다"
정 연출은 "열 맞춰 춤추며 복잡한 이 사회가 하나되는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획일화가 좋기만 한 말은 아닙니다. '일무'에서 보여주는 획일화는 질서를 지키고 서로의 본분을 잘 지키면서 마음을 다잡자는 의미입니다. 기존 질서와 본분을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돼야 한다는 데 초점을 둔 그러기를 바라는 우리의 마음과 정성을 모아 하늘로 보내는 안무"임을 강조했다.
새롭게 추가된 '죽무'에 대해서도 정 연출은 "2막까지 전통 '일무'를 보여주고 4막의 '신일무'로 가기 전 한번 딛고 가는 3막을 추가했다. 우리 존통의 쉼을 보여주기 위한 막"이라고 했다.
"쉼이지만 느긋한 쉼이 아닌 완전 컴템포러리로 가기 전의 긴장감과 디딤을 만들기 위한 막입니다. 템포는 빠르지 않지만 엄청난 난이도가 요구되는 무용들이 등장합니다. 대나무를 상징하는 파이프를 건드리지 않고 굉장히 예민하게 춤추는 동작들이 될 겁니다"
패션 디자이너이자 영화, 공간 전시 등 비주얼을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구호가 한국 무용계에 일으키는 변화는 전통을 기반으로 한 현대적 감성과 세련미이다. 국립무용단 '단', '묵향', '산조' 경기도무용단 '경합' 등 그의 손길을 거친 작품들은 화제성을 지니며 한국무용의 대중화에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전통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는 정 연출은 "국립극장 '향연(2014)'까지가 전통을 정리하는 개념이라면 그 이후 작품들은 서서히 진화를 보여준다. 급속한 진화는 (전통무용계)불협화음을 내고 관객에게는 이해의 폭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진행해온 편"이라며 "'향연'이 전통의 여러 색 중 심볼릭한 색으로 정리했다면 '일무'는 전통 색에서 벗어나 재구성했습니다. 5월 '일무'가 가장 많이 진화한 작업 중 하나입니다. 5단계까지의 진화를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전통이 가장 현대적인 공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앞으로의 작업 방향성에 대해 밝혔다.
종묘제례악의 화려한 변신한 '일무'는 5월 25일(목)부터 28일(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총 4회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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