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0만 관객 동원의 '보잉보잉' 스페셜하게 돌아왔다
- 2026년 2월 1일(일)까지 대학로 스타릿홀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2001년,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한 남자와 세 명의 스튜어디스가 엮인 로맨틱코미디 한 편이 막을 올렸다. 가벼운 오프닝, 재치 있는 문장, 그리고 숨 돌릴 틈 없는 오해와 위기의 연속. 관객은 웃음을 터뜨렸고, 무대는 순식간에 화제가 됐다. 그렇게 시작된 연극 '보잉보잉'은 이후 20년 넘게 대학로의 '웃음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2025년 '보잉보잉'은 '스페셜 보잉보잉'이라는 새로운 타이틀로 여전히 대학로 무대에서 관객들과 웃음 보따리를 영유하고 있다. 오랜 시간 관객에게 사랑받은 작품의 귀환은, 단순한 재공연이 아니라 시대를 반영한 재해석의 시도이자, '코미디의 생명력'을 증명하는 무대다.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스타릿홀에서 연극 '스페셜 보잉보잉'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3막 시연 후 기자간담회로 이어졌고, 손남목 연출 및 배우 이경실, 정가은, 이신향, 박준석, 조유빈, 안상훈이 참석했다.
'보잉보잉'은 원작이 프랑스의 희극 작가 마르크 카무올레티(Marc Camoletti)의 1960년대 작품이다. '한 남자의 이중(혹은 삼중) 연애 스케줄이 꼬이며 벌어지는 소동극'이라는 단순한 설정이지만, 이 작품은 오히려 그 단순함을 통해 인간관계의 허점, 그리고 사랑의 타이밍을 절묘하게 포착한다.
한국 무대에서는 2001년 손남목 연출을 중심으로 첫 선을 보였다. 첫 공연 이후 대학로의 수많은 소극장을 거치며, 배우와 시대가 달라져도 '보잉보잉' 특유의 리듬과 구조는 변치 않았다. 속도감 있는 대사, 정교한 타이밍, 세트의 문 하나하나가 주는 긴장감은 매 시즌 새롭게 구성되면서도, '웃음의 기술'이라는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해왔다.
연출을 맡은 손남목은 인사말에서 "이번 작품은 단순히 재연이 아니라, 2000년대 초부터 쌓아온 웃음의 공식을 새롭게 뒤집는 리부트 버전"이라며 "시대의 리듬과 지금의 배우들 감각에 맞게 대본을 과감히 각색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잉보잉'이 20년 넘게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 "시대가 변해도 인간의 욕망, 사랑, 거짓말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엔 그 관계의 균열을 한층 더 빠르게, 그리고 더 유쾌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시즌은 고전적인 플롯 위에 현대의 대화 감각을 덧입혔다. 결과적으로 '스페셜 보잉보잉'은 '낡은 이야기의 반복'이 아니라 '웃음의 원형을 지금의 언어로 재생하는 작업'이 되었다.
"나는 관객이 웃는 연극이 좋다" ... 이경실 진짜 '피옥희'로 돌아오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이는 단연 이경실이다. 1980~90년대 TV 코미디와 예능을 섭렵했던 그가, 35년 만에 대학로로 돌아와 연극 무대에 선다. "제가 3년 전에 했던 연극이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였어요. 대극장에서 또 이순재 선생님과 함께 무대에 선다는 게 정말 영광이었죠. 그때는 '언제 내가 이순재 선생님과 같은 무대에 서보겠나' 하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엔 제 취향의 작품이에요. 저는 관객이 웃는 연극이 좋아요.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재미없으면 졸거든요. (웃음)"
그의 솔직한 대답에서 '보잉보잉'이 가진 ‘에너지의 본질’을 읽을 수 있다. 이 작품은 진지한 교훈을 주려 하지 않는다. 대신 순간의 웃음을 통해 삶의 활기를 되찾게 한다.
이경실은 이어서 덧붙인다. "첫 공연의 설렘과 두려움은 연륜으로 쌓이는 게 아니에요. 인스타그램에도 썼지만, 그건 경력과 상관없이 항상 새롭더라고요. 젊은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저도 활력이 생겼어요. 제 아들이랑 딸 또래 친구들이랑 연습하니까 덩달아 젊어지는 기분이에요."
그에게 '스페셜 보잉보잉'은 단순한 복귀 무대가 아니라, '관객과 함께 웃을 수 있는 생활 연극'의 복귀다.
100대 1 오디션, 처음 서보는 대학로 무대 ... 신예 이신향의 도전
이번 시즌의 깜짝 발견은 신예 이신향이다. 배우 이철민의 딸이라는 사실보다, 실력으로 뚫은 100대 1 경쟁률이 더 화제가 됐다. "연출님은 제가 누군지도 모르셨대요(웃음). 그냥 다른 배우들과 똑같이 오디션을 보고 합류했습니다. 사실 방송 '내 새끼 연예제의' 촬영 전이라, 아무도 절 몰랐을 때였어요."
그녀는 "대학로 무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며 첫 경험의 설렘을 전했다.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가 정말 다양해요. 처음엔 무섭기도 했지만, 선배님들이 친구처럼 챙겨주셔서 금세 적응했어요. 매일 웃으면서 연습했어요. 그게 '보잉보잉'의 힘 같아요."
이신향은 "아직 아버지가 공연을 못 봤다"며 미소 지었다. "늘 그렇듯이 묵묵히 응원해주시죠. 아마 다음 주엔 보러 오실 거예요. 아빠한테 부끄럽지 않게 잘해내고 싶어요."
"허술함 속 진짜 매력, 나만의 보잉보잉 찾았다"
남자 주인공 지섭 역의 박준석은 손남목 연출이 "허술함이 매력이라 캐스팅했다"고 밝힌 배우다. 손 연출은 "그의 순진한 웃음과 허술한 매력이 이번 시즌을 살릴 것"이라 말했다. 박준석은 웃으며 그 말에 동의했다.
"사실 저는 늘 단정한 역할을 많이 해왔어요. 그런데 연출님은 제 안에 있는 허술함을 보고 '이거다' 하셨죠(웃음). 처음엔 부담됐지만, 연습하면서 제 허점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웃음을 만든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는 "초등학교 점심시간처럼 기다려지는 공연"이라며 이번 무대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연습 내내 행복했어요. '이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매일 무대에 섭니다. 관객들도 그 행복감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박준석에게 '보잉보잉'은 스타의 무대가 아니라, 자기 색깔을 확인하는 무대다. "김선호, 안재홍, 안세하 선배님들이 거쳐간 작품이라 부담도 있었지만, 저는 '박준석의 보잉보잉'을 만들고 싶어요. 웃음의 결은 다르더라도, 관객에게 진심이 닿는다면 그게 진짜 코미디죠."
"무대 위 스튜어디스, 진짜 보석처럼 빛나고 싶어요"
배우 정가은이 다시 한 번 '보잉보잉'의 무대에 오른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참여하게 된 이번 공연에 대해 그는 "대학로에서 연극을 시작한 첫 작품이 '보잉보잉'이었어요. 다시 이 무대에 설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에요"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작년부터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기 시작했는데, 첫 작품이 바로 '보잉보잉'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다시 같은 작품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쁩니다. 이번 '스페셜 보잉보잉'은 더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기자님들도 많이 홍보해 주시고, 관객분들도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극 중 정가은은 밝고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무대를 물들이는 미모의 스튜어디스 역을 맡았다. 현장에서는 '진짜 스튜어디스 자격증을 딴 게 아니냐'는 농담이 오갈 정도로 역할에 완벽히 몰입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그는 웃으며 "스튜어디스 자격증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니까요, 진짜 합격한 건 아닙니다(웃음)"라며 재치 있게 답했다.
'보잉보잉' 팀 내에서 정가은은 에너지 메이커로 통한다. 함께 작업 중인 배우와 스태프들은 "언제나 파이팅 넘치고 후배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해주는 존재"라며 "정가은은 '보잉보잉'의 보석 같은 배우"라고 입을 모은다.
"무대에서 관객과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해요. 이번에도 저희 팀이 한마음으로 즐겁게 준비했으니까, 보시는 분들도 유쾌한 기운을 그대로 받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웃음은 시대를 초월한다
2000년대 초 대학로의 상징이었던 '보잉보잉'은 수많은 배우들의 등용문이었다. 김선호, 안재홍, 안세하 등 지금의 인기 배우들도 모두 이 무대에서 출발했다.
손남목 연출은 "그건 우연이 아니다"라며 단언했다. "이 작품은 웃음으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어요. 스타를 만들려는 게 아니라, 배우가 '진짜 자기 자신'이 되게 하는 무대였죠."
이번 '스페셜 보잉보잉'은 그 유산을 이어가며, 한층 성숙해진 시대의 감각으로 재탄생했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사랑과 거짓말, 그리고 인간관계의 아이러니는 여전하죠. 이번 버전은 그 복잡한 감정을 '가볍지만 진심 있는 웃음'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코미디는 단순히 웃기는 게 아닙니다. 웃음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유연하게 삶을 바라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술이에요. '스페셜 보잉보잉'은 그 유연함을, 그 리듬을 관객에게 다시 돌려주는 공연이 될 겁니다."
'스페셜 보잉보잉'은 웃음을 예술의 중심에 둔다. 그 웃음이 가벼워 보이지만, 실은 '사람을 향한 진심'이 그 안에 있다. 배우 이경실이 말했듯 "관객이 웃는 순간이 가장 좋은 순간"이라는 믿음이 무대 위 모든 배우들의 공통된 철학으로 이어진다. 20년 넘게 대학로를 웃게 해온 '보잉보잉', 그 '스페셜'한 귀환은 여전히 유쾌하고, 여전히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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