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2001년 초연된 이래 무려 24년째 관객의 호흡을 이어온 대표 코미디 레퍼토리 '보잉보잉' 시리즈가, 이번엔 '스페셜'이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비행을 시작했다.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스타릿홀에서 연극 '스페셜 보잉 보잉'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연출을 맡은 손남목은 인사말에서 "이번 작품은 단순히 재연이 아니라, 2000년대 초부터 쌓아온 웃음의 공식을 새롭게 뒤집는 리부트 버전"이라며 "시대의 리듬과 지금의 배우들 감각에 맞게 대본을 과감히 각색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잉보잉'이 20년 넘게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 "시대가 변해도 인간의 욕망, 사랑, 거짓말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엔 그 관계의 균열을 한층 더 빠르게, 그리고 더 유쾌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무대는 여전히 간결하다. 한 남자의 아파트, 그리고 시간표처럼 교차하는 세 명의 스튜어디스. 설정은 단순하지만, 웃음의 밀도는 그 어느 해보다 조밀하다. 주인공 지섭은 각기 다른 항공사에 근무하는 세 명의 여자와 동시에 연애 중이다. 철저한 스케줄 관리로 완벽하게 유지되던 비밀스러운 삼중생활은, 시골 친구 순성이 갑작스레 서울로 올라오면서 균열을 맞는다. 예기치 않은 항공 스케줄 변경으로 세 명의 연인이 동시에 집으로 돌아오는 상황 결국 시간과 공간, 거짓말이 엉켜 폭발하는 '코믹 대혼란'이 시작된다.
코미디 여왕의 35년 만에 대학로 무대 복귀
이번 시즌의 가장 큰 화제는 단연 배우 이경실의 출연이다. 방송과 스탠드업 무대를 오가며 특유의 생활밀착형 유머를 구축해온 그는 '35년 만에 대학로 무대 복귀'라는 수식어만으로도 공연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이날 프레스콜에서 그는 "3년 전이었죠.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를 이순재 선생님과 함께 했어요. 대극장에서의 공연이기도 했고, 사실 제 취향의 연극은 아니었지만 '언제 내가 이순재 선생님과 같은 무대에 서보겠느냐'는 마음 하나로 참여했죠. 일종의 추억 쌓기였달까요."
배우 이경실은 특유의 솔직함으로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대학로 무대에 서는 것은 무려 35년 만. 그는 "그때는 관객으로서 좋은 작품이 꼭 재미있지만은 않더라"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작품성이 높아도 관객이 재미없으면, 그건 제겐 좀 힘들어요. 제가 객석에 앉았을 때 웃지 못하면 자꾸 졸아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관객이 확실히 즐길 수 있는, 웃음이 있는 연극이 좋아요. 제 취향은 늘 이런 작품이었죠."라고 말했다.
그에게 '스페셜 보잉보잉'은 그래서 더욱 자연스러운 귀환이다. 진지한 고전 대신, 생활 속 리듬과 인간적인 유머로 무대를 채우는 코미디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게 바로 내가 좋아하는 '관객과의 호흡이 있는 연극'"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무대 복귀의 긴장감은 여전했다. "연륜이 쌓인다고 해서 첫 공연의 떨림이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설렘, 두려움, 다 똑같이 느껴요. 처음 무대에 오르는 날, 오히려 신인 때보다 더 긴장했어요." 이경실은 그 감정을 SNS에도 적었다고 한다. "첫 공연을 앞두고 느끼는 설레임은 여전히 제 안에 살아 있더라고요. 나이를 먹어도, 경험이 많아도 무대 앞에서는 늘 새로워요. 그래서 무대가 좋아요."
그의 첫 공연에는 지인들이 객석을 채웠지만, 이제는 오롯이 관객과의 만남이 기다려진다. "앞으로는 진짜 관객들과 만나야죠. SNS에서 '보러 갈게요'라고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이 계세요. 그런 분들과의 만남이 기대돼요."
함께 무대를 꾸미는 젊은 배우들과의 작업도 그에게는 또 다른 활력이다. "같이 연습하는 배우들 대부분이 정말 제 아들, 딸 나이예요. 처음엔 세대 차이가 좀 나려나 했는데, 오히려 그 친구들 덕분에 제가 더 젊어지는 것 같아요. 호흡을 맞추면서 제 생활도 활력 있고 즐거워졌어요. 덕분에 공연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밝아요."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관객이 즐거워야 연극도 의미가 있는 거예요. 웃음이 있는 무대가 진짜 연극이라고 생각해요."
그의 말투는 여전히 경쾌하고 따뜻했다. '스페셜 보잉보잉'으로 돌아온 이경실은 그저 복귀가 아니라, 다시 관객을 웃게 만드는 사람으로 돌아온 셈이다. 그녀의 말은 곧 '보잉보잉' 시리즈의 본질을 대변한다. 세상이 변해도, 인간의 욕망과 허세, 그리고 그 모든 걸 녹여내는 웃음의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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