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섯 개의 섹션으로 만나는 두 거장과 피카소까지 이어지는 미술사의 계보
- 9월 20일(토)~2026년 1월 25일(일)까지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오랑주리 -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 세잔, 르누아르'가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전시한다.
이번 특별전은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전시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두 국립 미술관인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했다. 특히 오랑주리 미술관의 주요 소장품들이 국내 최초로 소개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지난 2016년 '오르세 미술관전' 이후 약 10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프랑스 국립 미술관 특별전으로, 인상주의의 두 거장 세잔과 르누아르의 예술세계를 비교 조명한다.
세잔(Paul Cézanne, 1839–1906)과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 1841–1919)는 같은 인상주의의 토양에서 출발했지만 전혀 다른 회화적 궤적을 그려냈다. 르누아르는 따뜻한 색채와 풍부한 감수성, 부드럽고 조화로운 표현으로 인물과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반면 세잔은 형태와 구조에 천착하며 기하학적이고 엄격한 묘사를 통해 회화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풍경, 정물, 인물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두 화가의 상이한 회화적 탐구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이들의 차별화된 양식이 어떻게 20세기 미술로 이어지는 전환점을 마련했는지 탐구한다.
세잔과 르누아르가 남긴 예술적 유산은 피카소를 비롯한 후대 작가들에게도 큰 영감을 주었다. 피카소는 두 거장의 작품을 직접 수집할 만큼 애정을 보였으며, 세잔으로부터는 입체주의의 형성에, 르누아르로부터는 인물 표현의 혁신에 영향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는 피카소의 작품도 함께 소개되어, 세잔과 르누아르의 예술이 어떻게 20세기 미술사에 결정적인 전환을 마련했는지 보여준다.
▶여섯 개의 섹션으로 만나는 두 거장의 대화
이번 전시는 세잔과 르누아르가 함께 탐구했던 회화적 관심사를 중심으로, 두 화가의 작품을 나란히 들여다볼 수 있는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Section 1. 야외에서
1874년 첫 번째 인상주의 전시 이후 두 화가는 변화하는 자연, 시시각각 바뀌는 빛의 효과를 포착하기 위해 야외에서 작업했다. 르누아르는 따뜻한 색채와 부드러운 붓질로 빛과 공기의 떨림을 담았고, 세잔은 색면과 견고한 터치로 풍경의 질서와 구조를 드러냈다. 인상주의라는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했으나, 르누아르는 감각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에, 세잔은 조형적 탐구에 몰두하며 서로 다른 예술적 여정을 이어갔다.
Section 2. 정물에 대한 탐구
정물을 그릴 때에도 르누아르는 색채의 조화를 통해 일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고, 세잔은 전통적 원근법을 해체하는 방식으로 색, 형태, 공간의 원리를 탐구했다. 이처럼 세잔과 르누아르가 정물에 접근하는 방식은 서로 달랐지만, 두 화가 모두 정물을 통해 고요하고 깊은 사유의 공간을 창출했다.
Section 3. 인물을 향한 시선
세잔은 감정을 절제하고 구조적 일관성을 강조하며 인물을 그렸고, 르누아르는 따뜻한 색채와 이상적으로 표현된 곡선으로 일상의 친밀한 순간을 작품으로 구현했다. 저마다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이룩한 두 화가이지만, 인물을 작품으로 담아내는 데에 단순한 외형의 묘사를 넘어 인간의 본질을 탐색하려고 했던 공통점을 가진다.
Section 4. 폴 기욤의 수집
예술품 수집가 폴 기욤은 시대와 장르를 아우르며 방대한 컬렉션을 형성했다. 그의 아파트에는 세잔과 르누아르의 작품이 마티스, 피카소의 작품과 함께 전시되었고,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 그의 작품 컬렉션은 오랑주리 미술관의 ‘발테르–기욤 컬렉션’으로 계승되어 오늘날 세잔과 르누아르라는 두 거장의 예술 세계를 조망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Section 5. 세잔과 르누아르
세잔과 르누아르는 1860년대 파리에서 만나 평생 예술적 교류를 이어 나갔으나 르누아르는 섬세하고 조화로운 표현을, 세잔은 구조적이고 기하학적 구성을 추구했다. 앞서, 다양한 주제가 이 두 거장의 공통된 실험 무대가 되었음을 살펴보았는데, 이번 섹션에서는 그들의 풍경, 정물, 인물 작품을 보다 직접적으로 비교해 보면서 두 작가의 특징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Section 6. 두 거장과 피카소-20세기에 남긴 유산
세잔과 르누아르는 19세기 후반 미술사의 흐름을 이끌며 새로운 시대의 예술적 토대를 마련했다. 세잔의 분석적 회화는 입체주의의 등장을 견인했고, 선과 색채에 대한 르누아르의 표현 방식은 피카소의 고전주의 회귀에 영향을 주었다. 두 거장은 인상주의를 넘어 현대미술의 기반을 닦은 이정표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전시는 세잔과 르누아르, 그리고 그 영향이 이어진 미술사의 흐름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평일 하루 2회(11시, 13시) 진행되는 전시 해설과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주요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어린이 대상 교육 프로그램(예술의전당 어린이아카데미, 미술관이야기, 생각하는박물관)도 운영된다. 특히 9월 19일 오후 2시에는 전시를 기획한 오랑주리미술관의 큐레이터 세실 지라르도(Cécile Girardeau)의 전시 특강이 무료로 진행되며, 네이버 예약을 통해 선착순 80명이 참여할 수 있다.
'오랑주리 -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 세잔, 르누아르'는 단순한 명작 전시를 넘어, 19세기 말 인상주의에서 20세기 모더니즘으로 이어지는 예술사적 전환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 교류 14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는 두 나라의 긴밀한 문화적 연대와 예술 교류를 확인하는 뜻깊은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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