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0일까지 대학로 플러스씨어터

창작뮤지컬 '라파치니의 정원' 커튼콜(베아트리체 역 박새힘, 라파치니 역 김대종, 지오나비 역 정지우) 2025.02.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창작뮤지컬 '라파치니의 정원' 커튼콜(베아트리체 역 박새힘, 라파치니 역 김대종, 지오나비 역 정지우) 2025.02.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여기엔 오직 너만을 위한 너만이 있는 세상을 주기위한 삐뚤어진 부성애가 만든 잔혹한 한편의 어른 동화를 연상시키는 창작뮤지컬 '라파차니의 정원'이 관객들의 호평 속에 순한 중이다. 

 

제17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에 선정되어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뮤지컬 '라파치니의 정원'은 지난 1월 30일 대학로에서 막을 올렸다. '라파치니의 정원'은 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센터의 신진 스토리작가 육성 지원사업 '뮤지컬하우스 블랙앤블루 2020'에 최종 선정된 작품으로 2021년 충무아트센터 소극장 블루에서 쇼케이스를 통해첫 선을 보인 작품은 깊이 있는 주제와 매혹적인 음악으로 당시에도 큰 호응을 얻으며 본 공연을 기대감을 높인바 있고 4년 만에 마침내 정식 공연으로 돌아온 것. 

 

이 작품은 19세기 미국의 소설가 나다니엘 호손의 단편소설 '라파치니의 딸'을 모티브로 사랑의 감정이라는 감정의 양가적 무게 속에서 진정한 인간성 회복을 주제로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그려내고, 독특한 캐릭터와 서사 깊은 스토리로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창작뮤지컬 '라파치니의 정원' 커튼콜(베아트리체 역 박새힘, 라파치니 역 김대종, 지오나비 역 정지우) 2025.02.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창작뮤지컬 '라파치니의 정원' 커튼콜(베아트리체 역 박새힘, 라파치니 역 김대종, 지오나비 역 정지우) 2025.02.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창작뮤지컬 '라파치니의 정원' 커튼콜(베아트리체 역 박새힘, 라파치니 역 김대종, 지오나비 역 정지우) 2025.02.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창작뮤지컬 '라파치니의 정원' 커튼콜(베아트리체 역 박새힘, 라파치니 역 김대종, 지오나비 역 정지우) 2025.02.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이야기의 중심은 18세기 이탈리아 파두아. 과학자 라파치니는 식물의 독을 이용해 사람을 독체질로 만드는 비밀 연구를 해오고 있었다. 자신의 몸은 서서히 망가져가지만 이 모든 연구는 오찍 딸을 위한 것이라는 굳은 믿음에서였다. 라파치니는 과거 아내의 불행한 죽음에서 기인한 지나치게 비뚤어진 모성애의 발원으로 딸 베아트리체를 어릴 적부터 독이 깃든 정원을 가꾸게 하여 그녀의 몸에는 독이 흐르고 이는 그녀를 세상과 단절시키는 저주이자 운명이었다. 하지만 베아트리체는 큰 불만없이 아버지의 명령에 충실히 따랐다. 한 청년이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예술가를 꿈꾸며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 파두아로 온 지오바니는 라파치니의 정원과 베아트리체에게 매혹되고, 아름다움과 비밀이 공존하는 그녀는 그에게있어 완벽한 예술적 영감이자 사랑의 대상이 된다. 우연히 정원에 떨어진 지노바니의 그림을 통해 자신이 갈망했던 따뜻함을 마주하게 된 베아트리체는 그와 함게 정원 밖을 나가고, 세상을 처음 접한 그녀를 사람들은 마녀로 몰아 공격한다. 자신의 아픈 과거로부터 비롯한 인간을 향한 분노를 지닌 라파치니. 자신의 운명을 정당하게마주하려는 베아트리체, 아름다움과 진실을 위해 자신을 휘생하며 유일하게 그녀의 편에 서는 지오바니. 

 

하지만 서사의 종지부는 리자베타가 찍게된다. 라파치니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헌신적인 복종과 연민으로 인해 결국 모두를 파멸로 이끄는 단초를 제공한다. 호시탐탐 라피치니를 노리고 있는 파두아의 변호사 발리올리에게 그의 치료를 위해 실험을 발설하고 발리올리는 재판소에 제소며 주만들을 선동 파멸로 이끄는 결말을 초래한다. 

 

뮤지컬 '라파치니의 정원'. 2025.02.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라파치니의 정원'. 2025.02.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라파치니의 정원'. 2025.02.1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라파치니의 정원'. 2025.02.1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마녀사냥으로 부인을 잃고 딸을 지켜내려는 라파치니 역은 김대종, 김종구, 박유덕이 연기한다. 아버지 라파치니에 의해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워졌으나 이후 라파치니에 맞서게 되는 인물인 베아트리체 역에는 한재아, 박새힘, 전민지가 함께한다.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온 길에 베아트리체를 보고 첫 눈에 반한 지오바니 역은 유현석, 황순종, 정지우가 맡는다.이외 발리올리 역은 지혜근과 김늘봄,  리자베타 역은 장예원과 신진경이 열연한다. 

 

'라파치니의 정원'의 드라마적 서사는 극 전체로 본다면 사건의 이어짐의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들이 더러 보인다. 아내의 억울한 마녀 사냥으로 인한 희생에 대한 보호책이자 세상 사람들에 대한 원대한 복수의 계획으로 자기 딸을 독이 흐르는 인간으로의 개조는 말 그대로 '프랑켄슈타인'을 보는 듯한 괴상한 스토리 플롯이었다. 극에서는 혈액 속에 독이 흐른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만들었는지 닿기만 해도 중독되는 치명성을 지녔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없었다. 지오바니의 경우도 베아트리체와의 접촉으로 인해 딸도 마녀 사냥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이유와 결국 지오바니도 똑같이 독인간으로 만들고 만 사유가 궁금했다. 

 

리자베타의 경우에도 자신이 짝사랑하는 라파치니의 비밀을 어찌 그렇게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발리올리에게 싹 다 갖다 바칠 수 있는지 그로인한 나비효과로 또 다시 엄청난 비극과 파멸을 초래하는 결과를 이끌어 내고 말았다. 남몰래 애정하는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행한 일인줄은 알겠지만 결과론적으로 본다면 파국이었다.

 

창작뮤지컬 '라파치니의 정원' 커튼콜(베아트리체 역 박새힘, 지오나비 역 정지우) 2025.02.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창작뮤지컬 '라파치니의 정원' 커튼콜(베아트리체 역 박새힘, 지오나비 역 정지우) 2025.02.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하지만 '라파치니의 정원'은 다소 부족한 드라마적 서사의 개연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커버할 만한 충분한 다른 요소가 존재한다. 바로 뮤지컬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하고 독보적인 장점인 넘버와 배우들의 연기에 있다. 솔로곡 보다는 듀엣곡이 더 설득력 있고 대중적으로도 끌어들일 수 있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세상을 향해 닫혀 있던 베아트리체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용감할 정도의 무모함이 결국 둘을 연인의 관계로 변모시킬 순간에 부르던 넘버 '살아있는 것 같아' ... 서로를 향한 감미로운 감정들이 뒤섞이면서 애절한 선율과 애틋한 감정이 오롯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된다. 결국 베아트리체의 정체를 알고 그 위험성을 알면서도 결국 사랑으로 그 모든 것을 커버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지오바니의 마음을 감히 누가 욕할 수 있을까. 

 

'라파치니의 정원'은 시작은 어두운 톤으로 시작하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다양한 색감과 조명이 변화하며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정원을 상징하는 녹색 조명에서 지오바니의 등장으로 인한 베아트리체의 감정 변화를 상징하는 다채로운 색감의 조명과 라파치니의 광기가 빛을 발할 때의 빨간색까지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라이브로 연주되는 건반과 여러 현악기는 감성을 극대화하며 솔로 넘버, 듀엣 넘버, 극적인 전환을 보여주는 합창 넘버까지 관객들에게 서정적인 선율을 선사하며 몰입감을 극대화 한다. 

 

라파치니와 베아트리체가 부르는 부녀 간의 듀엣 넘버도 관객들에게 안타까움과 그럴 수 밖에 없었을까 라는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는 장면을 연출한다. 넘버와 함께 소극장 무대의 한계를 LED 영상과 조명으로 커버했다. 정원 밖으로 나온 베아트리체의 머리 위로 흩날리는 꽃잎, 빛을 내며 날아가는 반딧불, 마녀사냥의 참혹한 모습, 극후반부 파멸을 부르는 화염까지 소극장 무대에서 충분히 구현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적절히 보완해주면서 완성도를 높여 비주얼적인 풍성함을 채워준다. 

 

창작뮤지컬 '라파치니의 정원' 커튼콜(리자베타 역 장예원) 2025.02.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창작뮤지컬 '라파치니의 정원' 커튼콜(리자베타 역 장예원) 2025.02.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창작뮤지컬 '라파치니의 정원' 커튼콜(발리오니 역 지혜근) 2025.02.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창작뮤지컬 '라파치니의 정원' 커튼콜(발리오니 역 지혜근) 2025.02.04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라파치니의 정원'은 결국 두 남녀의 로맨스가 메인 플롯이 되지만 두 남녀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깨닫기까지 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결국 이를 극복하고 진정한 인간성 회복이라는 주제로 이끌기 위한 과정 속 등장하는 추악한 비밀과 반전 결말,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과 조명 효과는 극의 긴장과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며,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마녀로 지명당해 억울한 죽음을 당한 아내 그로부터 인간 사회에 대한 복수심과 남겨진 딸을 세상의 악으로부터 꼭 지켜야한다는 엇나간 아버지로서의 부정애, 어릴적부터 아버지 뜻에 따라 정원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홀로 지냈던 딸 여기에 이 모녀의 원만한(?)관계를 깨뜨리는 또 한 명의 존재로 인해 나름 평화롭던 균형은 깨진다.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통제와 희생 그리고 뒤늦게 깨달은 사랑의 힘으로 세상 밖으로 나가려는 한 인간의 진정한 자유와 인간성 회복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여지를 남겨주고 있다. 뮤지컬 '라파치니의 정원'은 4월 20일까지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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