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1592년 봄, 일본의 2번대 대장 가토 기요마사가 조선의 왕을 죽였다.
스승 지부가 만든 '시공의 방'에서 3년간 훈련을 마친 덕만과 화영은 지리산 아래 걸린 일본군의 깃발을 보고 조선이 사라졌음을 깨닫는다. 역사를 바꾸기 위해 지부의 각성기술로 과거로 돌아가 가토의 한양 진격을 막아서는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최후의 결전이 펼쳐진다.
제17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에 선정된 창작뮤지컬 '무명호걸'(극작·연출 승운)은 위기에 빠진 조선을 구하려는 무명호걸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무협 판타지극이다. 임진왜란 당시 가토 기요마사의 한양성 함락, 신립 장군의 충주성 패배 등 실제 역사적 사실과 가상의 이야기를 결합했다.
'무명호걸'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가족을 잃고 강해지겠다는 일념 하나로 홀로 법계사를 찾은 덕만 역에 송광일·임세준·조성필, 덕만과 화영의 스승이자 과학, 실학 등 백성들을 위한 발명을 즐기는 지부 역에 김재만·박유덕, 덕만이 라이벌로 생각하는 강력한 검객이자 각성기술을 먼저 연마한 화영 역에 정아인·최태이, 일본 조선 정벌 2번대 대장 가토 역에 서승원·백인태, 가토와 맞선 철포부대 선봉장 이츠키 역에 김의환·김우성이 연기한다.
'무명호걸'은 임진왜란 당시 참혹했던 조선의 '한의 정서'(드라마 서사)와 '흥의 정서'(코믹)에 중국의 무협과 일본의 사무라이 문화에 '시공초월'이라는 콘셉트가 가미된 무협 활극이라고 볼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설정으로 주인공 덕만과 화영 그리고 스승 지부가 고구려부터 조선 임진왜란 발발 당시로 넘어가지만 일행이 각각 다른 시공간에 떨어져 각자 다른 전개를 펼쳐나가며 시간대가 다른 절묘한 배치가 다이내믹하게 전개된다.
화영은 일본 선발대 2번 대장 가토 기요마사의 일본 본영에 떨어져 암살을 노리지만 역부족 큰 부상을 당하며 사로잡히고 덕만은 충주성 부근에 떨어졌다 화영의 소식을 듣고 가토 진영으로 침입했다 이츠키와의 대결에서 참패하며 스승 지부와 같이 감옥에 갇히게 된다. 이츠키는 일본 통일 전 가토 부대에 맞선 철포부대의 선봉장이었지만 지금은 가토 좌선 봉장 철포부대 선봉장을 맡고 있다. 그런 그는 조선에서의 무의미한 살육에 대한 자책감 때문인지 항왜로 전향하며 덕만과 지부의 탈출을 돕게 되지만 이미 계획을 눈치챈 가토와 그의 수하 중 일본 최강의 닌자 렌카와의 결투에서 부상을 당하며 잡히고 만다. 여튼 결과적으로 보면 덕만은 가토의 한향 진격을 막아낸다.
'무명호걸'의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에 가상의 이야기를 더했다. 공연 했던 인터파크 서경스퀘어 스콘 2관 무대는 신랄한 무협적인 움직임을 다 담아내기에는 좁았다. 공연예술창작산실 작품 자체가 소극장에 적합한 작품들인지라 연극, 뮤지컬 같은 경우 무대적 장치는 사실 중·대극장용 뮤지컬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무명호걸'에서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연출적 기법으로 무대 위 조명들을 사용했고, 어느 정도 연출적 효과는 있었다. 임진왜란이라는 묵직하며 가슴 아픈 역사적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판타지에 가까운 가벼운 전개와 약간의 코믹한 연기도 보여진다. 전체적으로 보면 촘촘한 드라마적 서사 구조는 아니었고, 이야기의 이해를 돕는 나레이션이 있어 무난하게 작품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실제 역사에서는 임진년 당시 일본의 부산 상륙 후 20여 일 만에 한양성이 함락되지만 선조는 이미 백성들을 다 버리고 평양을 거쳐 의주까지 몽진했고 여차하면 명나라로 망명까지 생각했던 무능한 임금이었지만 그런 고난의 역사 속 나라를 지켜낸 인물들은 무명호걸들 즉 의병들과 일부 장군들 덕분이었다.
남해 바다를 지킨 이순신 장군부터 웅치·이치 전투를 승리로 이끈 권율과 황진 장군, 진주성 전투의 김시민 장군을 시작으로 구국일념 하나로 분연히 일어선 의병장 곽재우, 김면, 정문부, 정인홍, 홍천뢰, 조헌, 김덕령, 고경명, 김천일, 이몽학, 이세룡,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과 일제강점기 독립투사분들과 같은 분들의 헌신적인 희생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하기나 할까 싶다. 무명호걸들이 나라를 지켜냈다는 시대극이 작금에 와서도 통용되는 상황과 맞아 떨어져 오묘한 여운이 남는 공연이었다.
무협과 랩, 역사와 허구, 시공을 초월하는 컨셉의 색다른 창작뮤지컬 '무명호걸'은 1차 공연을 마쳤고, 2월 4일부터 19일까지는 CKL스테이지에서 추가 공연한다.
- [AK포토] 최태이, 덕만의 라이벌 최강 여검객 '화영' (무명호걸)
- [AK포토] 송광일, 가족을 잃고 강해지기 위해 지부를 찾은 '덕만' (무명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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