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트랩' 프레스콜(강신구) 2024.09.2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DB
 연극 '트랩' 프레스콜(강신구) 2024.09.2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DB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극단은 올해 마지막 작품으로 스위스 출신 세계적 극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단편소설 '사고'를 원작으로 한 블랙코미디 연극 '트랩'을 11월 7일부터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선보인다.

 

'트랩'은 2024년 초연 당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던 작품으로, 올해는 더욱 단단해진 앙상블과 새로운 배우의 합류로 무대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프리드리히 뒤렌마트(1921~1990)는 독일어권 현대극을 대표하는 극작가로, '노부인의 방문', '물리학자들', '로물루스 대제' 등을 통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과장된 전개와 기괴한 상황 속에서 인간의 위선과 사회의 모순을 드러낸 그는 단편소설 '사고'에 특별한 애착을 가진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웃음 속에서 드러나는 불편한 진실

'트랩'은 우연히 시작된 재판 놀이를 통해 인간의 죄와 위선을 드러내는 블랙코미디다. 출장 중 자동차 사고로 작은 시골 마을에 머물게 된 주인공 트랍스(박건형)는 은퇴한 판사(남명렬)와 검사·변호사·사형집행관 출신 친구들의 만찬 자리에 초대된다. 그러나 장난처럼 시작된 모의 재판은 점차 진짜 법정극으로 변모하고, 트랍스의 숨겨진 죄와 책임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예기치 못한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작품은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채 죄를 짓기도 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유머와 아이러니로 풀어내며, 웃음 뒤에 날카로운 성찰을 남긴다.

 

연극 '트랩' 프레스콜(강신구, 김신기, 손성호, 남명렬) 2024.09.2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트랩' 프레스콜(강신구, 김신기, 손성호, 남명렬) 2024.09.2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창작진과 배우진, 더욱 강력해진 앙상블

이번 공연은 초연 당시 창작진이 다시 의기투합해 완성도를 높였다. 제45회 서울연극제 대상 수상작 '새들의 무덤'을 연출한 하수민이 연출을 맡았으며, 남경식 무대디자이너는 관객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듯한 몰입적 공간을 구현했다. 의상은 연극 '천개의 파랑', 뮤지컬 '더 트라이브'의 EK디자이너, 분장은 창극 '패왕별희', '춘향'을 작업한 김종한 디자이너가 참여해 무대의 미학적 완성도를 높였다.

 

주인공 트랍스 역에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시카고', 연극 '햄릿' 등에서 활약한 배우 박건형이 새롭게 합류한다. 그는 평범한 외지인이 서서히 피고로 몰리는 심리적 변화를 치밀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퇴직 판사 역은 이해랑연극상과 동아연극상을 수상한 관록의 배우 남명렬이 맡아 인간 본성의 아이러니를 깊이 있게 담아낼 예정이다. 여기에 강렬한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손성호(사형집행관), 동아연극상 연기상 수상자 강신구(검사), 섬세한 캐릭터 해석의 김신기(변호사), 안정된 연기력의 이승우(가사도우미)가 더해져 서울시극단 특유의 밀도 높은 앙상블을 완성한다.

 

하수민 연출은 "'트랩'은 작품의 제목이 암시하듯 일상 속 우연한 '사고'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다양한 관찰과 철학을 담아낸다"며 "관객들에게 웃음과 동시에 깊은 사유를 안겨줄 작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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