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주리 -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 세잔, 르누아르' 기자간담회(스테파니 드 브라방데 오르세 미술관 국제전시 총괄-세실 지라르도 오랑주리 학예실장-나탈리 바게르-베르디에 오랑주리 미술관 부관장) 2025.09.19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오랑주리 -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 세잔, 르누아르' 기자간담회(스테파니 드 브라방데 오르세 미술관 국제전시 총괄-세실 지라르도 오랑주리 학예실장-나탈리 바게르-베르디에 오랑주리 미술관 부관장) 2025.09.19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이 올가을 특별한 미술사의 장면을 시민들에게 선보인다. 프랑스 인상주의의 거장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와 근대 회화의 혁신을 이끈 폴 세잔(Paul Cezanne)이 한 공간에 나란히 걸린다.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파리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특별전으로 총 50여 점의 대표작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선보인다. 특히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오랑주리 미술관 소장품 다수가 포함되어 있어 미술 애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지난 19일 오전 개막에 앞서 열린 '오랑주리 -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 세잔, 르누아르' 기자간담회에서는 나탈리 바게르-베르디에 오랑주리 미술관 부관장, 세실 지라르도 오랑주리 학예실장, 스테파니 드 브라방데 오르세 미술관 국제전시 총괄, 김세연 예술의전당 예술협력부장, 홍성일 지엔씨미디어 대표가 참석했다.

 

스테파니 드 브라방데 오르세 미술관 국제전시 총괄은 "2016년 한·불 수교 130주년에 이어 10년이 지난 오늘 14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를 개최할 수 있어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라며 " 과감하고 다채로운 색채로 연출된 이번 전시는 매우 현대적인 감각을 선보이며 이전과는 다른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탈리 바게르-베르디에  오랑주리 미술관 부관장은 "이번 전시에는 총 50점의 작품이 소개되며, 그중 세잔의 작품 20점, 르누아르 작품 27점, 피카소 작품 2점, 폴 기욤 초상화 1점입니다. 1870년대부터 두 화가의 생애 말년까지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조망해 줍니다"라며 "오랑주리 미술관을 찾는 아시아 국가 중 한국분들이 가장 많이 방문해 주시고 있는 만큼 이번 전시에도 많이 찾아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라고 했다. 

 

"세잔의 자연은 장엄하고 영원합니다. 반면 르누아르의 자연은 즐겁고 평화롭습니다.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그들이 바라본 세계는 전혀 달랐지요"

 

'오랑주리 -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 세잔, 르누아르' 기자간담회(세실 지라르도 오랑주리 학예실장) 2025.09.19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오랑주리 -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 세잔, 르누아르' 기자간담회(세실 지라르도 오랑주리 학예실장) 2025.09.19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이어 오랑주리 미술관 세실 지라르도 학예실장은 "세잔과 르누아르를 한자리에 나란히 놓는다는것이 다소 의외라고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이 둘의 화풍은 대조적이기 때문인데요.  근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병치해 바라보는 시각은 오랫동안 미술 비평에서 공유되어 온 관점이기도 합니다"라면서 "이번 전시에는 오랑주리 미술관 소장품들이 주를 이루는데 이중 세잔과 르누아르 작품들은 예술품 수집과 폴 기욤이 형성한 컬렉션 입니다. 두 거장의 빛나는 색채를 한층 빛나게 하는 이번 전시에서 세잔과 르누아르의 회화를 재발견하는 특별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세실 지라르도 오랑주리 미술관 학예실장은 이번 전시의 의의에 대해 "단순히 두 화가의 걸작을 나란히 배치하는 것을 넘어 서로 다른 시선이 빚어낸 풍경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인상주의의 흐름 속에서 세잔은 점차 구조와 질서를 향했고, 르누아르는 감각과 즐거움을 강조했고 그 길은 서로 달랐지만, 결국 근대 회화라는 동일한 지형을 흔들고 바꾸어 놓았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두 길의 차이와 공존을 동시에 보여줍니다"라고 설명했다. 

 

'오랑주리 -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 세잔, 르누아르' 기자간담회(나탈리 바게르-베르디에 오랑주리 미술관 부관장) 2025.09.19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오랑주리 -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 세잔, 르누아르' 기자간담회(나탈리 바게르-베르디에 오랑주리 미술관 부관장) 2025.09.19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작품 수가 50점으로 많지 않은데 전시 규모가 아쉽다는 의견에 대해서 나탈리 바게르-베르디에 오랑주리 미술관  부관장은 "수량보다는 '질'과 '맥락'을 중시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피카소와 마티스가 소장하거나 애호했던 세잔의 정물화, 르누아르의 대표적 인물화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수를 늘리는 대신, 미술사의 전환을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을 엄선했습니다"라고 답하며 "이번 전시 연출에 있어서 저희가 색채가 굉장히 섬세하고 작품들을 가장 정확하게 그 가치를 감상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굉장히 신경 썼습니다. 서로 다른 국적의 팀과 협업할 때는 전시에 대한 시각과 접근 방식이 굉장히 다를 수 있지만 저희에게 조금 더 풍성한 교류로 다가오는 것 같고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뜻깊고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홍성일 지엔씨미디어 대표는 "공식적으론 오랑주리 미술관 소장품은 147점이라고 합니다. 이번 전시 주제가 세잔-르누아르로 정해져 있어 오랑주리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만을 가지고 오는 과정에서 오르세 미술관하고 협업을 하게 됐습니다. 오르세와 오랑주리는 한 명의 관장이 관리하고 있어 같은 기관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라고 부연했다. 

 

전시의 핵심인 '세잔과 르누아르의 차이'에서 두 화가의 인상주의가 얼마나 다르게 경험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세실 자라르도 학예실장은 두 거장의 의미를 역사적 맥락 속에서 짚어내며 차이를 설명했다.

 

'오랑주리 -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 세잔, 르누아르' 기자간담회(세실 지라르도 오랑주리 학예실장) 2025.09.19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오랑주리 -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 세잔, 르누아르' 기자간담회(세실 지라르도 오랑주리 학예실장) 2025.09.19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그는 "세잔과 르누아르는 모두 1874년 인상주의 제1회 전시에 참여한 역사적 인물"임을 강조했다. 당시 이들은 전통적인 아카데미 화풍을 넘어 야외로 나가 순간의 빛과 색채를 포착하는 혁명적 시도를 감행했다. 오늘날 우리가 '인상주의'라 부르는 새로운 미술 언어를 열어젖힌 주역들이 바로 이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두 화가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1880년대 이후, 세잔과 르누아르는 인상주의의 틀에서 점차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자라르도는 "두 사람 모두 자유로운 붓터치가 주는 불안정함에 대해 일종의 두려움을 느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순간의 빛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자신만의 더 안정적이고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하고자 했다는 의미다.

 

세잔은 색채와 형태를 구조적으로 조직하면서 사물의 영원한 질서를 추구했다. 그의 붓질은 조형적 질감으로 응축되었고, 풍경과 정물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회화의 구조적 본질을 탐구하는 장으로 바뀌었다. 반면 르누아르는 색채의 강렬함을 더욱 전면에 내세웠고, 인물과 풍경 속에서 감각적 쾌락과 즐거움을 강조했다. 특히 밑그림 단계부터 변화가 일어나, 더욱 유연하고 생동감 있는 구성이 두드러졌다. 자라르도의 설명은 결국 이번 전시가 보여주려는 지점을 요약한다. 같은 인상주의에서 출발했지만, 세잔과 르누아르는 각자의 길을 걸으며 서로 다른 회화적 답을 찾아갔다는 것이다.

 

간담회 자리에서는 향후 협력 방안과 한국 작가들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이번 협력의 연장선상에서 또 다른 프로젝트가 있는지, 그리고 한국 작가들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다.

 

'오랑주리 -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 세잔, 르누아르' 기자간담회(스테파니 드 브라방데 오르세 미술관 국제전시 총괄) 2025.09.19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오랑주리 -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 세잔, 르누아르' 기자간담회(스테파니 드 브라방데 오르세 미술관 국제전시 총괄) 2025.09.19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이에 대해 스테파니 드 브라방데 오르세 미술관 국제전시 총괄은 "구체적인 협력 프로젝트는 아직 대외비 상태지만, GNC 미디어와 함께 오르세 소장품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오르세의 전시가 19세기 회화와 국가 소장품에 초점을 두는 만큼, 직접적으로 한국 작가 전시를 주최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는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매우 기쁠 것"이라고 언급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럼에도 한국 작가들에 대한 인상은 강렬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 미술관들을 방문하면서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접했는데,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라며 "특히 기획과 연출의 완성도가 놀라울 정도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나탈리 바게르 베르디에 큐레이터 역시 한국 예술가들의 높은 성취를 언급하며 "예술적 경지뿐 아니라 전시의 기획력과 연출력이 국제적 수준에 도달했다"고 극찬했다.

 

브라방데는 아시아 투어 과정에서 서울 전시가 차지하는 독보적 위상도 강조했다. "홍콩과 도쿄를 거쳐 서울에서 세 번째로 열리게 됐는데, 연출과 색채에서 가장 독보적이고 인상적인 전시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라며 "홍콩에서는 현지 현대 작가들과 협업한 경험이 있었는데, 한국에서도 비슷한 기회가 열리기를 바랍니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세잔과 르누아르는 동시대를 살았고 서로의 존재를 의식했습니다. 그러나 서로의 길을 전적으로 따르지는 않았습니다. 르누아르는 인간의 삶과 관계 속에서 미를 찾았고, 세잔은 끊임없이 자연과 사물의 구조를 탐구했습니다. 그들의 관계는 경쟁이라기보다 '평행선 위의 동행'에 가까웠습니다"

 

'오랑주리 -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 세잔, 르누아르' 기자간담회. 2025.09.19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오랑주리 -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 세잔, 르누아르' 기자간담회. 2025.09.19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세잔은 흔히 '현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의 작품은 인상주의의 빛과 색을 이어받으면서도, 단순한 순간 포착을 넘어 영원한 구조를 추구했다. 사과 하나를 그리더라도 단순한 과실이 아니라 우주의 질서를 담으려 했다. 피카소는 세잔의 작품에서 입체파의 출발점을 발견했고, 마티스는 세잔의 색채에서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길어 올렸다.

 

르누아르는 달랐다. 그는 인간의 따뜻한 관계와 삶의 즐거움에 주목했다. 그의 인물화 속 모델들은 일상의 친근한 순간 속에서 미를 발산한다. 르누아르에게 예술은 철저히 감각적 경험이자 '삶의 찬가'였다. 그래서 그의 작품 앞에 서면 관람객은 어렵고 무거운 사유보다 밝고 따뜻한 감정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이번 서울 전시는 두 거장의 차이를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차이가 어떻게 근대 미술의 지형을 바꿨는지를 체험할 수 있다. 세잔의 구조적 탐구는 20세기 모더니즘과 추상미술로 이어졌고, 르누아르의 감각적 미학은 인체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긍정하는 회화 전통을 지켜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둘 다 인상주의 이후 예술의 좌표를 풍부하게 넓혔다. 세잔이 회화의 형식적 토대를 재구성했다면, 르누아르는 인간적 감수성을 통해 예술의 본질을 다시 확인시켰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단순한 대비가 아니라, '차이 속의 공존'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전시는 2026년 1월 2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이어지며, 부대 강연과 학술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관객들이 세잔과 르누아르 두 시선의 차이와 공존을 직접 경험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