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로켓 개발에 매진하는 과학자와 춤을 통해 자유를 찾는 짜장면집 딸의 특별한 만남을 그린 연극 '랑데부'가 지난해 초연에 이어 재연으로 돌아왔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중력이라는 물리적 법칙을 거스르며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 '랑데부'기자간담회가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진행됐다. 자리에는 Yossef K.김정한 연출과 배우 박성웅, 이수경, 박건형, 범도하, 최민호, 김하리가 참석했다.
Yossef K. 김정한 연출은 "랑데부는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누군가를 품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지 이것에 대한 것을 뚜렷하게 '사랑은 이것이야, 이렇게 해야지 행복한 것이야'라기 보다는 그것을 향해서 노력하는 과정속의 인물들을 담았습니다"라며 "어떻게 헤어진다든지 어디서부터 사랑이 시작된다든지에 대한 지점들이 굉장히 뚜렷하지 않게 디자인되어 있는 작품들 그러면서도 멀어지고 헤어지는 과정에서도 서로 다가가려고 하는 우리 사람들의 모습 등 우리 스스로의 모순들과 다 정의내려지지 않더라도 그렇게 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런 것들을 담으려고 했습니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지난해 초연 당시 박성웅, 최원영, 문정희, 박효주가 초연 캐스트로 공연하며, 중년의 커플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박성웅 외 이수경, 박건형, 범도하, 최민호, 김하리까지 여러 연령대의 라인업으로 나눠지면서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이런 변화를 시도한 연유를 물었다.
김정한 연출은 "우선 한 대본을 가지고 어떤 배우가 말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서 그 장면과 그 말들은 다른 의미를 담게 되죠. 어떤 마음과 어떤 것을 품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이 작품 같은 경우는 가족에 대한 아픔을 가진 두 남녀가 서로 만나서 이어지는 헤프닝들에 대한 연속성을 가진 이야기거든요. 근데 저희가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갑자기 어른이 되지는 않죠.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도 나의 가족을 찾고자 하는 그 마음은 똑같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이 작품은 어떤 나이대에만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서사라기 보다는 그런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가질 수 있는 그런 사랑과 가족에 대한 갈구함 그리고 여러 결핍과 서로를 채워나가려고 하는 노력들을 담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것들이 각자 나이대에서 뚜렷하게 도드라지는 성향들도 있고 특징들도 있어요. 각자 연령대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 그런 사랑이라고 하는 거를 나이대에 맞춰서 해석할 수 있는 배역이 아니라 어느 연령대든 관통할 수 있는 모티베이션을 가졌다고 생각해서 다양한 연령대를 섭외했습니다. 여러 버전들을 보시면서 한 대본이 여러 명의 아티스트를 통해 어떻게 해석되고 어떻게 경험되어지는지에 대해서 같이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부연했다.
이 연극의 주요 관람 포인트 중 하나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는 '방백'에 있다. '방백'이란 등장인물이 말하지만 무대 위의 다른 인물에게는 들리지 않고 관객들만 들을 수 있는 약속된 대사를 말한다. '랑데부'에서는 두 인물이 가까워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복잡한 내면의 감정을 방백으로 표현하며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런 연출을 하게된 이유로 김정한 연출은 "'방백'은 일종의 독백으로 어떤 사람이 자기의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할 수 있죠. 저희는 통상적인 로맨틱 코미디에서 하지 않는 여러 가지들을 많이 사용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어느 사람의 마음 속에 들어갔을 때 마음 속은 어떻게 생겼어 라고 하는 것은 무대 디자인이나 미장센일텐데요. 태섭의 마음 속은 정리하고 싶어하고 갇혀있고 그래서 혼자서 독백에 들어 갈때는 하나의 네모를 그었습니다. 그 네모 칸 안에 지혜가 들어와 있기도 하고 또는 각자 서로 방백을 할 때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데 서로를 향해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트레드밀로 인해 거리가 좁혀지지 않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표현함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겼다기보단 디렉션으로 표현했어요. 제가 세익스피어를 전공했지만 그의 방백과는 비교하기 한참 부족합니다. 그러나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랑데부'의 무대는 런웨이 형식의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패션쇼 런웨이를 연상시키는 직사각형의 긴 무대를 중심으로 양쪽에 관객석을 배치하는 파격적인 구성으로, 극장의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도이다. 이런 시도에 대해 김정한 연출은 "트래퍼스 스테이지라고 그러는데 깊게 뻗어져 있습니다. 길이 17m 폭이 2.5m 되는 무대 양쪽 끝에 두 인물이 서 있는데 가까워지고 멀어지고 하면서 경험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일반적인 무대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던 트레드밀이 들어가고요. 누군가는 실험극이라고도 하는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험이라는 것은 모르는 것에 대한 일종의 도전이지만 저희는 진심이거든요. 긴장하는 마음과 여러 설렘을 가지고 작품을 준비했습니다"라며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확신을 보여줬다.
연극 '랑데부'는 아픈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기만의 법칙에 스스로 가둬버린 태섭 역에 초연에 이어 박성웅과 최민호, 박건형이 출연하고, 스스로를 찾고자 여정에 나섰으나 결국 자신을 가장 괴롭혔던 과거의 장소로 돌아온 지희 역은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하는 배우 이수경과 범도하 그리고 김하리가 연기한다. 작품은 5월 11일(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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