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프레스콜. 2025.02.13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프레스콜. 2025.02.13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과 에세이 도서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이 만나 재창작된 작품이다. 

 

원작은 '가난해서', '여자라서' 글을 배우지 못한 7080 할머니들이 문해학교를 다니며 읽고 쓰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모습을 따뜻하게 그린 작품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독서 열풍이 확산되며 읽고 쓰는 행위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팔순 할머니들이 쓴 시가 뮤지컬로 재탄생해 기대를 모은다. 특히 MZ 세대를 중심으로 '텍스트 콘텐츠'를 힙한 취미로 소비하는 '텍스트 힙(Text Hip)'이 문화 트렌드로 떠오른 요즘, 팔순의 나이에 글을 배우고 시를 쓰기 시작한 '힙한'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젊은 세대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색다른 감동을 전한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진행됐다. 이날 프레스콜은 전막시연 후 기자간담회에 이어졌고 강병원 라이브(주) 프로듀서, 김재환 예술감독, 오경택 연출가, 김혜성 작곡가, 김하진 작가, 배우 김아영(영란 역), 박채원(춘심 역)이 참석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프레스콜(강병원 프로듀서). 2025.02.13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프레스콜(강병원 프로듀서). 2025.02.13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강병원 프로듀서는 "김재환 감독이 만든 '칠곡 가시나들'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는데 영화에 나오는 할머니 학생분들이 너무 하루하루 재미있고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이런 작품을 제작해서 관객분들도 보시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어머님을 보여드리면 좋아하실것 같고, 저희 어머님도 늦은 나이라 할지라도 배울 수 있고 즐길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작품을 기획한 의도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학로에서 창작 뮤지컬을 열심히 하는 배우들과 함께 이런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참여하시는 배우분들이 저희 작품을 하셨던 배우들이라 잘 알던 배우들이고 같이 하고 싶었어요"라고 부연했다 

 

오경택 연출은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운 거 같습니다. 물리적인 온도가 아닌 마음의 정도가 유난히 쌀쌀하네요. 이런 때에 할머니들이 쓰신 시에 담긴 어떤 따뜻함 그리고 일상의 소중함 세상의 아름다움, 이런 시선들이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훨씬 더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를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작품이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프레스콜(김혜성 작곡가). 2025.02.13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프레스콜(김혜성 작곡가). 2025.02.13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이 작품이 대중의 기대를 모을 수 있는 포인트 중 하나는 팔순 할머니들이 쓴 시가 뮤지컬로 재탄생했다는 점이다. 이 시에 담긴 할머니들의 감정들이 시로 표현되고 그 시가 다시 뮤지컬 넘버로 재탄생되는 과정에서의 특별히 신경쓴 부분이 있다면 ...

 

이에 대해 김혜성 작곡가는  "8살때부터 계속 어떤 텍스트에다 곡을 붙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에 좀 자신이 있었는데요. 이 작품이 저한테 왔고 '아 너무 잘 할수 있을것 같다'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막상 하다보니 이거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도 들었구요. 할머니들의 아름다운 시와 인생에 내가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라며 "예전 제가 했던 '심야식당'이라는 뮤지컬도 에피소드 형식이었는데 이번 작품도 보시기에는 아주 쉬워보이는데 만들기에는 참 어려웠어요. 여배우님들이 큰 힘이 됐어요. 처음 리딩 공연 했을 때 김아영, 허순미, 하은주 등 이 배우들을 생각하면서 이 친구들이 이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곡을 쓴것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됐습니다. 너무 재미있게 깔깔깔 웃으면서 리딩 공연을 준비했던 기억이 새롭네요"라고 말했다. 

 

라이브(주)는 뮤지컬 창작전문 프로덕션으로 그동안 기존 뮤지컬 업계에서 해오던 해외 대형 라이센스나 해외 원작을 주제로 하는 작품보다는 태권도를 기반으로 하는 뮤지컬 '태권 날아올라', 야구를 소재로 하는 뮤지컬 '여구왕, 마린스', 광주 민주화 운동의 뮤지컬 '광주', 이외에도 뮤지컬 '마리 퀴리', '랭보' 등 다양한 소재의 창작 작품을 개발하며 K-뮤지컬의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런 개발의 방향성이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것인가를 묻자

 

강병원 프로듀서는 "우리나라 콘텐츠들이 드라마나 영화나 웹툰, K-POP들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 뮤지컬도 열심히 만들도 잘 만들다 보면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넘어 세계에서 한국 작품들을 보러 오시고 라이센스도 많이 가져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시아를 벗어나 점 더 확장해서 영미권이라든지 유럽권에서도 많이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이브에서 만드는 작품들 같은 경우 태권도 소재라든지 리틀야구, 시니어 할머니 학생들을 소재로 만들었는데 이런 작품들이 가족 단위로 즐겁게 볼 수 있으면서 유쾌하게 보고 그러면서 휴머니티하거나 그런 감성들이 담긴 작품들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프레스콜(김재환 예술감독). 2025.02.13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프레스콜(김재환 예술감독). 2025.02.13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다큐멘터리영화 '칠곡 가시나'를 만들었던 김재환 예술감독은 원작자로서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본 입장에서 원작과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 아니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해 "2022년 강병원 프로듀서가 '칠곡 가시나'를 뮤지컬화 하고 싶다고 찾아오셨어요. 처음에는 우리 학교 소재를 가지고 판타지로 만들면 어떻하지 이런 생각이 들어서 좀 망설여 졌는데 안했으면 큰일날 뻔 했습니다. 두 가지 길이 있을 것 같은데요. 하나는 뮤지컬 속도에 잘 어울리는 씬이나 에피소드들을 가져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다큐멘터리를 뮤지컬 속도로 한 땀 한 땀 정말 정성스럽게 힘들고 어렵게 변화시키는 그런 과정을 거치느냐 그게 진정성일텐데 저희는 후자를 선택해 3년 동안 한 걸음씩 어렵게 돌파하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칠곡 가시나들'의 주인공이신 할머니들께서도 태어나서 처음 영화관에서 본 영화가 바로 '칠곡 가시나들'이었어요. 공연장에 문해학교를 다니시는 많은 어르신들이 단체 관람을 해주시는데 처음에는 혹시 뮤지컬 관람을 낯설어하거나 힘들어 하시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말 어린아이 같은 미소로 웃음을 띄어주시고 실시간으로 찐 리액션을 해주셔서 저 역시 따뜻한 감동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라는 소회를 전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프레스콜(배우 김아영). 2025.02.13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프레스콜(배우 김아영). 2025.02.13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작품 속 영란 역을 연기하는 배우 김아영은 "배우된 입장에서 보면 관객들에게 감동을 드리려면 저희가 노역이든 테크닉이든 이런 부분에서 더 치열하게 힘들어야 보는 분들이 감동을 받으실 거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그 어떤 작업보다 좀 치열하게 고민했어요"라며 "다른 공연들은 좀 즐기면서 하는 편인데 이 작품은 고민도 엄청 많이 했고, 스트레스도 엄청 받았습니다. 그런데 리허설 포함 본 공연에서 더블캐스트 공연을 보면서 그 노력이 헛되지 않음을 확신했어요. 이번 작품은 제가 객석에서 봤을 때도 확실하게 자랑하고 싶은 공연이라 여기저기 많이 자랑하고 다니고 있어요"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프레스콜(배우 박채원). 2025.02.13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프레스콜(배우 박채원). 2025.02.13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춘심 역의 박채원은 "저는 처음 출연 제의를 받고 책을 먼저 봤습니다. 가장 상상력을 제한하지 않는 영역부터 보고 싶어서요. 엄청 울었어요. 이 책은 밖에서 볼 수 있는 책이 아니구나. 그냥 집에서 편하게 펑펑 울면서 보자 하면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 울음은 단순한 감동이나 슬픔을 뛰어넘는 어떤  따뜻함 그런 거였어요. 결심한 건 이 마음을 무조건 잘 담아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해야겠다를 목표로 삼았습니다"라며 "물론 책을 뛰어 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지만 저희가 정말 잘 담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루할 틈 없이 담았으니 많은 관객분들이 찾아와 주셔서 이 마음을 담아가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프레스콜(김하진 작가). 2025.02.13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프레스콜(김하진 작가). 2025.02.13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인만큼 작가로서도 큰 부담감을 가졌을 법한데 원작 다큐멘터리를 무대로 옮기는 과정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초점을 맞췄는지에 대해 김화진 작가는 "제가 할머니가 되어 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몰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었고, 매체를 보면서 간접 체험을 하거나 경험하는 정도. 다큐멘터리에서 실제 할머니들이 모습들이 어느 순간 할머니가 아닌 소녀로 보이더라구요. 저희 작품에도 첫사랑을 너무 가슴 떨려 했던 소녀 그리고 이제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그런 모습들이 할머니에게도 계속 남아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면서 "작품에서도 나오지만 할머니들이 주인공이 되는 그런 뮤지컬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고 그레서 에피소드마다 주인공들이 솔로곡을 부를 수 있는 구성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작업했어요. 특히 마지막에 다 같이 교복을 입고 무대에 서는 장면이 저는 굉장히 뭉클하게 느꼈던 부분입니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프레스콜. 2025.02.13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프레스콜. 2025.02.13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출적인 면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 말해달라고 하자 오경택 연출가는 "연출 의뢰를 받을 때 가장 어려운 것이 남녀노소 다 같이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주세요 입니다. 세상의 모두를 만족시켜 달라는 건 정말 어려운데 이 작품 같은 경우는 '그게 될 수 있겠다' 라는 큰 확신이 들었습니다. 작가님도 말씀하셨지만, 한 인간의 삶에서 아이도 있고 소녀도 있고 젊었을 때도 있고 결혼해서 엄마가 되고 며느리가 되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다 압축된 삶이라는 거 그 시간의 힘이라는 게 너무 솔직하고 아름답게 담겨져 있는 그 시들을 읽었을 때 '이거는 된다' 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확신을 했어요"라며 "연출적으로 화려하게 멋지게 꾸미는 것보단 그 시의 힘을 오롯이 편안하게 전달드릴 수 있을까, 그대로를 솔직하게 전달드릴 수 있을까가 가장 큰 저의 고민이었습니다. 저희 팀 모두가 정말 한 뜻으로 만들었던 것 같아요. 실제 문해학교뿐만 아니라 그 연배에 해당하는 분들의 관람도 많은데 다들 기쁘하고 즐거워 하시는 모습을 보고 세상의 모든 어머님들께서 보셨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저희가 오시라고 하는 것보단 찾아가고 싶어요. 전국 방방곡곡 세계 곳곳 찾아다니면서 어머님들을 만나 뵙고 싶은 공연입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프레스콜(김혜성 작곡가). 2025.02.13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프레스콜(김혜성 작곡가). 2025.02.13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김혜성 작곡가도 오경택 연출의 이런 의견에 적극 동감을 표하며 "정말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하나도 거짓이 없거든요. 거기게 맞게 진솔되게 써야겠다 이 생각밖에 안했어요. 대표님이 제가 아는 인생 중 제일 재미있게 사시는 분들이다 라고 말씀해 주셨고 저도 너무 기분이 좋아 할머니들의 인생에 누가 되지 않도록 진실되게 해야겠다 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우리가 정말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 노력이 전 세계에 계시는 가시나들 어머님과 딸들 친구분들이 다같이 보셨으면 합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프레스콜. 2025.02.13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프레스콜. 2025.02.13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마지막으로 강병원 프로듀서는 "주 관람 관객층을 정말 많이 고심했습니다. 어머님이랑 많이 보시면 좋긴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30대 관객분들도 보시면서 저 늦은 나이에도 저렇게 뭔가를 배우고 삶을 즐겁게 사는데 라는 걸 같이 공감을 하면서 보실 수 있는 작품이라 많이 보러 오셨으면 합니다"라며 관람을 독려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무대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노년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단지 '가시나'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뺐긴 할머니들의 떨리는 손으로 써내려 간 자신의 이야기는 원작에 이어 또 한 번 관객들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작품은 2월 27(목)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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