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연극 '퉁소소리'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명청교체기 전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최척이 전쟁으로 가족과 헤어지지만, 끈끈한 가족애로 이를 극복하며 다시 만나는 감동적인 여정을 담아낸다. 이 옛날 이야기가 여전히 유효한 것은 그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민중의 수난사가 절절하게 담겨있고, 질긴 생명력으로 버텨내는 민초들의 삶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퉁소소리'는 조선 중기 문인 조위한의 고소설 '최척전'이 원작으로 고선웅 서울시극단장이 직접 각색하고 연출을 맡았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진행된 프레스콜에 참석한 고선웅 연출은 "먼저 이번 연극에는 서울시극단 전원이 참여합니다. 여주인공인 옥경 역에 정새별 씨 같은 경우는 젊은 시절부터 노년까지 조선의 여인상 같은 느낌을 가지면서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앳띠면서 노년의 내면 연기가 가능한 친구를 고민했다"면서 "제가 한 번 겪어봤는데 심성이 너무 착하고 캐릭터를 잘 소화할 것 같아서 정새별 배우를 캐스팅 했고, 이호재 선생님도 모시게 됐습니다"라고 캐스팅에 대한 일화를 밝혔다.
이어 그는 "지난 15년 동안 '퉁소소리'의 무대화를 꿈꿔온 저로서는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이 이야기는 너무 기구하고 파란만장한 인생입니다. 결혼부터 마지막에 다시 온 가족을 만나기까지 길고 긴 수난사를 겪는 대서사를 가지고 있어 이걸 무대화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엄두를 내기 쉽지 않았어요. 의상 체인지나 무대 전환이라든지 이런 걸 생각하면 굉장히 시간이 많이 걸려 고민이 많았던 작품"이라며 "전쟁과 이별속에서도 가족애와 사랑, 희망을 잃지 않는 민초들의 삶을 그려내고 싶었어요. 30년 동안의 방대한 서사를 2시간 남짓에 담아 중국, 일본, 베트남과 바다와 산을 배경으로 시공간을 넘나들며 볼거리와 감동이 있는 연극으로 구현하고 싶었는데 제가 너무 행운 거 같아요"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연출적으로 볼 때 한정된 무대 위에서 긴박하게 돌아가는 전쟁 속 상황을 연출하다 보니 마치 고전소설처럼 우연히 또는 긴박하게 돌아가는 연출을 한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 싶다. 이에 대해 고 연출은 "공간을 바꾸고 로케이션을 바꾸며 얼마든지 환경 변화가 가능한 영화는 컷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저희는 무대가 딱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안에서 30년의 다사다난한 세워을 담아낸다라고 하는게 어려웠어요.기계장치나 영상을 쓰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런 시도도 재미있지 않을까 합니다"
'퉁소소리'는 한정된 무대 연출에서 국악 라이브 연주를 통해 서사의 깊이감을 더하고 있다. 거문고, 가야금, 해금, 퉁소와 타악 등 전통 국악기로 구성된 5인조 악사가 라이브 연주를 선보이며, 각 악기의 고유한 소리를 통해 극의 다채로움을 더하고 있다. 여기에 무대 디자인은 2012 서울연극제 무대미술상을 수상한 기대한이 맡아 소하면서도 전통미가 돋보이는 시각적 몰입감을 주고 있다.
캐스팅을 살펴보면 '퉁소소리'에는 오디션으로 선발된 14명의 배우들과 서울시극단배우들이 출연한다. 노최척 역에는 백상예술대상연기상, 이해랑연기상, 동아연극상에 이어 보관문화훈장을 받은 관록의 배우 이호재가 독보적인 존재감을 나타낸다.
이호재는 "나이 든 사람은 자기 분에 넘치는 역할을 하지 말아야 된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퉁소소리' 대본을 받은 날부터 지금까지 능력있는 젊은 배우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라며 작품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처음 대본을 받고 어떻게 언제 출연을 결심했는지 연습실에서는 어떤 과정으로 작품을 준비했는지에 대해 이호재는 "이렇게 아름다운 말로 씌여진 희곡은 거의 없어요. 대본 안의 문장들이 다 시에요.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면 반성해야 합니다. (웃음) 만약 대본을 구할 수 있다면 구해서 보세요. 번역가협회에 있는 사람한테 이거 번역 좀 잘해서 내년에 노밸상 좀 타게 해달라고 했더니 번역이 안된다고 하다라고요"
"이렇게 고급스러운 우리말이 있다는 거에 새삼 이 대본을 받고 나서 난 정말 행운이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구구절절 아름다운 말입니다.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 말보고 한국말이 아름답다 라고 전 직접 들은 적도 있는데 요즘 우리 말은 그렇지 못한 부분들이 있어요. 이런 아름다운 말은 잘 구사만 하면 되요. 그럼 저절로 듣게 돼거든요. 참 아름다운 말입니다"
옥영 역에는 연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 '클래스' 뮤지컬 '제시의 일기' 등 무대와 매체 연기분야에서 팔색조 매력을 뽐내는 정새별 배우가 출연해 섬세하고도 강인한 불굴의 조선 여인상을 그려내며 주목 받고 있다.
정새별은 먼저 "옥영은 자기가 원하는 바를 분명히 알고 의지를 가지고 원하는 바를 끝까지 하려는 당찬 인물입니다. 그 힘은 사랑에서부터 시작되어 결국에는 전란 속 온 가족이 다시 만날 수 있게 되는 힘의 근원이 아닌가 싶어요. 엄청난 배우분들과 매일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마음입니다. 뜨겁게 이 과정을 함께하며 정말 행복하고 즐겁게 준비 중입니다"라고 출연 소감을 전했다.
정새별은 '퉁소소리'에서 젊은 시절부터 노년의 연기까지 연기해야 하는데 작품을 준비하면서 어떤 캐릭터를 그려내고 싶었을까.
그는 "어린 시절부터 노년까지의 연기는 처음 도전합니다. 이걸 잘 담아내 표현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앞섰고요. 고민의 시간이 길었고 어떤 의심이 들때마다 연출님께서 '그냥 믿고 나가라. 네가 옥영이다' 라며 믿음을 주셔서 '내가 옥영이다'. 그렇게 긴 인생을 살지는 않았지만 연습실 안에서 다른배우분들이 주는 에너지와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며 준비했다"면서 "연출님의 말씀이 큰 힘이 될 수 있었습니다"라며 제작진에 대한 믿음을 전했다.
최척 역의 박영민은 "저는 오디션을 통해 합류했는데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며 꿈 같은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이 꿈 같은 마음으로 관객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느낌을 어떤 말로 해야할지 모르겠구요. 최척은 전쟁 속에서 어떻게든 가족을 지키려는 사람입니다. 본인의 선택은 아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당찬 옥영(정새별 분)이라는 부인 덕분에 온 가족이 다시 재회하는 결말을 가지게 됩니다. 많이 성원해 주세요"라며 작품에 합류한 소감을 말했다.
이어 그는 작품의 캐릭터에 몰입하게 된 특별한 준비가 무엇인지에 대해 "저는 무대 위에서도 순간순간 행복했다 슬프고 즐거웠다가도 힘들어지는 이런 순간들이 온다고 생각해서 연습 때부터 '내가 최척이다' 라는 마음을 다잡고 준비했어요"라고 했다.
또한, 홍도 역의 최나라는 "제가 연기하는 홍도를 말하자면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어머니를 따르고자 하며 어머니의 의지를 담아 아버지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결과 마침내 그리워하던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 의지를 가진 인물"이라며 "대단한 배우들과 함께 하며 매일 매순간이 배우는 시간입니다.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고, 최척의 아버지 최숙 역의 강신구는 "최숙은 조선 시대 가난한 양반이자 최척의 아버지입니다. 이 작품이 앞으로 잘 다듬고 이번 공연이 잘 되어 서울시극단의 레퍼토리 공연으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기대가 큰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정생원 역 김신기, 홍도이모 역 류주연, 심씨 역 장연익, 호옹 역 오현우, 진위경 역 이원희, 해적장 역 전재형, 돈우 역 박장면, 양씨 역 이승우, 의병장 역 민경석, 몽석역 윤준호, 주우 역 김용준, 몽선 역 최아론, 의병 역 최민혁, 춘생 역 박예리 등이 출연해 극의 디테일을 살려낸다.
'퉁소소리'에서 나오는 두 여성 캐릭터 옥영과 홍도는 세월의 전란 속에 모진 고초를 겪으면서도 남편과 가족을 생각하며 견뎌내는 굉장히 강렬한 모성애를 그려내며 극의 몰임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렇다면 원전소설인 '최척전'에서의 두 캐릭터와 무대화된 '퉁소소리'에서의 옥영과 홍도는 어떤 모습일까.
이에 대해 고선웅 연출은 "원전에 있는 내용에 준해 작업 했습니다. 하지만 하다보면 에피소드라든지 이야기는 조금씩 가감을 해서 어찌 됐든 관객들이 듣고 느끼셔야 되니까요. 약간의 각색과 추가는 있었지만 거의 원전에 가깝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1막이 끝나고 인터미션(15분) 들어가기 전 배우들이 나와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는 톡특한 연출도 눈에 띄였다. 이런 연출 의도에 대해 고선웅 연출은 "그건 이 연극에 너무감정적으로 치우치지 마시고 1막 끝나고 모두 털어버리고 다시 2막에 집중해 달라는 의도였어요. 너무 앞선 장면의 감정에 치우치면 구조적으로 안 맞을 수도 있다는생각이 들어서요. 괜찮지 않았나요? 개인적으로 저는 인사하는 장면이 참 좋았습니다"
30년의 방대한 서사를 담은 연극 '퉁소소리'는 전쟁 속에서 피어나는 끈끈한 가족애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모든 생명은 평등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국악 라이브 연주를 통해 애끊는 한스러움과 그리움을 더해 극의 몰입감을 높였으며, 오디션으로 선발된 14명의 배우들과 서울시극단의 열연과 노련한 연기로 관객들에게 마음 한 켠 소중한 추억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작품은 11월 27일(수)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 [AK포토] 이호재 "'퉁소소리' 참여해 정말 행복"
- [AK포토] 정새별 "엄청난 배우들과 매일이 전쟁 같은 과정" (퉁소소리)
- [AK포토] 최나라 "대단한 배우들과 함께 하는 배움의 시간" (퉁소소리)
- [AK포토] 박영민 "오디션 통해 합류 ... 하루하루가 꿈같은 나날"
- [AK포토] 강신구 "연극 '퉁소소리' 서울시극단 레퍼토리화 희망"
- [AK포토] 연극 '퉁소소리' 고선웅 연출 "작품의 무대화 고민 컸지만 전 행운아"
- [AK포토] 연극 '퉁소소리' 주역들 '많이 보러와 주세요'
- [AK화보] 최나라-정새별-윤준호-이호재, '항해' (퉁소소리)
- [AK화보] 최나라-정새별-박영민-최아론-윤준호, '도주' (퉁소소리)
- [AK화보] 최나라-윤준호-정새별-박영민-이호재, '홍도'(퉁소소리)
- [AK화보] 박영민-정새별-이호재, '조선사람' (퉁소소리)
- [AK화보] 정새별-박영민-강신구-김신기-박예리, '호시절' (퉁소소리)
- [AK화보] 이호재-정새별-박영민-강신구-김신기, '퉁소소리'
- '맛난 달콤한 이야기 가득' 뮤지컬 '고스트 베이커리', 12월 개막 앞서 캐스팅 공개
- 평범한 한 가정의 파멸 ... 연극 '붉은 낙엽' 캐스팅 공개
- 연극 '헬로싼타' ... 12월 가족의 의미를 유쾌하게 그려낸 좌충우돌 성장 드라마
- 촌철살인의 통찰과 유쾌한 풍자의 정수 ... 서울시극단 '코믹' 3월 개막
- 14년 만에 발표하는 고선웅 단장의 창작극 ... 서울시극단 '유령' 5월 개막
- 전쟁 속 해학과 빛났던 가족애 ... 서울시극단 '퉁소소리'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작품상 수상
- 전쟁과 사랑, 이별과 재회의 30년 대서사 ... 연극 '퉁소소리' 9월 개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