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파 선예禪藝 특별전 - COSMOS' 기자간담회. 2024.09.2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성파 선예禪藝 특별전 - COSMOS' 기자간담회. 2024.09.2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나는 예술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예술을 한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결과물이 나올 때 사람들이 예술이라고 한다면 굳이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내 생활의 방편이지만 하다 보면 장난삼아 하다가 업이 되는 경우도 있듯이 그런 경우로 봐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성파 종정 예하 

 

성파 종정 예하 특별전은 예술의전당이 해마다 해오던 현대작가 특선의 일환으로 5년 전 기획됐지만 코로나19로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예술의전당 전시 관계자들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성파 종정예하가 주석중인 경남 통도사 서운암을 찾아가 작품 2500여 점을 조사했지만 여전히 조사하지 못한 작품이 많았다고 한다. 

 

이소연 예술의전당 시각예술부 큐레이터는 "성파 종정 예하는 작품을 조사는 과정에서 바쁜 와중에도 작품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러면서 "이래도 되겠나' '이게 되겠나' 라며 반문하셨지만 그럴 때마다 저희는 "됩니다" 했고요. 이런 화두가 전시기획의 단초를 제공했어요. 더군다나 서운암을 찾아갈 때마다 새로운 작품이 계속 완성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새로운 작품이 또 선보일지 기대됩니다"

 

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성파 선예禪藝 특별전 - COSMOS'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기자간담회에는 성파 종정 예하,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 이소연 예술의전당 시각예술부 큐레이터, 김세연 예술의전당 예술협력본부장이 참석했다. 

 

'성파 선예禪藝 특별전 - COSMOS' 기자간담회. 2024.09.2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성파 선예禪藝 특별전 - COSMOS' 기자간담회. 2024.09.2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성파의 작업 중 괄목할 만한 점은 '옻'이라는 물성의 활용이다. 그는 옻의 내구성·방수성·방부성·절연성 등 뛰어난 성질에 주목하였다. 그동안 공예 재료의 일부였던 옻이라는 물질을 작품의 주재료로 사용하며 전통 재료와 결합하여 회화, 도자, 섬유, 조각 등의 성파의 독자적인 옻 예술 장르를 만들어 냈다. 이번 전시는 작가 성파가 평생을 바쳐 연구한 한국적 재료 탐구를 기반으로,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 작품을 선보인다.

 

이에 대해 성파 종정 예하는 "그림으로 예술을 하는데 있어 지금까지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질 중 제일 좋은 물질이라고 생각합니다. 3천~4천 년 전에 '옻'을 사용한 물건들이 지금도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 '옻'이 굉장히 강한 내구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변함없는 속성을 지녔기에 그 다양함을 잡을 수도 없고, 앞으로도 저는 그림이나 공예품 등 '옻'을 사용해 작업을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2500여 점이 넘는 많은 예술창작 작업을 해오고 있는 성파 종정 예하지만  정작 본인 스스로를 작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많은 분들이 작품이라고 하지만 저는 작가라고 생각해 본적도 이것(전시품)을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조석예불도 하고 밭고 일구고 나무도 심는 등 바쁜 생활을 하는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하다 보니 이렇게 나온 것 일뿐. 그냥 내 생활의 일부이자 내 삶의 발자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파 선예禪藝 특별전 - COSMOS' 기자간담회. 2024.09.2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성파 선예禪藝 특별전 - COSMOS' 기자간담회. 2024.09.2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전시는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태초 太初 , 유동 流動 , 꿈 夢 , 조물 造物 , 궤적 軌跡 , 물속의 달 순서이다. 전시장 내부에는 3m 높이의 옻칠 조각, 수중 설치 회화 등 시선을 사로잡는 대형작이 소개되며, 성파 스님의 작업 과정과 통도사 장경각 내 수중 암각화 작품을 담은 영상이 함께 상영되어 주목할 만하다.

 

성파 종정 예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대화가 단절된 요즘 세대에 대화의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 했다. "우리가 '대화'라고 하는 말은 문자로 하는 방법이 있는데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통하는 것이 바로 '예술'입니다. 시대의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자 작품들이 탄생했어요. 내가 옛날 선연들이 남긴 글과 그림 등을 보고 소통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것처럼 후대 사람들도 내 작품을 통해 나와 대화할 수 있기를 바라며 100년 후에도 그 대화가 이어지길 바래봅니다" 

 

'성파 선예(禪藝) 특별전- 코스모스(COSMOS)'는 대한민국 조계종 큰 스님이자 이면에는 예술가로서 불교미술, 서예, 한국화, 도자, 염색,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화업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1980년대에 선보였던 금니사경과 최신작은 물론 옻칠 회화와 설치 작품을 중심으로 평생 화업을 총망라하는 120여 점을 선보인다.

 

'성파 선예禪藝 특별전 - COSMOS'. 2024.09.2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성파 선예禪藝 특별전 - COSMOS'. 2024.09.2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성파 선예에 있어 재료에 대한 연구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는 전통 한지 제작부터 안료와 염료의 재배 및 가공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물감과 바탕이 되는 재료들을 직접 다루었다. 성파의 작업실에는 옻뿐만 아니라 칠안료, 닥나무, 조개껍데기, 계란껍질, 밀가루풀 등 자연에서 얻은 재료와 도구들로 가득하다. 닥나무를 재배해 직접 한지를 제작하고, 고려시대 감지(紺紙)를 재현하기 위해 쪽을 직접 키우기도 했다. 

 

특히 선파 종정 예하는 한지에 대한 특별한 애착을 보였다. "엣 종이를 만들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40년 전 당시 70세가 넘은 노인이 계서 찾아가 '옛 종이를 뜰 수 있습니까' 물었고 '그렇다' 는 대답을 듣고선 그분을 초청해 3년 간 한지를 뜨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한지를 만드는 방법을 체득했습니다. 올해 9천 평이 되는 닥나무 밭을 조성했고요. 앞으로 제대로된 한지를 만들 생각입니다"

 

"어떤 분은 손가락으로 그리는 분도 계시고 손톱으로 그리시는 분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구인데 저는 그런 도구조차 사용하지 않고 물로 흘리고 바람으로 날리는 방법을 생각해 봤습니다"

 

'성파 선예禪藝 특별전 - COSMOS' 기자간담회. 2024.09.2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성파 선예禪藝 특별전 - COSMOS' 기자간담회. 2024.09.2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성파 종정 예하는 작업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즐거운 여정임을 밝혔다. "운문선사의 말처럼 나에게 일상은  '날마다 좋은 날'입니다. 그림을 그리고, 도자기를 빚고, 옻칠을 하고, 천을 염색하는 이 모든 과정이 '날마다 좋은 날'이었습니다"

 

전시 4 섹션 '조물 造物'에서 도자와 옻칠을 결합해 '칠예 도자'라는 장르를 개척한 과정을 예로 성파 종정 예하는 도자 작업이 곧 모든 수행과도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많은 번뇌망상이 미세먼지처럼 존재하지만, 한 생각으로 몰아치는 것이 물로 반죽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불로 굽는 것은 존재를 부정하는 것. 즉 태워 없애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도자기가 탄생합니다. 범부가 부처가 되는 것 같은 이치로, 도자를 만드는 것 자체가 수행과 연결되지요" 

 

이번 전시가 성파 종정 예하의 40여년이 넘는 작업을 총망라했다는점에서 일종의 회고전 성격을 띄었다고 볼 수 도 있지만 그는 단 한마디로 부정했다. "아직 젊은 나이라 회고전이라니요" (웃음) 전시기획을 하다보니 최근 것만 하다 보면 작품의 뿌리, 근원이 어디에서 나왔느냐 라는 문제가 일어날 수 있어 초기부터 조금씩 해서 지금까지 연결하고 했습니다. 하지만 회고전은 언제가 할 것입니다" 

 

종교인이자 예술가로서 성파의 그간의 작품 세계를 주목해 볼 수 있는 '성파 선예禪藝 특별전 - COSMOS'는 11월 17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전관에서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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