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하 장문원)이 설립 10주년을 맞아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구세군빌딩 내 모두예술극장에서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 10년간 장애예술의 성과를 되짚고, '모두의 예술, 함께 여는 미래'라는 새로운 슬로건 아래 향후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기념식에는 장문원 방귀희 이사장,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이종열 이사장, 작가 고정욱, 작가 이정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현성 박사, 화가 강선아, 개그맨 김기리 등 예술계 인사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10년의 성과, 이제는 함께 나눌 때
방귀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1990년 '솟대문학'을 창간하며 장애인 문화예술 운동을 시작했는데, 지금처럼 독립 법률과 전용 공간을 갖게 된 것은 큰 발전"이라며 10주년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K콘텐츠는 세계적 위상을 얻었지만, 장애예술은 여전히 관심 밖에 있다"며 "이번 10주년 행사는 장애예술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고 말했다.
또한 "복지·고용·특수교육 등 다양한 분야 인사들과 일반 예술계 인사들이 함께해 주셔서 감동스럽다"며 "오늘 행사를 통해 장애예술의 존재 이유와 사회적 역할을 함께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방 이사장은 "장애예술인이 있는 한 언제 어디서든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당부했다.
진정한 예술의 힘은 끝까지 붙드는 데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이종열 이사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연극과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무대에서 활동해 온 배우로서 평생 예술을 붙들고 살아왔지만, 진정한 예술가들은 바로 장애인 예술인들이라는 생각을 늘 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에서 만난 장애예술인들의 열정과 헌신은 예술의 본질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며 "이들의 진심 어린 창작 활동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이사장은 "예술인복지재단은 설립 초기부터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긴밀히 협력해왔으며, 앞으로도 장애예술인을 위한 복지와 창작 환경 개선을 위해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방귀희 이사장을 중심으로 장애예술의 저변을 확대해온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추진력과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양 기관이 더욱 긴밀히 협력해 장애예술인의 권익 증진과 복지 향상에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지역 장애예술인에 대한 관심 확대 필요
10주년 기념식에는 장애예술계의 대표 작가인 고정욱 작가와 이정희 작가도 축사를 전했다.
고정욱 작가는 "이음센터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장애예술인들의 삶이 피어나고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 되었다"며 "대학로 중심에 장애예술인들이 자유롭게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는 터전을 갖게 된 것이 감개무량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이음센터가 더 넓은 공간으로 확장돼 스터디룸, 도서관, 소극장, 게스트하우스 등 장애예술인을 위한 복합 예술타워로 발전하길 바란다"며 "문학을 포함한 다양한 예술 분야가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예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편견을 녹이며 무관심을 공감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며 "장애를 낙인이 아니라 개성으로 바꾸는 예술의 가치가 더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수 작가 이정희는 "이음센터가 생긴 뒤로 장애예술인들에게도 든든한 집이 생겼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한 "지방에서는 아직도 장애예술인이 활동할 기회가 많지 않다"며 "지역 장애예술인을 위한 관심과 지원이 더 확대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작가는 현재 모두미술공간에서 자수 작품을 전시 중이며, "많은 분들이 찾아와 장애예술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함께 느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문원, 장애예술 제도화의 기반 마련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현성 박사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설립 10년의 성과’를 주제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조 박사는 "장문원의 10년은 제도화의 역사이자 장애인 문화예술이 공공정책 안으로 편입된 과정이었다"며 "2004년 창의한국 계획에서 처음 '장애인 문화예술'이 정책 의제로 등장한 이후,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과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을 거쳐 장문원 설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장문원 출범 이후 예산과 인력이 각각 4배 이상 증가하며 장애예술 지원 체계가 급속히 성장했다"며 "2017년 '함께누리 지원사업' 이관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전담기관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예술극장과 모두미술공간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지역 확산의 모델이자 접근성의 개념을 확장한 상징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장문원은 담론 생산실행정책화로 이어지는 독특한 구조를 지닌 기관"이라며 "웹진 '이음'을 통해 2019년부터 접근성 담론을 선도했고, 이는 모두예술극장과 모두미술공간으로 구체화됐다"고 덧붙였다.
조 박사는 향후 과제로 "장애예술 창작과 향유, 교육을 아우르는 포괄적 역할로의 확장"과 "현장 중심의 정책 역량 강화"를 제안했다. 그는 "장문원 직원들이 더 많이 현장을 찾아가고 연구사업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 전문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그를 위해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예산 확대와 인력 보강을 통해 장문원이 장애예술 지원을 넘어 장애인 문화 향유까지 포괄하는 종합 문화예술기관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캐릭터 '솔라도레'와 새 슬로건 공개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새 캐릭터와 슬로건이 공개됐다. 깊은 바다와 하늘을 상징하는 두 존재 '도레'와 '솔라'를 중심으로 제작됐다. 도레(DoRe)의 'Do'는 출발을, 'Re'는 한걸음 더 나아가는 움직임을 나타낸다. 솔라는 하늘의 노래로 빛과 희망을 전하는 상징으로 설정됐다. 두 캐릭터를 합친 이름 '솔라도레'(SolLa Dore)는 내부 직원 공모를 통해 선정되었다.
캐릭터 발표는 개그맨 김기리와 강선아 작가의 공동 진행으로 이뤄졌으며, 두 사람은 "깊은 바다의 울림과 높은 하늘의 노래가 만나 모두의 예술로 확장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공개된 장문원의 새로운 슬로건 '모두의 예술, 함께 여는 미래'는 장애예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장하고, 예술을 통한 사회적 포용과 공존의 가치를 담았다. 이는 장애 예술인들의 열정과 재능으로 미래의 예술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겠다는 기관의 다짐을 의미한다.
이번 10주년 기념행사는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돌아보고, 향후 장애예술의 발전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사회 전반에 장애예술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는 뜻깊은 자리로 평가된다. 장문원은 앞으로도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예술을 통한 평등한 문화 환경 조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