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방귀희이사장) 2025.11.1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방귀희이사장) 2025.11.1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2025년 11월 11일, 서울 서대문구 구세군빌딩 모두라운지에서 열린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하 장문원) 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는 장문원의 지난 10년간의 성과와 향후 10년을 향한 비전이 공유됐다.

 

방귀희 이사장은 "장애인 예술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예술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영역"이라며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더해진다면 K콘텐츠 못지않은 경쟁력과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장애인 문화예술의 수월성과 가치를 더 많은 국민이 이해하도록 언론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장애인 예술도 감동을 넘어 예술 그 자체로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행사를 마친 뒤, 방귀희 이사장은 기자단과 장애인 예술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고 다음의 내용은 이를 정리한 것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방귀희이사장) 2025.11.1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방귀희이사장) 2025.11.1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Q. 장문원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습니다. 그간의 성과를 돌아보신다면요?

장애인 문화예술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지 이제 10년입니다. 처음에는 "장애인이 예술을 한다고?"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지금은 장애 예술인들이 공연과 전시, 문학 등 여러 분야에서 당당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장애인 예술'이라는 이름이 감동이나 복지의 언어가 아니라, ‘예술 그 자체’로 자리 잡는 전환점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10년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저는 세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홍보, 둘째는 아카이브, 셋째는 후원회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예술인과 작품을 키워왔지만, 여전히 장문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 국민이 많습니다. 장애인 예술의 가치를 알리는 홍보가 절실합니다. 또한 그간의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장애인 예술 아카이브'를 만들 계획입니다. 10년간의 공연, 전시, 창작물들을 모아 한국 장애 예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모두의 예술 후원회'를 창립해 민간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려 합니다. 정부 예산에만 의존해서는 창의적인 시도를 지속하기 어렵거든요.

 

Q. 이사장님께서 개인적으로 기부를 결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이사장으로 부임한 올해 3월부터 제 월급의 75%를 적립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3년 동안 약 2억 원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고(故) 구상 시인께서 생전에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제게 맡기신 2억 원을 더해, 총 4억 원 규모의 '예술 발전 종자금'을 만들 계획입니다.

 

구상 선생님께서 "이 돈은 장애인 문학을 위해 써달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 뜻을 이어받아 장애인 예술 전반의 발전을 위한 씨앗으로 활용하려 합니다. 이 기금이 다른 분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출발점이 되길 바랍니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방귀희이사장) 2025.11.1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방귀희이사장) 2025.11.1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Q. 오늘 새 캐릭터 '솔라도레(SolLa Dore)'도 공개됐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솔라도레'의 솔라는 하늘을 높이 날아오를 수 있는 작은 새로 장애예술인의 도약을 상징합니다. 도레(DoRe)의 'Do'는 출발을, 'Re'는 한걸음 더 나아가는 움직임을 뜻하는 것으로 깊은 바다에서 사는 큰 고래로 장애예술인의 잠재력을 뜻합니다. 10주년을 맞아 기관의 상징을 새로 만들었는데, 예산이 없어 상금도 없었지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이름을 제안해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갑니다. 장애인 예술의 희망과 확장을 상징하는 이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Q. '장애인 예술을 예술 그 자체로 보아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아직도 장애인 예술을 '치유'나 '재활', 혹은 '감동의 이야기'로만 보는 시선이 많습니다. 하지만 장애 예술인들은 감동을 주기 위해 예술을 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예술'을 하는 예술인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장애인 예술은 Just Art, 그냥 예술이다"라고 말합니다. 이제는 장애인이 그림을 그렸다가 아니라, 좋은 그림을 그렸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Q. 한국 장애인 예술의 특징이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해외에서는 비장애인 전문가가 장애 예술인을 도와주는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한국은 장애 예술인 스스로가 기획하고 창작하고 무대에 서는 주체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왔어요. 저는 이것이 한국 장애인 예술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로서의 자생력,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자존감이 살아 있는 거죠.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방귀희이사장) 2025.11.1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방귀희이사장) 2025.11.11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Q. 앞으로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요?

청년 예술인과 발달장애 예술인입니다. 특히 청년층은 장애인 예술의 미래를 이끌 세대이기 때문에, 창작 인큐베이팅과 실험적 무대 기회를 확대하려 합니다. 

 

발달장애 청년들이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면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자폐의 옷을 벗은 것 같다"고 말씀하세요. 그만큼 예술은 그들에게 표현의 언어이고, 사회와 연결되는 통로입니다.

 

Q. 앞으로 언론과 대중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저는 믿을 곳이 언론밖에 없습니다. 장애인 예술은 감동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예술의 본질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언론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장애인 예술은 분명 K콘텐츠 못지않은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모두의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계속 세계와 소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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