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의 밀도를 쌓아가는 EMK의 새로운 도전
- 12월 2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초연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충무아트센터 개관 20주년을 기념하며, EMK뮤지컬컴퍼니가 열 번째 창작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로 돌아온다.
12월 2일 개막을 앞두고 공개된 프로덕션 메이킹 영상은 단순한 홍보 콘텐츠를 넘어, 작품의 예술적 방향성과 창작진의 미학적 고민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예고편의 성격을 지닌다. 영상 속에서 제작진이 언급하는 '빛'과 '소리', 그리고 '조선과 유럽의 공존'은 이 작품이 단지 한 과학자의 전기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음을 암시한다.
'한복 입은 남자'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과학자 장영실을 중심에 둔 이중 구조의 서사를 펼친다. 1막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실화를 그린다면, 2막은 시공간을 넘어 이탈리아에서 새로운 이야기로 확장된다.
엄홍현 총괄 프로듀서는 "1막과 2막은 서로 다른 작품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 흐르는 본질은 같다. 인간의 꿈과 창조의 욕망"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서사는 한국 창작뮤지컬에서 드물게 시도되는 문명 간 대비와 예술적 재해석의 실험으로, 과학과 예술,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든다. 장영실의 서사는 단지 '천재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간을 넘어 창조의 의미를 묻는 여정으로 확장된다.
이성준(브랜든 리) 음악감독은 이번 작품의 음악을 "한국의 민요적 선율과 현대적 팝 감성이 어우러진 축제 같은 음악"이라 정의했다. 이는 단순히 시대를 재현하는 사운드트랙이 아니라, 조선의 정서와 현대의 감성을 동시에 포착한 새로운 음악적 실험이다. 민요의 리듬이 전통의 생동감을 불러일으킨다면, 팝의 감각은 이 이야기를 오늘의 청중과 이어준다. 즉, '한복 입은 남자'는 한국적 뮤지컬 음악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또 하나의 분기점이다.
무대 디자이너 서숙진은 작품의 공간을 "시공간의 대비 속에서 영실의 존재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실험의 장"으로 규정했다. 조선, 유럽, 현대가 교차하는 무대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을 투영하는 '시각적 서사'로 기능한다. 서 디자이너는 "과거의 영실, 현재의 영실, 그리고 미래에도 존재할 우리 모두의 영실을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즉, 무대는 시간의 층위를 품은 거대한 회화처럼 작동하며, 관객은 그 안에서 빛으로 조각된 시간의 풍경을 목격하게 된다.
조명 디자이너 구윤영은 이러한 무대를 더욱 극적으로 완성한다. "조선은 수묵화처럼, 이탈리아는 강렬한 색채로 표현한다"는 그의 설명처럼, 작품은 색채를 통한 시대의 감정 묘사를 시도한다. 빛은 단지 인물을 비추는 장치가 아니라, 장영실의 '빛에 대한 탐구'를 서사적으로 재현하는 상징이 된다.
오유경 의상 디자이너는 작품의 제목이자 핵심인 '한복'을 단순한 전통의 상징으로 다루지 않는다. 그녀는 "한복 본연의 선과 여백, 그리고 장영실의 시선에서 본 이탈리아의 화려함을 대비시켰다"며, 전통과 낯섦이 교차하는 미학을 추구했다. 한복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와 마주한 조선인의 상상력을 상징하는 매개체로 변모한다. 그 의상 속에서 조선의 과학과 서양의 예술이 한 인물의 시선으로 엮이며, ‘한복 입은 남자’라는 제목의 의미가 비로소 완성된다.
영상 디자이너 송승규는 "'한복 입은 남자'는 어떤 상상도 가능한 작품"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이번 프로덕션에서 LED의 사용량을 대폭 늘리고, 세트와 영상의 물리적 경계를 최소화했다. 결과적으로 무대는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거대한 ‘시각적 유기체’가 된다. 영상은 역사적 장면을 기록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물의 내면을 투사하는 또 하나의 언어로 기능한다.
새로운 장르로의 초대
'한복 입은 남자'는 단순히 장영실이라는 실존 인물을 다룬 시대극이 아니다. 그것은 조선에서 태어난 빛과 소리의 예술, 그리고 한국형 창작 뮤지컬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다음 스텝이다. 이상훈 원작자는 "뮤지컬이 이 소설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K-뮤지컬의 또 다른 장르가 열릴 것"이라 전했다.
프로덕션 메이킹 영상 속, 창작진의 치열한 논의와 실험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지금, 한국 창작뮤지컬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가?"
'한복 입은 남자'는 그 답을 무대 위에서 빛으로, 음악으로, 그리고 한복의 선으로 보여줄 준비를 마쳤다.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는 12월 2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초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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