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28일(목)~30일(토)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끝나고  나면 병원을 가야할 것 같습니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 또 시간이 지나고 나면 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성훈 on Sync Next 25 'pink' 프레스 시연(김성훈). 2025.08.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김성훈 on Sync Next 25 'pink' 프레스 시연(김성훈). 2025.08.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김성훈 on Sync Next  25 'pink'는 단순한 무용 공연이라는 수식어만으로는 설명하기 굉장히 난해하다. 공연에는 피, 구토, 나체, 폭력적 충돌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지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불쾌감과 동시에 묘한 매혹을 안긴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김성훈 on Sync Next  25 'pink' 프레스 시연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8씬의 시연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성훈 안무가는 이번 작업의 의도를 "명확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관객들의 감각을 일깨우는데 중점을 두었어요. 폭력이 꼭 주먹으로 때리는 것만은 아니잖아요. 말 한마디, 눈빛 하나도 누군가에겐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공연을 통해 그 감각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관객이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 그 경계를 보고 싶었습니다" 

김 안무가는 "'핑크'는 서사보다는 무용수들의 캐릭터와 신체가 부딪히는 순간에 집중했어요. 관객마다 잔혹한 장면의 해석은 다를 것이고 불편함을 이유로 중도 퇴장하는 것도 환영합니다"

 

작품명 '핑크'는 피, 상처,  수치심, 얼굴에 도는 홍조 등 다양한 형태로 작품 내내 관객들에게 보여진다. '핑크'는 폭력과 결코 어울리지 않는 색이지만 김 안무가는 이러한 아이러니 속에서 상징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피멍이 들고 시간이 흐르면 살빛이 붉게 변하고 얼굴이 상기될 때도 핑크빛을 띠죠. 저는 그 색에서 출발했어요. 폭력의 흔적은 결국 인간의 몸에 색으로 남으니까요"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on Sync Next 25 'pink' 프레스 시연. 2025.08.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김성훈 on Sync Next 25 'pink' 프레스 시연. 2025.08.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작품에는 남자 무용수 8명이 등장한다.  김 안무가는 "애초에는 남성무용수 5명, 여성무용수 3명을 구상했어요. 그러나 여성이 등장할 경우 작품의 성적 코드가 페니미즘으로 오인될 위험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위도 높고 폭력적 수위도 높은데 마침 할 수 있는 무용수가 외국을 가는 바람에 시간적으로 스케줄 조정도 힘들고 해서 전원 남성무용수로 작품을 최종 구성했습니다"라고 했다. 

 

김성훈 안무가는 작품은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 대왕'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소년들만 남겨진 섬에서 벌어지는 생존 경쟁처럼 남자들만 모인 집단의 폭력성을 무대에 옮겨보고 싶었습니다. 누군가의 희생이 조금 적절하고 적나라하게 표현을 안해도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라고 설명했다. 

 

공연 내내 피가 등장하고 무용수들은 집요하게 그것을 닦아낸다. 김 안무가는 "피를 닦는 행위는 처음부터 끝까지 설정된 핵심 컨셉이에요. 끊임없는 희생과 수난의 구조, 그리고 흔적을 지우려는 몸무림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라면서 "하지만 실제로 머리카락으로만 올라가는 장면을 준비했는데 공간 구조상 불가능했고, 법적으로도 위험했어요. 또 인간의 피를 무대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제한도 있습니다. 감염문제 때문으로 그래서 표현을 조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성훈 on Sync Next 25 'pink' 프레스 시연(김성훈). 2025.08.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김성훈 on Sync Next 25 'pink' 프레스 시연(김성훈). 2025.08.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김성훈 안무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오랜 관심사였던 잔혹극과 본격적으로 대면했다. "2000년대 초 유행한 아르토의 잔혹극 기법에 매혹되어 학문적으로 연구해 왔지만, 실제 무용 작업에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보다 가혹했다. "무용수들이 실제로 다치는 경우가 많았고, 저 역시 공연이 끝난 뒤 병원을 찾을 정도로 고단했어요.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도전하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라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이 공연이 폭력에 대한 개인적인 성찰을 불러일으켰으면 합니다. 무대를 보고 나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라요"

 

'핑크'는 결코 편안한 공연이 아니다. 오히려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고 감각을 자극하며,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과 마주하게 한다. '폭력'이라는 주제를 피해가지 않고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용기, 그리고 그것을 춤으로 직조한 실험 정신은 분명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 다만 불편함과 자극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결국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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