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제17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에 선정된 윤은화의 '구라철사금(歐羅鐵絲琴) : 打' 공연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소극장에서 공연했다.
'구라철사금(歐羅鐵絲琴) : 打'의 음악은 양금과 타악기로 구성되었다. 기존 현악기와의 컬래버를 통해 현악기적 면모를 강조한 공연에서 벗어나 타악기의 연주 법과 닮아있는 양금의 특성을 반영하였다. 양금이라는 악기가 가진 한계성과 경계를 허물고 양금의 유율 타악기적 특성과 무율 타악기의 융합을 강조한 작품으로 양금의 대중성, 다양성, 확장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이날 무대는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연주되었다. 아티스트 김동환, 이창현, 이종섭, 이금희, 진미림, 조한민, 조현이 함께하며 약 80분 동안 무대에서 쉼없는 에너지와 경이로운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먼저 1장에서는 '안개의 유희'라는 타이틀로 양금과 핸드팬을 이용한 곡으로 안갯속에서 거닐고 있는 듯한 느낌을 표현했다. 뿌옇게 가려진 안갯속에서 양금과 핸드팬이 서로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경쾌하고 은은한 감성을 전달했다. 양금에 윤은화, Udu 드럼 이종섭, 윈드차임과 심벌 조한민, 핸드팬 조현이 연주했다.
2장 '무희'에서는 춤을 추는 것을 형상화했다. 굿거리 도입부 장단과 6개 장단을 이용하여 장단위에서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징이 주는 무속적인 느낌과 묵직한 베이스, 그위에서 양금이 마치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이 드는 무대였다. 양금에 윤은화, 징 이창현, 장구 이중섭이 연주했다.
3장인 '신 천년만세'는 전통양금의 대표적인 곡인 '천년만세'의 선율을 바탕으로 개량양금을 활용해 새롭게 창작한 곡이다. 찰찰거리는 양금의 고유한 소리와 부드러운 음색을 대조적으로 사용하여, 확장된 음역과 현대적 감각으로 전통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해석한 부분이 돋보인 무대였다. 양금의 윤은화 독주 무대였다.
4장 '구라철사금성'은 '구라철사금'은 양금의 옛 명칭이다. 이 무대는 극 초반부터 겹겹이 쌓여가는 양금 소리들과 다양한 주법을 통해 옛날부터 현대까지를 표현했다. 앰비언트와 디저리두와 함께 새롭게 편곡한 무대였다. 양금에 윤은화, 디저리두 조현의 듀엣 무대였다.
5장 '율타'에서는 양금, 글로켄슈필, 윤라 같은 유율 타악기가 선사하는 섬세한 울림과 장구가 지닌 리드미컬한 에너지가 한데 어우러져 독창적인 하모니를 이룬 무대였다. 칠채, 육채 등 전통적 타법을 활용해 만들어진 반복적이고 역동적인 리듬 위로 선율이 마치 춤을 추듯 유려하게 흐르는 물아일체감을 주는 듯한 역동적인 무대가 돋보였다. 양금과 운라 윤은화, 퍼커션과 글로켄슈필에 이창현, 퍼커션에 조한민이 함께 했다.
6장 '양금굿'에서 '양금굿'은 양금의 타악기적 가능성을 극대화한 실험적인 작품이다. 한국 전통 굿의 장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양금 고유의 맑고 독특한 음색과 강렬한 리듬감을 강조했다. 전통 굿의 영적이고 의식적인 분위기를 바탕으로 전자 양금과 루핑 기법을 더해 독창적이고 다층적인 사운드를 구현하여 관객들의 박수를 이끌었다. 양금과 글로켄슈필에 윤은화, 징과 구음에 조한민, 징, 꽹과리, 자바라에 이창현, 장구에 이종섭이 연주했다.
7장 '마지막 서사'에서는 마치 한 편의 군악대 같은 무대를 연출했다. 1막에서는 전쟁터에서 전사들이 당당히 행진하는 장엄한 모습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리듬과 웅장한 화성으로 시작했다. 2막에서는 전쟁의 폐허와 고통을 담담히 묘사하며, 그속에서 꺼지지 않는 희망의 빛을 표현했다. 강렬한 생동의 에너지와 섬세한 감성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전쟁과 재건, 희망의 메시지를 깊이 있게 전했다. 양금과 글로슈필에 윤은화, 첼로에 이금희가 화음을 맞췄다.
8장 '흔들이는 숲'에서는 바람에 흔들리는 음산한 숲을 형상화한 무대였다. 가야금과 첼로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악기의 화합이 돋보였고, 이들의 연주는 마치 바람의 긴장감을 표현함과 동시에 타악기의 리듬이 더해져 흔들리는 긴장감 속에서도 일정한패턴을 만들어내며 듣는 이들에게 경건한 마음이 들도록 하는 현장감을 선사했다. 양금에 윤은화, 첼로 이금희, 가야금 진미림, 퍼커션 이창현, 조한민이 함께 했다.
9장 '갈색 여름'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 전 세계에서의 날씨의 양극화 현상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담은 윤은화 연주자의 창작곡이었다. '비'로 가득 채워진 지난 여름날 느꼈던 우울과 상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초반에는 양금의 타악적인 리듬을 극대화했고, 중반부는 우울과 상실에 대한 느낌을 담아 서정적으로 풀어냈다. 양금에 윤은화, 첼로 이금희, 가야금 진미림, 베이스 북과 퍼커션 이창현, 장구와 심벌 조한민의 무대였다.
마지막 10장 '양금시나위'는 한국전통음악 중 즉흥적인 시나위형식을 차용하여 창작됐다. 경기무속장단의 낙궁과 터벌림장단, 엇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위에 남도계면 선율을 입혀 개량양금의 반음계적 표현과 투스틱을 활용하여 화려한 테크닉으로 타악적인 요소를 극대화했다. 이 무대는 한편의 타악적인 오케스트라를 연상시키듯 강렬한 에너지와 역동적인 무대로 어께가 들썩일 정도의 신남과 몰입도를 선사하며 이날 공연의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했다. 양금에 윤은화, 첼로 이금희, 가야금 진미림, 장구 이종섭, 타악과 구음에 김동환, 북과 구음에 조한민, 꽹과리와 자바라에 이창현이 함께 했다.
윤은화의 '구라철사금(歐羅鐵絲琴) : 打' 공연은 유럽에서 전래되어 '구라철사금'이라 불리는 한국의 전통 현악기 '양금'의 타악기적 특성을 강조한 무대로 독주, 합주, 중주 등 다양한 양금 주법을 연주할 수 있도록 개량해 만든 윤은화의 양금과 타악기가 함께 어우러져 연주를 펼쳐 보이며 감동을 준 무대였다. 한가지 꼽자면 연주를 했던 구름아래소극장이 소극장이지만 이 극장을 반도 채우지 못한 것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타악기 연주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아직은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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