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고 론디노네 "뮤지엄 산에서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이상적"
- 9월 18일까지 뮤지엄 산 전시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나는 마치 일기를 쓰듯 살아있는 우주를 기록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계절, 하루, 시간, 풀잎 소리, 파도 소리, 일몰, 하루의 끝, 그리고 고요함까지." - 우고 론디노네
'불과 돌의 사나이'로 불리우며 무채색 건축물에 색을 입히는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설치미술가 우고 론디노네(60). 그가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 '번 투 샤인'(BURN TO SHINE) 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가 선택한 장소는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산자락에 위치한 뮤지엄 산이다.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이 곳 뮤지엄 산은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건축한 곳으로 우고 론디노네는 평소 자신의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장소였다.
국내에서 선보이는 작가의 최대 규모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뮤지엄 산의 기존 전시 공간인 청조 갤러리 전관은 물론, 백남준관, 야외 스톤가든까지 전방위에 걸쳐 작품을 소개한다. '수녀와 수도승(nuns+monks)' 연작으로 대표되는 조각부터, 일몰과 월출의 풍경을 담아낸 '매티턱(mattituck)' 회화, 그리고 여섯 개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선보이는, 전시와 동일 제목인 '번 투 샤인(burn to shine)'(2022) 영상에 이르기까지 4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안도 다다오의 강건하고 견고한 건출물 안에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도전적인 작업이었습니다. 매일 자연을 볼 수 있고 도시의 소음이 없는 뮤지엄 산에서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이상적"이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8일 강원도 원주시 뮤지엄 산에서 개최된 전시회 투어 및 기자간담회에서 우고 론디노네는 말했다.
우고 론디노네의 이번 전시 핵심은 암실을 둘러싼 여섯 개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펼쳐지는 영상 '번 투샤인'(burn to shine)(실제 촬영 장소는 모로코의 한 사막)이다. 암실을 둘러싼 여섯 개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펼쳐지는 영상 '번 투 샤인'은 전시의 주제를 보여준다.
프랑스계 모로코인 안무가 푸아드 부수프와 협업한 이 퍼포먼스 영상은 아프리카 마그레브 지역의 전통 의식과 현대무용을 결합하며, 강렬한 사운드와 신체의 움직임으로 관객에게 압도적인 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영상에는 12명의 타악기 연주자와 18명의 남녀 무용가가 등장하고, 이들은 불꽃을 둘러싼 채 춤을 추며 신비로운 황홀경에 이른다. 무한 반복으로 재생되는 영상에서 이들의 의식은 불꽃이 타버리고 해가 뜨며 막을 내리다, 바로 또 밀려오는 어둠과 함께 다시 시작된다. 삶에 대한 축제이자 애도로서, 작품은 삶과 죽음의 연약한 경계를 탐색한다.
'번 투 샤인'은 그가 2022년 아트바젤 파리 개막 전야제에서 처음 선보인 영상 작품이다. 작가는 '번 투 샤인'은 변화(transformation)에 대한 욕망을 담고 있으며, "제목은 존 지오르노의 시 'You Got to Burn to Shine (빛나기 위해 타오르라)'에서 처음 영감을 받았으나 이는 삶과 죽음에 공존에 대한 불교 격언이기도 하며 더 오래된 역사를 가진 그리스 신화의 불사조를 연상시킨다. 순환적으로 부활하고 매번 새롭게 재탄생하는 이 불멸의 새는 태양과 연계되며, 전생의 재로부터 다시 태어나 새 생명을 얻는다"라고 설명한다.
우고 론디노네는 "불교에도 빛나기 위해서 타올라야 한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제작했는데, 팬데믹 기간 동안 우리는 모두 다시 태어난 것과 같습니다. 일몰에 시작돼 일출까지 이어지는 영상을 통해 삶의 순환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원주 지역 1000명의 5~13세 아이가 참여한 플로팅 큐브도 눈길을 끌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콘크리트와 같은 느낌의 커다란 회색 사면이 전시장 한가운데에 취치하며 전시는 바로 회색 사면 안쪽에서 이뤄진다. 성인이라면 겸손하게 허리를 완전히 숙여야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어쩌면 약간은 불편한 입장이지만 안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은 아이들 시각에서 바라본 태양과 달이 빽빽이 펼쳐져 있다. 입구에는 '감사합니다' 라는 문구와 함께 전시에 참여한 어린이들의 이름이 일일이 열거돼 있다.
삶의 순환에 대한 사유는 '너의 나이, 나의 나이, 그리고 태양의 나이(your age and my age and the age of the sun)'(2013-현재)와 '나의 나이, 너의 나이, 그리고 달의 나이(your age and my age and the age of the moon)'(2020-현재)에서 이어진다. 미술관 1층과 2층에 위치한 동일한 구조의 갤러리에 전시되는 두 작품은 각각 태양과 달을 상징하며 화음과 불협화음으로 서로 공명한다.
해와 달의 모티브는 작가의 '매티턱(mattituck)' 회화 시리즈에서 재등장한다. 작가가 거주하고 작업하는 뉴욕 롱 아일랜드 지역명을 제목으로 삼는 이 작업은 시간의 흐름을 그만의 시적인 감성으로 담아내며, 일몰과 월출의 풍경을 보색으로 이루어진 3색의 수채화로 포착한다. 각 작품은 작업이 완성된 날짜를 제목으로 하며 사적인 일기이자, 삶의 기록으로 관객과 마주한다.
같은 갤러리에는 푸른색 유리로 주조된 11점의 말 조각 시리즈가 함께 전시된다. 에게해, 켈트해, 황해, 보퍼트해 등 세계 각지 바다의 명칭을 제목으로 삼는 이 작품들은 실물보다 조금 작은 크기로 제작되었으며, 각 작품마다 고유의 푸른색을 지닌다. 동시에 작품의 중앙에는 투명한 수평선이 말의 실루엣을 가로지르며, 이들은 곧 각각의 바다 풍경을 온전히 담은 그릇으로 거듭난다. 작가의 말 조각들은 그가 지난 30여 년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탐색해 온 공간, 시간, 그리고 자연의 개념을 상징한다.
각 작품은 물, 공기, (말의 형태로 표현된) 흙, 그리고 불이라는 4원소의 결합체로서, 이는 유리라는 물질로 응축된다. 반면 작품들은 완벽하게 마감된 유리 표면을 넘어 무한한 공간을 향해 나아가는데, 전시장 곳곳에 시시각각 변화하는 무한한 푸른빛을 비추며 '빛의 풍경'을 창조하는 프리즘이 된다. 이 안에서 수직적이고 불투명한 관객의 존재는 마치 환영과 같은 말 사이를 이동하며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유리를 주조해 만든 이 말들은 하나의 지구입니다. 바다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었어요. 반으로 갈린 부분에 빛이 닿으면 환영처럼 보이는데, 아랫부분은 어둡고 윗부분은 밝습니다. 우주 전체를 말 안에 담고 싶었지요."
자연을 통한 정신적 사유를 추구하는 론디노네의 이 같은 시도는 '수녀와 수도승(nuns+monks)' 시리즈에서 새로운 정점에 이른다. 작가의 시그니처이기도 한 거대한 돌 조각은 백남준관 안에 설치된 4m 높이의 '노란색과 빨간색 수도승(yellow red monk)'이 원형의 천정으로 내려오는 자연광 아래 중세 시대 성인(聖人)의 엄숙함으로 관객을 맞이하며 야외 스톤가든에는 6점의 수녀와 수도승이 정원의 자연석과 어우러져 선사시대의 거대한 돌기둥을 연상시킨다. 3m가 넘는 크기의 이 기념비들은 청동으로 주조되었지만 작은 규모의 석회암 모형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이에 대해 작가는 "돌은 내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재료이자 상징이다. 2013년 록펠러 광장에서 선보인 '휴먼 네이처(human nature)'의 석상 작품에서부터 시작되었고 2016년 네바다 사막에 설치한 '세븐 매직 마운틴(Seven Magic Mountains)'으로 이어졌다. 두 작업 모두 자연석을 아름다움과 사유의 대상으로 탐구하고 감상하려는 시도로서,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바깥세상과 내면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매우 사적이며 명상적인 시각적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나는 본다는 것이 물리적인 현상인지 혹은 형이상학적인 현상인지에 상관없이 그것이 어떤 느낌이고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조각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수녀와 수도승' 역시 이러한 내면세계와 외부 자연 사이의 이중적 성찰을 이어 나간다. 한 사람이 바라보는 외부 세계가 그의 내적 자아와 분리될 수 없듯이, '수녀와 수도승'은 여러 층위의 의미들이 서로 가깝고 먼 곳에서 진동하며 작품을 바라보는 이에게 순수한 색채와 형태, 규모에 완전히 몰입되는 감각적 경험과 더불어 동시대적 숭고함을 선사한다.
"백남준관은 자연과 인공적 존재가 공존하는 가장 좋아하는 공간입니다. 수도승은 명상하는 자를 상징하며,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동시에 유리창을 통해서 자연과 관계를 형성합니다. 전시를 통해 주요하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인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우고 론디노네는 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인간과 관계없이 변화하는 자연 속에서 인간의 삶은 어떻게 지속되는가는 바로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미래이자 우리가 신경써야 함"을 강조했다.
삶과 인간 그리고 자연 이 세 꼭짓점이 조화롭게 연결되며 그안의 삶의 순환이라는 주제를 통해 삶을 성찰하는 총체적 예술을 표방하는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 작가는 "제가 바라보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작품을 통해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자연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명상하는 것은 인간의 DNA에 새겨져 있고, 작품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에 빛을 쏘아주고 지연의 지속 가능성에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도심과 멀리 떨어진 강원도 산자락의 뮤지엄 산에 전시된 우고 론니노네의 지향하는 자연과 인간의 삶의 순환 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 한다고 볼 수 있다. 작품이 산이 되고 산이 작품이 되며 거대한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풍광 속 야외 스톤가든에 전시된 선사시대의 거대한 돌기둥인 6점의 '수녀와 수도승'을 바라보며 일몰을 맞이본다면 자연 앞에 작아지는 인간의 겸허함을 조금이나마 돌아보며 깊은 울림을 받을 것으로 본다. 우고 론디노네의 전시는 9월 18일까지 뮤지엄 산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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