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코믹' 프레스콜(에피소드- 새 장수) 2025.03.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코믹' 프레스콜(에피소드- 새 장수) 2025.03.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독일 극작가 카를 발렌틴(Karl Valentin)의 희곡 '변두리 극장'을 코미디극으로 번안해 만든 '코믹'(Com!que)이 서울시극단의 2025년 시즌 개막작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20세기 초 독일에서 활동한 희극배우이자 극작가인 카를 발렌틴은 현실 풍자와 유머를 결합한 독특한 스타일로 유명하다. 서울시극단 '코믹'은 특유의 언어유희, 풍자, 유머가 돋보인다. 인간의 어리숙함과 다양한 성격 간의 충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빚어지는 웃음을 통하여 세상사의 천태만상을 위트 있게 풀어낸다. 

 

'코믹'에는 유머와 풍자가 가득한 프롤로그를 포함한 총 10개의 에피소드를 우리말 사투리로 풀고 임도완 특유의 감각적인 연출이 더해졌으며, 총 8명의 배우가 30개의 역할을 맡는다.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진행된 프레스콜에서는 프롤로그를 포함한 에피소드 9개까지 전막 시연에 이어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임주완 연출 및 배우 김신기, 정은영, 성원, 박경주, 이승우, 구본혁, 정다연, 박신혜가 참석했다. 

 

프롤로그 포함 총 10개의 에피소드에는 다양한 웃음들이 나타난다. 에피소드의 소재 별로 그 웃음의 의미가 다를텐데 임주완 연출의 속내와 관객들에게는 어떤 관전 포인트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는지 궁금했다. 

 

연극 '코믹' 프레스콜(임도완 연출) 2025.03.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코믹' 프레스콜(임도완 연출) 2025.03.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임도완 연출은 "웃음은 정말 다양하기 때문에 각 장면마다 각기 생각해보시고 생각해 보면 살아온 삶에 비추어 여러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자기와 생각이 같은 부분에서는 어떤 웃음을 지울 수도 있고 고객를 끄덕일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큰 소리로 깔깔깔 웃지 않아도 다양한 생각을 가시진 분들이 많으니까 자기만의 코드를 읽어서 웃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메시지라고 하면 연출가의 속마음을 다 꺼내 놓는 건 별로 좋은 것 같지 않아요. 메시지가 있다고 해도 그걸 말하게 되면 저는 작품이 픽스된다고 생각해서요. 메시지는 공연을 보신 관객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항상 생각한 것이 '왜 연극에는 유독 메시지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받냐 생각해요. 문학의 경우 읽고서 자기가 이해하는 한도 내에서 이해를 하는거죠.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할 때도 마찬가지로 자기가 보고 느끼는 만큼 입니다"라며 "외국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꼭 같은 대답을 합니다. 그래서 메시지가 뭐다 라고 단정지어 말하긴 보단 각자 알아서 자기의 생각대로 느끼셨으면 합니다"라고 부연했다. 

 

임주완 연출은 "일상의 삶에서 우리가 흔히 느끼거나 경험하거나 봐왔던 어떤 것들이 무대 위에서 어떤 코드로 올라간다면 그런 것들이 우리 일상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코미디라는 것이 어떤 사람한테는 비극이지만 보는 사람한테는 희극이 될수도 있으니까요. 이 공연을 보고 웃거나 혹 안웃더라도 집에 돌아가면서 뭔가 곰곰히 생각하는 지점이 있다면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어느 정도 충족됐다고 봅니다"라고 했다.

 

연극 '코믹' 프레스콜(임도완 연출, 김신기) 2025.03.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코믹' 프레스콜(임도완 연출, 김신기) 2025.03.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그동안 임도완 연출이 보여줬던 작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스카팽', '휴먼코메디', '보이첵' 등 다양한 작품에서 독특한 연극적 언어를 구축하는 신체극이 주를 이뤘다. 이번 '코믹'에서도 유머와 풍자를 기반으로 한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우리말 사투리 강원도부터 시작해 경상도 전라도를 거치는 전국 팔도를 넘어 일본어, 영어까지 등장하며 언어적 유희의 즐거움을 듬뿍 안겨주고 있다. 결국엔 랩까지 등장하는데 다양성뿐만 아니라 원작의 언어적 유지라는 측면에서 어떻게 생각했는지 질문하자

 

임도완 연출은 "카를 발렌틴의 원작을 봤을 때는 사실 언어적 유희는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독일 작품이라 좀 딱딱한 면도 있지만 카를 발렌틴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명확했어요. 그래서 번역하신 분의 후기를 읽어보니 공연할 때 독일어 사투리를 사용했다고 하다라구요. 내가 생각한 거랑 많이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을 해서 있는 그 말을 그대로 사용하면 리듬감이 살지 못할 것 같아서 우리나라의 팔도 사투리를 써서 친근감 있게 전달해보자 했습니다"라며 "그렇게 하면 관객들이 더 친숙하게 느낄 것 같았고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는데도 좋을 것 같아 사용했죠. 저희 사다리움직임연구소 공연 할때도 매번 사투리를 사용했어요. 은율, 리듬 아니면 우리 생활과 밀접한 뭔가를 가까이 느겼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람을 전했다. 

 

연극 '코믹' 프레스콜(구본혁) 2025.03.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코믹' 프레스콜(구본혁) 2025.03.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코믹' 프레스콜(성원) 2025.03.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코믹' 프레스콜(성원) 2025.03.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공연에서 직접 랩을 하는 배우 구본혁과 성원은 "저희가 랩을 하는 과정에는 연출님께서 수많은 곡들을 작곡하셨어요. 원 대본이 있고 대본에서 비트를 주셨고 저희가 대사 안에서 리듬감이라든지 말 어미라든지 저희 입맛에 맞게 변경한 것들이 조금 있습니다. '수족관'에서는 그렇게 했고 '이혼 법정'은 성원 배우가 프리스타일 랩을 한 건데 원본대로 하면 랩의 라임이 안맞아서 맞추기 위해 대사를 변경하거나 프리스타일 랩도 찾으면서 연구했습니다"라며 " 결과 박신혜 배우가 저한테 힙합이라는 것을 느낄 수 없는 외모인데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냐고 했는데 사실 의상을 받아보니까 자신감이 붙었어요. 그래서 저는 랩을 그렇게 만들었고 작업했습니다"라는 설명했다. 

 

연극 '코믹' 프레스콜(정은영) 2025.03.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코믹' 프레스콜(정은영) 2025.03.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코믹'에 출연하는 8명의 배우들은 각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역할을 연기해야 한다. 정은영 배우도 '모자 사러 왔습네다'에서는 사장 역에서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연기를 선보이는데 신체극을 위해 준비했던 점은 무엇인지 묻자 그는 "저는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소속 배우이기에 움직임에 대한 공연을 계속 해왔어요. 극단 안에서의 워크숍이나 학생 때도 계속 했었고 지금도 다양한 훈련들을 개인적으로도 하고 있지만 이번 작품에서 빨간코는 처음이에요. 빨간코를 하면 좀 재미있는 부분이있을까 싶어 찾으려 노력했다"면서 "비극보다 어려운 게 희극이라고 인생의 쓰고 단 것을 다 표출해야 되는 광대는 좀 어려웠어요. 저는 신체극을 계속 해왔기때문에 어려운 건 아니었지만 제 보이스컬러는 중저음인데 맡은 배역은 계속 하이톤으로 쏴 붙여야 했고, 에너지를 계속 발산해야 되는 역할이라 그런 부분이 조금 힘들었습니다. 신체 움직보단 발성에 더 주안을 둬야 하는 개인적 고민이 있었어요"라며 캐릭터 표현에 대한 고민을 전했다. 

 

연극 '코믹' 프레스콜(박신혜) 2025.03.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코믹' 프레스콜(박신혜) 2025.03.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에피소드마다 다 메시지들이 있어요. 근데 내용을 보려고 하면 놓치는 부분들이 생길 것 같아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오셔서 즐겁게 웃으시다 가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메시지가 들어오면 들어오는 거고,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즐겁게 보셨으면 해요"

 

박신혜는 "연출님이 말씀하셨듯 에피소드마다 다 다른 형식을 취합니다. 코미디언, 크라운 등 여러 다양한 종류의 코미디 연기를 해야 되는데 이렇게 말하면 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입니다. 프롤로그를 빼도 9개의 에피소드가 여러 가지 코미디의 집합체이기에 이 점이 가장 재밌는 관전 포인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라며 작품의 독특함을 어필했다.

 

연극 '코믹' 프레스콜(박신혜) 2025.03.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연극 '코믹' 프레스콜(박신혜) 2025.03.28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정다연은 "저도 똑같은 생각으로 종합선물세트라는 단어를 되새기고 있었는데요. 요즘 연기를 하다가 풀리지 않고 '아 어떻게 해야 되지' 할 때마다 '그래 괜찮아' 하면서 혼자 노래를 되뇌이고 있어요. 관객분들도 '괜찮아 괜찮아' 이러면서 그냥 한번 털고 가볍게 웃고 갈 수 있는 작품으로 다가갔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극단의 '코믹'은 타이틀 만큼 아주 코믹하거나 개그감이 충만한 작품은 사실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약간 진중한 면도 있고 사회적 풍자를 곁들인 단순히 쉽게 웃음을 주는 형식은 아니기에 관객들 입장에서는 어렵고 난해하고 직관적으로 들어오지 않는 부분들도 있고, 할머니할아버지 이야기들은 우리 주변에서 굉장히 친숙한 부분들이 끼어 있어 약간은 재미난 연출 구성이 임도완 연출의 의도적이었는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임도완 연출은 "베르그송의 '웃음'을 오프닝 프롤로그에 배치한 것은 어떤 면에서는 학문적 철학적 그리고 진지한 위트감을 주기 위함입니다. 예술감독님이 대사를 넣은 것인데요. 저희 '코믹'은 장점이 참 많은 작품입니다. 그 장점들을 보시고 잘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며 관람을 독려했다. 

 

작품은 3월 28일(금)부터 4월 20일(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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