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 '향연' 3막 '장구춤'.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국립무용단 '향연' 3막 '장구춤'.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향연'은 한국무용이 중심이 되는 작업으로 장식을 더 하거나 부연 설명을 하기보다 오히려 덜어내 핵심인 한국무용의 본질이 더욱 잘 보이게 하고자 했습니다" (정구호 연출)

 

2015년 초연 이후 4년 연속 다섯 차례 공연 모두 매진시키며 한국무용계 흥행 신화를 새롭게 쓴 국립무용단의 '향연'이 6년 만에 돌아왔다. 이번 무대에서도 격조 높은 우리 춤의 정수를 다시금 선보일 것으로 보여 기대감이 높다. 

 

'향연'은 전통춤의 원류 조흥동과 한국무용계 대가 이매방·김영숙·양성옥이 안무를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창작자로 활동하는 정구호가 연출을 맡았다. 궁중무용, 종교무용, 민속무용까지 총망라한 무대에 감각적이고 세련된 미장센이 더해져 '전통은 고루하다'라는 편견을 깨고 국립무용단의 대표 브랜드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 

 

'향연'은 한국 춤을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사계절의 테마로 담아내어 소품 형식의 전통 무용 레퍼토리 11종을 계절의 흐름에 따라 배치했다. 지난 1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국립무용단 '향연' 전막 시연이 진행됐다. 

 

국립무용단 '향연' 1막 '제의'(진폐희문)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국립무용단 '향연' 1막 '제의'(진폐희문)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국립무용단 '향연' 1막 '진연'(가인목전단)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국립무용단 '향연' 1막 '진연'(가인목전단)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국립무용단 '향연' 1막 '무의'(정대업지무)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국립무용단 '향연' 1막 '무의'(정대업지무)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1막(봄)은 연희 시작을 알리는 궁중무용으로 겨울의 끝에서 봄의 시작을 알리듯 순백의 엄숙한 분위기 속 20여 명의 무용수가 '제의'(전폐희문)로 작품의 문을 시작한다. 여령들의 춤인 '진연'(가인목전단), 역대 군왕들의 무공을 찬양하기 위해 만든 '무의'(정대업지무)가 '향연'만의 색채로 펼쳐진다. 

 

국립무용단 '향연' 2막 '바라춤'.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국립무용단 '향연' 2막 '바라춤'.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국립무용단 '향연' 2막 '승무'.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국립무용단 '향연' 2막 '승무'.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국립무용단 '향연' 2막 '진쇠춤'.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국립무용단 '향연' 2막 '진쇠춤'.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2막(여름)은 기원 의식을 바탕으로 한 종교무용이다. 불교 의식무용인 '바라춤', 불교적인 색채가 강한 전통무용인 '승무', 꽹꽈리 소리가 흥겨운 '진쇠춤'으로 구성됐다. 초연 이후 9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승무'는 법고 가락을 추가해 리듬의 역동성을 살렸다.

 

국립무용단 '향연' 3막 '선비춤'.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국립무용단 '향연' 3막 '선비춤'.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국립무용단 '향연' 3막 '장구춤'.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국립무용단 '향연' 3막 '장구춤'.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국립무용단 '향연' 3막 '소고춤'.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국립무용단 '향연' 3막 '소고춤'.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국립무용단 '향연' 3막 '이매방 오고무'.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국립무용단 '향연' 3막 '이매방 오고무'.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3막(가을)은 흥겨움을 물씬 느낄 수 있는 민속무용의 장이 펼쳐진다. 동래학춤과 한량무가 유유자적하게 어우러진 '선비춤', 여성 무용수들이 경쾌한 장구 장단과 일사불란한 군무를 엿볼 수 있는 '장구춤', 남성 무용수들의 화려하고 재기발랄한 춤사위가 돋보이는 '소고춤'이 가을의 흥을 한껏 고조시킨다. 18명의 여성 무용수가 회전무대에 올라 열을 지어 28대의 북을 연주하는 '이매방 오고무'가 3막의 절정이자 '향연'의 하이라이트이다. 주자를 둘러싼 삼면에 5대의 북을 두고 북 연주와 함게 추는 춤으로 안무가 이매방이 짠 이매방 오고무 가락을 칼군무와 기교 높은 연주로 선보인다. 

 

국립무용단 '향연' 4막 '신태평무'.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국립무용단 '향연' 4막 '신태평무'.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국립무용단 '향연' 4막 '신태평무'.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국립무용단 '향연' 4막 '신태평무'.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4막(겨울)이 되면 다시 차분하고 정제된 모습으로 돌아와 강렬한 청색적색 의상을 차려입은 남녀가 조흥동이 새롭게 안무한 '신태평무'를 선보인다. 오방색을 혼재시키지않고 적색과 청색의 단색 의상을 입은 무용수를배치했으며, 바닥은 흰색, 배경은 흑색, 대형 매듭 장식을 황색으로 색상을 분배했다. 소품으로 사용하는 악기도 기존 통념을 깨고 새롭게 색을 입혔다. 장구는 검은색으로 옻칠하고 바라 역시 기존 신주색이아닌 은색(크롬색)으로 특별 제작해 모던함을 더했다. 이매방 오고무에 사용되는 북도 모노톤으로 통일해 샛노란 빛깔의 의상을 더욱 강조했다. 

 

'향연' 무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는 대형 매듭이다. 10미터 길이의 거대한 매듭이 장면마다 다른 대형으로 이루어 내려오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기존 황색과 적색 매듭에 녹색 매듭이 추가해 시각적으로 더욱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이와 더불어 기존 공연에서 사용하던 스크린 영상도 LED 패널로 교체해 색채가 주는 강렬함을 더욱 선명하게 전달하고 있다. 

 

음악 역시 전통의 원형을 유지한 채 악기 편성을 최대한 간결하게 구성했다. '제의'(전폐희문)에서는 여타 악기를 제외하고 '경'만으로 구성해 궁중무용의 경건한 매력을 살렸고, 소고춤에서는 EDM 비트를 활용해 더욱 흥을 돋우고 무용수들이 기교를 돋보이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국립무용단 '향연' 3막 '소고춤'.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국립무용단 '향연' 3막 '소고춤'. 2024.12.17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이용선 기자

'향연'은 기존의 전통춤 공연이 주로 여성의 춤을 주축으로 구성되었던 것에 비해 남성과 여성의 춤을 동등하게 배치해 에너지와 역동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번에는 남성 춤의 기교를 만끽할 수 있는 '진쇠춤'과 '소고춤' 주역무용수를 더블캐스팅해 보다 다채로운 매력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항연'은 전통춤의 본질은 유지하되 안무를 제외한 모든 요소에서 기존의 전통적인 공식을 벗어나 있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콘셉트는 미니멀리즘이다. "비우고 지우고 정리하고 재정립하는 것"이라는 정구호 연출 무대 미학에 따라 '향연'은 필요치 않은 요소는 과감하게 생략 간결하게 비워낸 무대로 한국 춤의 아름다움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무대와 의상의 간결하고 담백한 양식미를 통해 한국 춤의 정갈한 아름다움을 화려하게 증폭시키고 우리가 익히 알던 전통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해 선보이는 것이 바로 '향연'의 본질인 것이다. '향연'은 12월 19일(목)부터 25일(수)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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