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연극 '엠·버터플라이'는 겉보기에는 서양의 외교관과 동양 여자의 러브 스토리 같지만 충격적인 반전의 결말에 도달한다.
'엠. 버터플라이'는 중국계 미국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의 대표작으로 1986년 중국 경극 배우이자 스파이였던 여장남자 쉬 페이푸가 프랑스 외교관 버나드 브루시코를 속이고 국가 기밀을 유출한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이 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틱한 이 세기의 러브 스토리가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쟁(베트남)과 혁명(중국 문화대혁명 / 프랑스 5월 혁명), 서양과 동양, 제국주의와 오리엔탈리즘 등 역사적 편견 등이 혼재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이 사건의 역사적 배경도 한 몫 했다.
'마담 버터플라이'는 일본에서 살았던 미국인 선교사 존 루서 롱의 장편소설 '나비부인'을 바탕으로 자코모 푸치니가 작곡하고 1904년 초연한 오페라다. 연극 '엠·버터플라이'는 이 '마담 버터플라이'를 차용해 서양이 동양과 동양 여성에 대한 차별적 선입견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을 더한다. 기본적으로는 미국 남성에 대한 지조를 지키다 자결한 일본 여성을 차용해 서양의 동양 여성에 대한 편견을 꼽는다. 작품은 주인공 르네 갈리마르가 감옥에 갇힌 채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하얀천으로 둘어싸여진 그의 공간이 벗겨지며 르네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담담히 얘기해 나간다. 1964년 중국 베이징 주재 프랑스 외교관 르네 갈리마르는 오페라 '마담 버터플라이'에서 여주인공 초초상의 자결 장면을 연기하는 중국인 배우 송 릴링에게 매료되고 송 역시 유부남인 갈리마르를 유혹한다. 송은 충격적인 비밀을 고백하며 르네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르네는 송과의 만남이 지속될수록 미처 몰랐던 남성성과 우월감을 드러내며 자신이 꿈꿔왔던 순종적이고 완벽한 애인에게 빠져든다. 유부남이었던 르네였지만 사랑해서 결혼한 사이가 아니었기에 아내에 대한 그의 애정은 찾아볼 수 없다. 결국 두 사람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은밀한 밀회를 즐긴다.
르네는 '마담 버터플라이'의 미군 중위 핑커튼이 일본 여성 초초상에게 했던 것처럼 송을 '버터플라이'라고 부르며 자신의 내면이 욕망하는대로 그에 빠져든다. 그에게 송은 아름답고 연약하며 보호해줘야 할 대상이자 신비로우면서 정복해야 할 동양 여성이다. 처음에는 욕망을 억제하지만 자신의 외교적 예견이 빗나가며 그의 위치가 위태로워지자 그는 점점 송에게 집착하게 되고 성적인 욕망의 대상으로 보게된다.
7년 만에 다시 국내 관객을 만나는 이번 시즌은 2017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상연된 개작 버전이다. 작가는 작품을 개작하며 "그간 우리 사회는 젠더 유동성을 더 유연하게 인식하게 되었고, 실화에 대한 사실도 더욱 많이 알게 되었다. 그 내용을 토대로 더 섬세한, 성별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연극을 보는 관객들의 주요 논점 중 하나는 단연코 '과연 여장 남자임을 몰랐을까'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라는 의문점은 연극이 진행되면서 하나씩 해소되지만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은 연극의 막이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결국 연극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송의 프랑스 재판에서의 그의 열변을 통해 이 연극이 주고자 하는 명백한 메시지가 드러난다. 동양인을 향한 명백한 인종 차별적 모욕적인 판사의 언행에도 송은 자신의 의견을 꿋꿋이 주장한다.
"오랫동안 좌절감을 느꼈어. 오랫동안 소리치고 싶었어. 날 봐, 이 바보야. 난 당신의 버터플라이에요"
르네의 환상을 이용해 자신의 궁긍적인 목표를 이뤘음에도 환상에서 깨어나 진짜 나를 보라고 외치던 송의 모습은 애처로우면서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다 밝혀진 상황 속에서도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의 환상적에 살기로 한 르네의 결정은 결국 '나비부인' 속 초초상이 선택한 결말을 르네가 따라가는 것으로 마무리되며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관람했던 회차의 주역은 르네 갈리마르 역에 배수빈, 송 릴링 역 최정우, 친 역 송희정, 뚤롱/판사 역 오대석, 아녜스 역 김보나, 마끄 역 이원준, 르네 역 이서현이었다. 여러모로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특히 송 릴링 역을 연기한 최정우는 남자임에도 여장을 하고 여성의 말투 및 움직임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복잡한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인물의 감정선을 올곳이 연기하며 공감을 이끌어 냈다.
'연극열전10' 첫 번째 작품 '엠. 버터플라이'는 배수빈·이동하·이재균, 김바다·정재환·최정우, 송희정, 오대석, 김보나, 이원준, 이서현이 출연하며 5월 1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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