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트코리아방송 = 이용선 기자] 5.18민주화운동을 알리기 위한 뮤지컬 '광주'의 네 번째 시즌이 시작되었다.
뮤지컬 '광주'는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대한민국 대표 창작 뮤지컬이다. 2019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광주문화재단의 ‘2019 님을 위한 행진곡 대중화·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1980년 5월,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한 소시민들의 뜨거웠던 외침을 그린 '광주'는 한 명의 영웅 서사가 아닌 평범한 시민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초점을 맞춰 28명 전 배역에 서사를 부여함으로써 의미와 설득력을 높였다.
지난 16일 광주광역시 남구 빛고을시민문화관 및 빛고을 아트스페이스강당에서 뮤지컬 '광주' 전막 오픈리허설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다. 기자간담회에는 유희성 예술감독, 고선웅 연출, 최우정 작가 및 배우 이수정, 나승현, 김진욱, 김찬호, 김수, 최지혜, 조배근이 참석했다.
뮤지컬 '광주'는 지난 3년간 서울과 광주를 비롯해 부산, 전주, 고양, 세종 등에서 공연했다. 하지만 올해는 광주에서만 공연한다. 광주문화재단이 3개년 프로젝트 지원 사업이 지난해로 끝났기 때문이다. 올해 공연은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별도 지원돼 공연된다.
네 번째 시즌의 '광주'는 서사와 음악의 대폭적인 수정 보완이 눈길을 끌었다. 2020년 초연 때 주인공인 박한수가 광주시민들을 교란하고자 투입된 편의대 대원이라는 것이 감정이입에 방해 요소로 지적된 만큼 두 번째와 세 번째 시즌에서는 박한수가 광주의 진실을 목도하며 심경 변화를 일으키고 야학 교사 윤이건을 비롯한 광주시민들의 서사를 강화하면서 작품의 서사적 완성도를 높였다.
이에 대해 유희성 예술감독은 "'광주'는 3년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창작뮤지컬이 시리즈 공연을 마치고 미국 브로드웨이 쇼케이스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기는 쉽지 않은 경우다. 다만 프로젝트가 끝났다고 마무리할게 아니라 계속 지속 가능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적어도 광주에서만이라도 이 작품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광주'가 '레미제라블' 못지 않은 작품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이 전국 지방 공연을 통해 더욱 확산됐으면 좋겠고, 브로드웨이 쇼케이스까지 했으니 세계적인 콘텐츠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에서 언급된 전체적인 서사와 캐릭터 연계성, 음악 등이 보완 수정된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유 감독은 "전폭적 수정이 아닌 디테일한 부분들을 보완했는데 세계적인 명성의 뮤지컬 '캣츠'나 '레미제라블'도 한번에 그런 명성을 얻지는 못했다. 단계적 보완 수정을 통해 그런 완성도가 생긴 것처럼 '광주'도 큰 골격은 유지하되 디테일한 부분이나 서사적 구성은 지속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보완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뮤지컬 '광주'는 참혹했던 43년 전의 참상을 한편의 축제와 같은 플롯으로 구성됐다. 민주화 운동의 중심인 광주 시민들은 웃고 노래하며 춤추며 싸운다. 마지막 장면 씬에서의 비장한 죽음조차 절제미 돋보이게 담백하게 처리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대해 연출을 맡은 고선웅 연출은 "광주에 대해 잘못알고 있는 진실, 오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한편으로는 그런 진실들을 보여드리고자 저는 '광주'를 뮤지컬로 봐주셨으면 한다. 춤추고 노래하는 사랑하는 장면들을 보시면서 자연스럽게 광주의 진실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품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초연과 달리 시즌을 거듭할 수록 작품의 주인공이 박한수에서 윤이건으로 변화된 연출의 의도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작품의 주인공은 광주 시민들이다. 리딩 캐릭터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캐릭터 박한수가 있지만 그 중심에는 윤이건과 광주 시민들이 자리하고 있다. 저는 무대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들은 허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허구를 통해서 우리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사실이 아닌 진실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며 "이 이야기가 나름 개연성을 가지고 설득력도 있는 충분한 서사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광주' 넘버 중 '님을 향한 행진곡'의 실제 주인공 윤상열 열사를 모티브로 한 인물이자 시민군을 조직하고 지휘하는 야학 교사 윤이건 역의 김찬호는 초연에 이어 이번 네 번째 시즌에 같은 배역으로 돌아왔다.
김찬호는 "초연 때 애정하고 하고 싶어하던 작품이었고 스태프, 배우분들이 좋아 행복하게 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 네 번째 시즌에 다시 합류하게 되었는데 작품이 더욱더 발전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공연 중 가장 좋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광주에 파견된 505부대 편의 대원으로, 무고한 시민들이 폭행당하고 연행되는 참상을 목격하며 혼란스러워하는 박한수 역에는 김진욱이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진욱은 "초연을 관람했는데 울컥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감명깊었다. 이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했는데 감사하게도 참여하게 돼 즐겁게 임하고 있다. 박한수의 어떤 모습을 보여드릴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박한수 역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투입된다. 이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행동하는 인물인데 관찰자 입장이다보니까 관객들이 박한수의 시선을 따라가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께 안내자 역할을 하고 싶은 제가 느껴가고 있는 심경을 잘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신념에 투철한 야학 교사이자 5·18민주화운동의 한 가운데 있었던 문수경 역에는 최지혜가 초연부터 이번 시즌까지 연이어 출연한다. 최지혜는 "같은 배역을 네 번 연속 하다보니 익숙한 마음으로 다루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말 불필요한 걱정이었다. 연습을 할수록 떨리고 설레는 마음이 느껴졌고 네 번째 작품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영광이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존재하라'는 말이 참 인상 깊었는데 무대에서 서로를 바라보면서 표현하기 보다는 눈을 보고 사람들을 보면서 하루하루 존재하고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황사 음악사를 운영하며, 정 많고 사려 깊은 성품으로 학생들과 시민군을 돌보는 정화인 역에는 김수가 분한다. 김수는 "감사하게 캐스팅을 해주셨는데 처음에는 작품의 역사적 의미에 고민이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현재 관객들과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를 고민하며 연습을 시작했다. 이 작품을 보시는 모든 분들께 작은 위로와 공감을 드릴 수 있다면 이 작품이 할 수 있는 고귀한 일 일 것"이라며 작품에 참여한 의미를 더했다.
이번 시즌은 지역 특화 콘텐츠 작품을 글로벌 콘텐츠 시장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과정에서 오디션을 진행함으로써 지역 예술인을 참여시켜 그 의미를 더했다. 오디션을 통해 광주 출생, 광주 거주자, 광주 및 전남 지역 대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 등을 대상으로 실력과 열정을 갖춘 신예 배우 구자언, 나승현, 이수정, 조배근, 황수빈을 선발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나승현은 "대학로에서 '광주' 공연 포스터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 이 작품에 참여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번에 합류하게 돼 너무 기쁘다 "고 했고, 조배만은 "오디션을 통해 이 작품에 합류하게 됐을 때 그때는 기뻤지만 점차 작업을 하면서 교과서에서 배우며 제3자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직접적으로 그 상황속으로 들어가 그 인물이 되다보니까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한번 더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고, 새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청솔부인회 회원 박선희 역으로 처음 '광주'에 합류하게 된 이수정은 "어릴 적 슬픈 일이라고 교과서을 통해 배웠고 이번에 작품에 참여하면서 '이게 슬프기만 한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의미있는 새로운 개념으로 탄생해서 작품에 참여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광주'는 5.18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민중가요 '님을 위한 행진곡'의 대중화. 세계화 사업으로 지난 2020년 첫선을 보였다. 이후 3연을 이어오며 그 고결한 뜻을 알리고자 노력했지만 뮤지컬 '광주'의 미래는 밝지만은 않다.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의 지원이 중단된다면 민간 제작사 라이브(주)와 극공작소 마방진의 힘만으로 무대에 올리기엔 벅차기 때문이다. 뮤지컬 장르 특징상 많은 돈이 들고 소재 또한 5.18민주화운동으로 상업적으로 일반 시민들에게 크게 어필되지 못하는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희성 예술감독은 "'광주'처럼 민·관이 오랜 시간 협업을 한 사례는 흔치 않다. 앞으로도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의 지원 속에 이 작품이 전국화 및 글로벌 콘텐츠로 성장하는데 지속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관심을 독려했다.
아시아의 '레미제라블'이라고 극찬받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K-뮤지컬로 자리매김 했지만 '광주'가 앞으로 걸아가야 할 길은 마냥 순탄치만은 않다. 국민적 관심과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5.18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정신이 과거를 지나 현 세대를 거쳐 미래의 후손들까지 43년 전 5월 광주에서 일었던 그 뜨거웠던 함성의 의미가 계속 대한민국에 울려퍼질 것이기 때문이다. '광주'는 오는 21일까지 광주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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